사진으로 보는 세상

아름다운 모습

hadamhalmi 2009. 8. 4. 23:36

 

오늘 아침은 홍제동 개미 마을에 가서 사진도 찍고 도보 여행도 할겸 가락시장 앞 5번 마을 버스 정류장으로 나왔다.

마을 버스 정류장 앞에는 아주머니 한 분이 니어카에서 포도를 팔고 계신다.

마을 버스를 기다리고 서 있는데 가락시장 짐차 한 대가 와서 서더니 

운전을 하던 청년이 과일 4박스와 커다란 수박 2통 그리고 고구마순 한 보따리를 버스 정류장에 내려 놓는다.

이어 짐차를 타고 온 아주머니도 얼른 짐차에서 내려 길가에 있는 상점으로 가신다.

청년은 아주머니 뒤에 대고 제 것을 사려면 오늘은 속이 안 좋으니 사오지 말라고 소리를 친다.

 

아주머니는 들은체도 않고 노점으로 가시고

그 사이 청년은 짐차를 버스 정류장 옆에 주차를 시켜 놓고는 피곤한지 그 위에 앉아서 쉬고 있다.

조금 있으려니 또 한 아주머니가 과일을 잔뜩 사갖고 오신다. 

상점에 간 아주머니는 작은 매실 주스 한 병을 사 갖고 와 눈 감고 쉬고 있는 청년을 툭 치신다.

주스를 받아 든 청년이 비싼걸 뭐하러 사 갖고 오셨냐고 하니

아주머니는 비싸긴 뭐가 비싸하고 말씀을 하시더니

얼른 자기 물건이 쌓여 있는 곳으로 돌아 오신다.

 

나는 마을 버스 정류장에 쌓여 있는 두 분의 물건을 보면서 

노점상을 하시는 아주머니들 같은데

이렇게 많은 짐을 마을 버스 기사가 실어 주실까하고 은근히 걱정을 하고 있다. 

 

그런데 먼저 오신 아주머니는 지난 번에 두 사람의 짐이 많아 마을 버스 기사가 두 사람의 짐을 안 실어 주셨다며

나중에 오신 아주머니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신다.

포도를 파는 아주머니가 옆에서 듣고 계시다가

 많은 짐을 실으면 버스를 타고 가는 사람에게도 폐가 되니 그건 경우가 아니라면서

다른 아주머니에게 나중에 오셨으니 다음 차를 타고 가시라고 거드신다.

 

 다행히 뒤에 오신 아주머니는 아무 불평없이 그러겠노라고 하신다. 

조금 있으니 마을 버스가 오고 청년은 과일 상자 4개와 수박 2개가 든 상자를 한 번에 번쩍 들더니 버스에 싣는다.

아주머니는 고구마순을 들고 앞으로 타서는 청년이 실어 준 상자를 잘 정리 하신 후

자리에 앉으시고 버스는 출발.

 

자칫 갈등이 생길 수 있는 일이 한 사람의 양보와 타협으로 잘 해결되었다.

자신을 도와주는 청년의 속이 안 좋다는 말에 매실 주스를 사서 건네는 아주머니의 따뜻한 마음씨와

무거운 물건을 번쩍들어 버스에 실어 주는 마음씨 좋은 청년, 그리고 

힘들게 살아가시면서도 서로를 이해해 줄 수 있는 두 아주머니의 모습이 정말 멋지다. 

이 분들의 사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오늘 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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