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

제주 올레 12코스: 용수포구- 당산봉 -수월봉 - 신도 2리

hadamhalmi 2016. 1. 23. 23:32

 

1 23 (), 여행 셋째날

 

도보 구간: 올레길 12코스 역 방향: 용수 포구 - 당산봉 - 자구내 포구 - 수월봉 - 한장동 마을회관- 신도 2, 10 Km

걸린 시간: 4시간  

 

 

오늘은 여행을 마치고 밤 8 25분 비행기로 서울로 올라 간다.

 

아침에 일어나니 일기예보대로 눈발이 날린다. 다행히 어제 다친 발목도 괜찮고 해서 오늘은 올레길 12코스를 역으로 걷기 위해 버스를 타고 용수 포구로 갔다.

 

702번 버스를 타고 가는 도중에 점점 눈발이 거세지고 쌓인 눈으로 가끔씩 교통 체증이 일어나긴 했지만 버스는 별 문제없이 잘 달려  '용수 충혼묘지'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제주도답게 바람이 거세고 눈발이 흩날렸지만 그려러니 하고 준비를 잘 마치고 도보 여행을 시작했다.

 

 

 

 

제주시외버스터미널
비트가 이렇게 클 줄이야.
생이기정
차귀도

생이기정을 걷는데 바람이 엄청 세져 강한 바람을 맞으며 걸었더니 몸이 춥다. 뭔가 뜨끈한 음식이 필요해 보이고 12코스에서 밥을 먹을 곳이 이곳과 신도 포구 밖에 없으니 자구내 포구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다.

  

식당에 들어가 뜨끈한 메밀 보리 칼국수를 먹으며 찬 바람에 시달린 몸을 녹이고 나오니 바람도 눈발도 더 거세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가끔씩 햇빛도 비추고 바람도 잦아 들고 해서 걸을 만 했다.

 

로즈마리꽃

 

하지만 해안 길을 걸어 수월봉에 이르니 바람이 심상치 않고 눈발도 거세지기 시작했다. 수월봉을 내려 오는데 바람이 얼마나 센지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다. 한장동 마을회관을 지나 밭 길을 걸어 가다 신도 포구로 나가는 길을 잘못 들었다.

 

하지만 강풍과 눈보라가 거세지니 길을 찾아 가기보다 우리가 가야 할 녹남봉을 보며 버스가 다니는 찻길을 따라 걷기로 했다. 한참을 걸어 가다 뒤를 돌아 보니 모슬포로 나가는 순환 버스가 온다. 순간 급하게 손을 흔들어 버스를 세워 타고 모슬포로 나갔다.

 

버스 기사님은 원래 버스 정류장이 아니면 태워 주지 않지만 오늘은 날씨가 안 좋아 특별히 태워 주셨다며 이런 날씨에 도보를 하냐며 한 마디 하신다

 

날씨 상황이 안 좋아 도보를 중단하고 모슬포로 나왔지만 뭔가 아쉬워 조금 더 걸을까도 생각했지만 제주시로 돌아 가는 평화로가 눈 때문에 막힐지 몰라 754번 버스를 타고 일찍 제주시로 올라 가기로 했다. 그러나 제주시로 가는 도로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안 좋았다.

 

오설록을 지나 평화로로 나가는 도로 언덕에는 벌써 여기 저기 승용차들이 멈춰 서 있고 우리가 탄 버스는 간신히 그 사이를 곡예를 하며 빠져 나갔다. 게다가 제주시로 들어와 한라 병원 근처에서는 폭설로 인한 교통 체증으로 버스가 가다서다를 반복하며 점점 속도가 느려진다.

 

버스에서 만난 한 승객에게서 오늘밤 타고 갈 항공편이 결항이라는 문자를 받고 공항으로 간다는 얘기를 듣고 갑자기 우리도 마음이 불안해졌다. 아직 우리가 타고 갈 비행편이 결항한다는 안내 문자를 받지 못했지만 불안한 마음에 공항에 가서 먼저 상황을 파악한 후 숙소로 가서 짐을 찾기로 했다.

 

오후 4시경에 공항에 가니 공항은 벌써 아수라장이다. 티웨이 항공 발권 창구에는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는데 안내 직원도 없다.

 

친구에게 혼자 줄을 서 있으라고 하고 혼자 숙소로 가서 짐을 찾아 오려고 공항을 나와 버스 정류장으로 나가니 버스 한 대에 타려고 사람들이 구름 떼처럼 몰려 들어 탈 엄두가 안 난다.

 

눈발은 거세지고 앞이 안 보이는 상황이지만 걸어 나가는 것이 빠를 것 같아 시외버스 터미널까지 걸어 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앞이 안 보이는 심한 눈보라에 방향 감각을 잃어 시외버스터미널로 가야 할 길을 제주 신로터리 방향으로 잘못 나갔다. 한참을 걸어 가다 잘못 간 것을 알고 다시 공항으로 돌아 가던 중 비행기 결항 문자를 받았다.

 

공항으로 돌아 오니 그제서야 항공사 직원이 나와 취소된 항공표를 다른 날로 바꾸어 주고 있다화요일 아침에 대만으로 여행을 떠나는 친구는 늦어도 월요일 저녁까지는 서울에 도착해야 하는데 마음이 급하다.

 

우리 앞 줄의 두 아가씨들은 발권을 마치고 일본 여행을 떠나려다 갑자기 비행편이 취소되어 보냈던 짐을 찾고 환불을 받으려고 몇 시간을 기다리고 있단다한참을 더 기다리니 항공사 직원이 나와 취소 환불은 창구에서 안 해도 되고 표를 구입한 인터넷이나 여행사에서도 가능하다고 안내를 하니 그제서야 긴 줄이 조금 줄어 들었다.

 

우리 차례가 되어 가장 빠른 비행편을 물으니 화요일 밤 21 05분이란다. 나는 수요일까지 휴가니 괜찮지만 친구는 월요일에는 꼭 가야 할 형편이라 한참을 창구에서 얘기한 후 겨우 나온 월요일 저녁 7 55분 비행기 표 한 장을 어렵게 구했다

 

월요일에는 갈 수 있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공항 밖으로 나왔는데 그 사이 도로 상황이 더 악화되어 버스를 기다릴 수가 없다. 그 사이 도로가 빙판길로 변해 들어 오는 차가 없다. 그래서 친구와 시외버스터미널까지 걸어 가기로 했다.

 

공항을 빠져 나오니 우리 앞에 서 있다 취소는 나중에 집에 가서 한다며 먼저 간 제주도 아가씨 둘이 도로에서 우왕좌왕하며 어쩔 줄 모르고 있다. 두 아가씨들을 데리고 30분 정도 정신 없이 눈밭을 걸어 시외버스터미널꺼지 걸었다. 아침에  짐을 맡긴 숙소로 가니 방이 없단다. 할 수 없이 딸아이에게 전화를 해서 떠날 때까지 거기서 머무르기로 했다.

 

평소에는 제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100번 버스를 타면 딸 아이 집까지 15분 정도 걸린다. 하지만 빙판 위를 달리는 버스는 오늘 엉금엉금 기어간다. 초만원인 버스로 불편해 승객들이 짜증이 날만도 한데 바깥 날씨와는 다르게 버스 안의 온도는 훈훈하다.

 

내 앞에 앉아 계신 아저씨는 비좁은 버스에서 무겁고 덩치 큰 배낭을 맨 나를 보더니 자기가 앉아 있는 좌석 앞 공간에 놓겠다며 달란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이 분은 영업 차량을 운전하시는데 손님을 모셔다 드리고 집에 가는 길에 오늘은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차를 세워 놓고 버스 타고 집에 가신단다. 그러면서 생전 처음 제주에서 버스를 탄다며 승객들과 얘기를 나눈다조금 전 제주 공항의 대혼란과는 다르게 버스 안 승객들은 오늘밤 돌아갈 곳이 있어서 그런지 여유가 있고 느긋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