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보 여행

부암동 주민센터 - 자하미술관 - 서울미술관 - 경복궁역

hadamhalmi 2021. 4. 18. 13:07

 

2021년 4월 17일(토)

 

도보 구간: 부암동 주민센터 - 무계원 - 현진건 집터 - 반계 윤웅렬 별장 - 자하 미술관 - 서울미술관 - 인왕산 자락길 - 더숲 초소책방 - 필운대로 9가길 - 이상의 집 - 경복궁역 3번 출구, 8 km

걸린 시간: 3시간

 

 

주중에 내가 좋아하는 산의 너울 풍경을 주로 찍는다는 작가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는 기사를 읽고 오늘 아침에는 자하 미술관에 가서 사진을 보고 걷기로 했다. 유감스럽게도 오늘 날씨는 흐리고 미세먼지로 시야가 안 좋다.    

 

서울에 살면서도 이쪽 길은 처음이라 지도를 보며 올라 가는데 '무계원'이라는 곳이 있어 궁금해 들어가 보았다. 이른 시간이라 직원들이 청소기를 돌리는라 바쁘다. 안내를 보니 이곳은 무계 정사지로 안평대군과 관련된 유서 깊은 장소다. 이 자리에 7.4 공동 성명을 도출해 낸 장소인 '오진암'의 건물을 옮겨 지었고 '무계원'으로 불렀다고 한다. 

 

무계원을 나와 언덕을 올라가니 현진건 집터가 있다. 마침 정원 공사 중이라 문이 열려 있어 잠깐 들여다 보니 언덕 높은 곳에 작은 한옥 한 채가 있는데 잘 가꾸어진 자연 친화적인 정원은 학교 운동장만큼 넓다.  

 

자하 미술관은 이 길의 끝에 있으니 계속 등산을 해야한다. 올라가는 길에 나이가 많이 드신 할머니 한 분이 집 앞 상수도계량기 옆에 시멘트를 바르고 계신다. 이곳에 70년도에 이사를 와서 40년을 사셨고, 오래 산 사람들이 이제 3-4가구만 남았단다. 집 건너편 공터에는 텃받이 있는데 빨간 튜울립에 예쁘게 피어 있다. 집 정원에 있는 것을 아들이 옮겨다 심었고 겨울에 그냥 두었는데 죽지 않고 살아 남아 아주 예쁘게 피었다고 자랑하신다. 벚꽃이 필 때 오면 더 예쁘다고 알려 주신다. 

 

자하 미술관에서 임채욱 사진전을 보고 내려 오는데 이번에는 다른 할머니가 텃밭 옆 숲에서 곰취를 따신다. 연세가 많아 다리에 힘이 없어 자주 주저 앉으시는 할머니가 왜 이렇게 다리에 힘이 없지하며 혼자 중얼거리시는 모습이 안스럽다. 하지만 조금 전에 딴 곰취를 작은 그릇에 담아 집으로 들어 가시는 할머니의 얼굴에서 행복함이 보인다. 

 

석파정에 가려고 서울미술관으로 걸어 내려 갔는데 오늘은 휴무란다. 그래서 다시 올라와 길을 건너 백사실로 가려고 했는데 내가 평소 걷던 길에 차도가 생겨 낯설다. 비도 오기 시작하고 돌아가서 백사실로 가는 길을 찾아 가기 싫어 인왕산 자락길을 따라 걷다 옥인동으로 내려왔다. 옛 골목길을 이리 저리 걷다보니 이상의 집이 있다. 잠깐 들어갔다 나와 경복궁 역으로 향하는데 코로나로 환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와는 달리 이 동네는 젊은이들로 넘쳐난다. 줄서서 기다리는 식당도 여기저기 쉽게 눈에 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