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노 - 스페인 Camino del Norte

Camino del Norte: 4. Deba - Markina-Xemain

hadamhalmi 2025. 6. 24. 00:01

2025년 5월 14일(수)

도보 구간: Deba - Casa rural Pikua - Barrio de ibiri - Olatz - Ermita de San Miguel - Markina Xemein, 24km
걸린 시간: 8 시간

 

아침에 일어나니 뭐가 잘못되었는지 배탈이 났다. 정로환을 먹고 어제 산 바나나 한 개를 먹었다. 아침 6:50분에 숙소를 나와 카미노 길 표시를 보며 걷기 시작했다. 오늘도 갈 길이 멀다. 되도록 짦은 길을 걸으려고 Variante 길을 걷기로 했다. 숲길로 들어섰는데 진흙길이 장난이 아니다. 초반에 길 표시가 조금 혼란스러워 긴가민가하고 걷고 있는데 한 노부부가 오시더니 이 길이 Variante로 맞단다. 덕분에 안심하고 걸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마지막 언덕을 올라가니 드디어 카미노 정규길이 나온다.

속이 안 좋아 Olatz 교회 건너편에 하나 있는 바도 그냥 지나쳤다. 길을 걷다 쉴 곳도 마땅치 않고 너무 힘들어 경사진 길가에 자리를 펴고 앉아서 쉬고 있으니 지나가던 여자 순례자가 괜찮냐고 안부 인사를 한다. 이 순례자는 프랑스 파리에서 온 Anne 다. 괜찮다고 얘기를 하고 지나쳤는데 Markina-Xemain에 갈 때까지 여러 번 Anne를 만나게 되었다. Markina-Xemain 마을로 내려가는 산길 초입에서 또 둘이 만났다. 공사 중이라 어수선한 가운데 카미노 길표시를 보고 그 방향으로 가면 된다고 알려주었는데 가면서도 계속 맞는 길인지를 확인하며 간다. 이 언덕에 다른 길은 없으니 길 표시만 따라 걸어갔다. 그런데 Markina-Xemain 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벌목을 한 공사장인 것처럼 아주 위험하고 경사진 길이다. 한참을 조심하며 힘들게 내려가는데 신경을 써서 그런지 배탈로 하루종일 바나나 3개와 물만 먹고 걸어서 그런지 위가 너무 아프다. 경사진 언덕을 다 내려가서 보니 앞서 가던 Anne 팔에 상처가 있다. 왜 그런거냐고 물으니 내려오다 미끄러져서 조금 다쳤단다. 

경사진 언덕을 내려와 숲길을 넘어가니 San Miguel 성당이다. 잠시 둘러 본 후 구글 지도를 보며 오늘의 숙소인 알베르게를 찾아갔다. 알베르게로 들어가니 미리 도착한 순례자들이 줄을 서 있다. 다들 내려 온 길이 너무 험했다며 한마디씩 한다.

침대를 배정받고 내 락커에 배낭을 넣은 후 열쇠를 잠궜다. 샤워를 하고 나와서 보니 락커 열쇠가 없다. 호스피탈레로에게 열쇠를 잊어버렸으니 대체 열쇠가 있으면 빌려 달라고 하니 스페인어로 buscar(찾다)만 외치고 있다. 반응이 없어 포기하고 나와 Anne와 알베르게 근처에 있는 빨래방으로 갔다. 사용법을 몰라 친절한 스페인 주민의 도움을 받아 세탁(5유로)과 건조(4유로)를 무사히 마쳤다. 세탁하는 동안에 슈퍼에 들러 물, 과일 그리고 요구르트와 빵을 사왔다. 빨래를 마치고 보니 돌아오니 호스피탈레로가 대체 열쇠를 준다. 그런데 돈도 안 받는다. 고맙다고 인사를 한 후 락커에서 필요한 물건을 꺼낸 후 Anne와 근처 햄버거 식당으로 가서 저녁을 먹는데 햄버거가 의외로 맛있다. 가격도 저렴하고 밥을 먹고 나니 아프던 위쓰림도 가라앉는다. 더위에 걸어서 그런지 콜라를 두 잔이나 마셨다.  

숙소로 돌아와 짐 정리를 하다가 비닐 주머니에서 열쇠가 떨어진다. 잃어버린 락커 열쇠다. 호스피탈레로에게 대체 열쇠를 돌려주며 열쇠를 찾았고 고맙다고 하니 웃으신다. 조용히 락커 열쇠를 전달했는데 Anne가 오더니 너 열쇠 찾았다며 하고 웃는다. 그동안 내가 열쇠 잃어 버렸다는 소문이 이 알베르게에 다 퍼졌나보다. 

 

Ermita de San Migu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