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대학 동창들 만나는 날이다.
현충일인 오늘은 국가 공휴일이지만 대학 교수인 한 친구가
학생들 시험이 있다며 코엑스까지는 멀어서 못 나온다고 해서
동국대 입구 2번 출구 나와서 만나기로 장소를 변경했다.
대학 친구들과 남산을 산책하다 소나무 숲에 앉아 수다를 떨 생각이었지만
워낙 걷는 걸 싫어하는 아이들이니 혹시 몰라 친구들이 오기 전에 태극당 주변의 커피숍도 찾아 보고
지난 주 오장동 함흥냉면을 먹으러 가던 길에 본 일본 가옥 사진도 찍을 겸
파라다이스 재단 위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좁은 골목에 이렇게 좋은 숲이 있을 줄이야. 이쪽 길에서는 문이 굳게 닫혀 있어 접근이 불가능하다.
나중에 주변을 둘러 보니 현대 문학 박물관에 속한 숲이다.
한 시간을 기다리니 공휴일에도 일한 친구가 온다.
한 친구의 신발을 보니 도저히 남산에 가기는 틀렸다.
친구들과 만나 순두부를 먹을 계획이었지만 날이 더워 걸어서 오장동 냉면집에 가기로 했다.
냉면을 먹은 후 중부시장의 찹쌀 도너츠를 사러 갔더니 아저씨가 반기신다.
지난 번 블로그에 올린 사진 덕분에 어제 텔레비젼에 나왔다고 자랑을 하신다.
덕분에 도너츠 한 개를 덤으로 주시려는데 같이 간 친구는 이왕이면 큰 것으로 달란다.
휴, 염치도 좋지.
사람은 역시 원하는 것 만큼 받나 보다.
아저씨는 기분 좋게 친구가 달라는 것을 싸 주신다.
도너츠를 봉지에 담아 들고 미리 봐 둔 장충동 '하늘 정원' 카페로 향하는 길에
중부시장 도로 길 건너 편을 보니 한 아저씨가 관에서 쇠를 빼고 계신다.
저건 뭐에 쓰는 물건이지?
대학 친구 중 한 명이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낸 집.
다른 친구들이 오기 전에 이 친구와 함께 태극당 뒤편에 있는 이 집을 보러 갔지만
폐허가 되어 집 앞 골목도 막아 놓아 접근이 불가능하다.
'하늘 정원'에서 수다를 떨다 2층 화장실을 다녀 온 친구가
2층 발코니에서는 자기가 태어난 집을 볼 수 있다기에 올라가 보았다.
좁은 뒤뜰에는 빈 장독 하나만 덩그러니 남아 있고 잡초만 무성하다.
지은 지 50년이 넘은 이 집은 언제부터 사람이 살지 않은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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