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도보 여행

해남 (차경 마을의 함박골 큰 기와집 - 오산리 갯벌 체험 마을)

hadamhalmi 2010. 7. 9. 20:25

 

셋째 날: 7월 8일 

 

걸은 구간: 차경리 함박골 큰기와집 - 오산리 갯벌체험 마을

걸린 시간: 1시간

 

어제는 너무 힘이 들어 푹 쉬려고 게으름을 피웠지만 일어나니 아침 9시다.

창밖을 내다 보니 어제 보다 날씨가 좋다.

어제 저녁 몸이 피곤하면서도 늦게까지 성경 공부를 하다 잔

아들아이는 피곤한 지 아직 한밤 중이다.

조용히 혼자 먼저 일어나 이 집을 둘러 보았다.

 

 

 

 

 

 

소줏병에 도라지 꽃을 담아 들고 나오시는 아주머니의 모습과 마음 씀씀이가 소박하다.

소줏병에 꽃을 꽃은 걸 보면 손님들이 성의 없어 한다며

신문지로 병 주위를 감싸신다.

 

우리는 일정을 변경해서 강진으로 가서

다산 유배길을 걸을 계획이라고 말씀 드리니 아주머니는 아쉬워 하면서

해변길이 좋으니 조금 걷다가 강진으로 올라 가라신다.

 

그러면서 아주머니는 일이 있어 나가니 길 건너 기사 식당에서 아침 밥을 먹고 와 기다리면

일을 보고 와서 해변가 걷는 곳까지 차로 데려다 주시겠단다.  

 

 

 기사 식당의 6000원짜리 백반이 여행 중 먹은 밥 중 가장 맛있었다.

된장국도 맛있고 아침부터 삼겹살에 상추쌈을 먹었다.

식사 후에는 진하게 끓인 숭늉도 한 그릇 준다.

아들애는 맛이 있다며 밥 한 그릇을 더 추가로 시켰는데 무조건 6000원이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남창에서 강진 가는 버스를 타고 가다 보니 이곳을 지나간다.

이럴줄 알았으면 택시를 타고 남창으로 나갈 필요가 없었는데...

 

 

 아주머니는 믿거나 말거나 달마산과 두륜산 그리고 완도의 오봉산의 기가 모여 드는 곳이 바로

 함박골 큰기와집(전화: 011-9606-7557)이라며

이곳에서 큰 인물이 날 거라고 지관을 잘 보는 손님이 그러셨단다.

 

 차경마을 쉼터에는 아저씨들이 나와 그늘에서 쉬고 계신다.

 

 

아주머니를 기다리면서 오늘 일정을 애기해 보았는데 아들아이는 어제 너무 힘이 들었는지

머리도 아직 아프니 해변가만 걷고 오늘 서울로 올라 가잔다.

 

그런데 12시가 지나도 아주머니가 안 오셔서

전화를 드리니 예정보다 늦으신단다.

더 지체하기는 어려워서 아주머니께 길을 물어 해변가로 걸어 갔다.

(이 집에서 해변가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다.

이렇게 가까운 줄 알았으면 진작에 나왔을텐데...)

  

 민박집 안에 있는 호남길 표지판.

이 표시를 따라 가다 왼쪽의 농노길을 따라 내려 가면 해안도로가 나온다.

 

 뒤로 보이는 산이 두륜산이다.

 

 멀리 흐릿하게 보이는 산이 달마산이다.

아들에게 달마산이라고 알려 주니 그쪽은 보기도 싫단다.

 

 해안 도로를 따라 걷다 오른쪽으로 난 사잇길로 접어 드니

갯벌이 정말 드넓게 펼쳐져 있다. 

점심 시간이라 그런지 아주머니 한 분만이 갯벌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잡고 계신다.

 

갯벌 생물들을 가까이 찍고 싶다며 갯벌로 내려 간 아이는

물길 주변의 갯벌이 더 부드럽다는 사실을 잊고 건너다

푹푹 빠지는 사고(?)를 당했다.

 

 그래도 계속 갯벌로 가기를 고집하다 또 빠지고...

.

 갯벌 근처에서 소를 키우는 집이 있어도 이곳은 무심코 지났다.

 

 

 하지만 조금 더 가니 근처에 축산 농가가 있는지 분뇨 냄새가 너무 심하다.

갯벌과 축산 농가라.....

갯벌을 따라 걸으며 뻘에 빠진 아이가 씻을 곳을 찾았지만 아무데도 없다.

 

 

 

갯벌 체험장의 쉼터에 계시는 할머니 두 분께 버스 시간을 물으니 모르신단다.

그럼 택시를 어떻게 부를 수 있냐고 물으니 모르신단다.

아이가 뻘에 빠진 모습을 보시더니 혀를 차신다.

마침 쉼터로 오시는 동네 아저씨 한 분을 가리키며 저 분께 물어 보라신다.

아저씨는 택시를 불러 타고 나가면 2,500원이면 된단다.

그러면서 아들애 보고 근처 갯벌체험관 옆의 오산리 사무소 앞에 물이 있으니

그곳에서 씻고 오면 택시를 불러 주시겠단다.

이렇게 고마울수가...

 

씻으러 간 아이를 기다리며

쉼터에 앉아 건너편 전봇대를 보니 호남길 표시가 보인다.

어제 삼남길로 가는 것을 포기했는데 결국 오늘 다시 삼남길에 서 있다.

 

아이가 씻으러 간사이 아저씨가 하시는 말씀을 들으니 한이 많으신 분이다.

쉼터 마루에 내려 놓은 까만 비닐 봉지에는 두루마리 휴지 1통과 소주 한 병이 들어 있다. 

아저씨의 사연을 듣고 있는데

마음씨 고운 민박집 아주머니가 어디까지 갔냐면서 픽업해 주시려고 전화를 하셨다.

하지만 우리가 아주머니를 너무 귀찮게 해 드리는 것 같아

택시를 타고 남창으로 가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아이가 씻고 돌아 오니 벗어 들고 온 등산화와 옷 보따리가 한 봉지나 된다.

다른 곳에 묻지 않게 하려고 배낭에 있는 큰 비닐 봉지를 꺼내 다시 한 번 담았다.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남창 택시를 부르니 조금 있으니 택시가 들어 온다.

아저씨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택시를 탔는데 금방 남창이란다.

어제는 피곤해서 그랬는지 남창에서 민박집까지 거리가 조금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그리 멀지 않다.  

 

 

 오산리 갯벌 체험 마을.

 

20억을 들여 만든 갯벌 체험장 근처에 축산 농가가 있는 이곳을

청정 지역이라 할 수 있냐는 마을 주민 아저씨의 푸념이 귓가에 선하다.

이렇게 풍경이 좋은 지역에서 또 한번 드러난  

주먹구구식 행정을 경험하고 보니 마음이 씁쓸하다. 

 

택시를 타고 남창에 가니 바로 강진 가는 버스가 있다.(택시값은 2,500원)

해남으로 갈지 강진으로 갈지 몰라 표 파는 분께 길을 물으니 강진으로 가서 서울로 가란다.

결국 강진에 가서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에 도착하니 저녁 8시 20분이다.

 

아쉽게도 일정을 다 소화하지 못하고 돌아 왔지만

나름대로 재미있는 여행이었다.

 

해남은 아직 시골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지역이다.

특히 면소재지라는 남창도 그렇고 강진으로 다니는 버스를 타고 지나 온 마을들이

 아직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조금은 놀랐다.

서울에서 살다 보니 모든 것이 빨리 돌아 가는 줄 착각하며 살았나 보다.

이곳의 시계는 분명히 느리게 가고 있어 내가 여행하기에는 조금 불편했지만

우리의 옛 모습을 되돌아 볼 수 있어 좋았다.

 

중간에 갑자기 돌아 온 우리를 보고 딸 아이는 나 혼자라도 다 걷고 오지 그랬냔다.

하지만 모처럼 함께 떠났는데 아프다는 아이를 혼자 올려 보내기도 그렇고

나도 몸이 많이 지쳐 있어 돌아 오길 잘했다 싶다.

이번에 못 걸은 길은 다시 가서 강진부터 걸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