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도보 여행

해남 (땅끝 송호 해변 - 미황사)

hadamhalmi 2010. 7. 9. 13:05

 

 

둘째 날:  7월 8일

   아마도 오늘 일정이 걱정 되서인지새벽 5시에 눈이 떠졌다. 일어나 창밖을 보니 어제 저녁보다 해무가 더 짙다.더 자려다 혹시 해무에 쌓인 해송을 멋지게 찍을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새벽에 모래사장을 걷는 그 맛을 느끼고 싶어 해변가로 나가니 해무가 너무 짙게 끼어 앞이 잘 안 보인다.해송숲을 한참을 거닐다 오늘 갈길이 멀어 방으로 돌아와 자는 아이를 깨웠다.

 

아들애는 아침으로 캘러그에 어제 저녁 사다 놓은 우유를 말아 먹고 난 크낵커 브롯에 치즈를 얹어 간단히 먹었다.점심은 땅끝 식객 님이 어제 일러 준 대로 12시경 미황사 근처 식당에서 먹을 계획으로짐을 챙긴 후 아침 7시에 길을 나섰다.      

 

도보 구간: 송호 해변 - 보건소 - 사랑개 - 독살 체험장 - 송종마을 - 중리 마을 - 허준횟집 광고판 - 대죽삼거리 - 대죽 마을 - 마봉 마을 - 마봉리 약수터 - 도솔암 - 떡봉 - 하숙골재 - 부도암 - 미황사 걸린 시간: 10시간

 

 

 

 

 

 

오오둘둘 민박집 아저씨가 기르는 동백나무 분재

 

 

 습기가 얼마나 심한지 비가 온 것도 아닌데 거미줄마다 물방울이 맺혀 있다.

 

 송호 보건 진료소앞에 난 길로 올라가 바로 진료소를 끼고 밭길로 올라 간다.

 

 

 사랑개

 

 

걸어 온 길을 둘아 보니...

 

  제주 올레에서 해변가의  바윗길을 여러번 걸었지만 이번에는 거의 암벽 등반 수준이다.아들애가 없었다면 혼자서 이 길을 걷기는 힘들었을게다.

 

 힘든 고생을 하며 해변가를 걸어 왔더니 드디어 멋진 풍경이 눈앞에 보인다.바닷물이 빠지면 돌로 막아 놓은 곳에서 남은 물고기를 잡는단다. (독살 체험장)

 

 아들애는 미끄러운 이 길을 끝까지 고집스럽게 걸어간다.난  이끼가 낀 돌이 너무 미끄러워 가다가 포기하고 해변가로 나왔다.

 

 

 

 

 공룡 발자국 아니냐고 물으니 아들애가 비웃는다.너무 상상을 많이 했나...

 

 대형 숙박 시설을 짓는 중인 선착장해무가 짙게 껴서 아무 것도 안 보이는 이곳에 숙박시설을 짓는 걸 보니 경치가 좋은 곳인가 보다. 이곳까지 오는데 고생도 너무 믾이 해서 국도로 나가려고 길을 물으니 만만치 않다.다시 공사장을 내려와 해변가로 걷기로 했다. 

 

 

 

 

 이곳의 순비기 나무는 제주도 광치기 해변에서 본 것 보다 키가 제법 크다.  

 

 

 

 해송숲으로 둘러쌓인 축구장.풀을 깍지 않아 발이 푹푹 빠질 정도로 플이 무성하다.

 

작은 선착장에 앉아 쉬다가 짙은 해무로 앞도 잘 안보이고 더 이상 시간을 지체 할 수없어 국도로 나가기로 했다.

 

 

 장날이라 그런지 아침 일찍 장을 보고 돌아 오시는 송종 마을 주민들.

 

 

 

 

멀리 신비의 바닷길이 보인다.

 

 

 

 대죽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들어서 대죽 마을로...4시간을 걸어서 이곳에 왔지만 쉴만한 그늘도 물건을 살 곳도 보이지 않는다.신비의 바닷길을 바라 보며 지나 온 허준 횟집서 이른 점심을 먹을 걸 후회하며 길을 계속 간다. 

 

대죽 마을.마을 입구 쉽터에서 잠시 앉아 쉬면서 아들애 보고 건너편 집에 들어 가 수건에 물 좀 적셔다 달라고 부탁을 하면서 길을 물어 보라고 하니수건에 물만 적셔 나온다.집에 계시는 할머니가 귀가 어두워 물을 상황이 아니란다.

 

마침 들어 오는 차를 세우고 길을 물으니 마을로 들어가다 길이 만나는 곳을 따라 가란다.

 

 

 

마을길로 들어서 언덕을 올라 가니 일하시는 마을 주민들이 계신다.도솔암 가는 길을 물으니 멀리 송신탑을 가리키며 그곳에 도솔암이 있으니 곧장 가다 오른쪽에 교회가 보이면 꺽어 지라며 한 시간 안에 그곳에 가기는 힘들단다.

 

 멀리 보이는 산이 달마산.산 언덕에 희미하게 보이는 것이 송신탑이다.

 

 

말씀 대로 걷다 보니 도솔암 표지판이 나와 교회는 잊어버리고 길을 따라 걷다 오른 편을 보니 교회가 보인다. 교회가 있는 뚝방길로 들어섰으면 더 시원했을텐데...

 

그래도 가는 길에 동네 주민을 만나 도솔암 가는 길을 물으니 먼저 약수터 찾아 가는 지름길을 알려 주신다.약수터를 거쳐서 도솔암을 갈 수 있다며...역시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는 게 있다.

 

날씨는 덥고 허기는 지고 쉴만한 그늘도 없고 해서둘 다 몸이 지칠대로 지쳤지만 아저씨가 알려 주신 약수터에 가면 그늘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기운을 내서 걷기로..

 

 

 

 

 

 

 

 약수터로 물을 길러 오시는 마을 주민.길가의 넓은 밭 여기 저기에는 밀을 거두지 않아 마른채 남아 있다.

 

 마봉리 약수터 물맛은 정말 좋지만 우리가 기대했던 그늘은 없었다.아침에 가져 온 물병 3개에 모두 가득 물을 담고 배가 고프니 물도 실컷 마시고 수건과 모자를 찬물에 적셔 머리에 쓰고 더위를 식히려고 안간힘을 쓴다.그늘 없는 약수터에서 쉬기는 무리니 계속 걷기로 했다.

 

 드디어 송신탑이 가까이 보인다. 가도 가도 산길에 그늘이 없다.나중에 보니 송신탑 근처에 부대가 있어 산꼭대기까지 시멘트 포장이 되어 있어 자동차가 올라간다.

 

 망개잎을 한 자루씩 따서 이고 가는 아주머니들

 

 

 

 이 지도를 사진 찍은 덕분에 잘못 든 길에서 헤매지 않고 희망을 가지고 미황사까지 내려 올 수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더운 날씨에 힘은 들었지만 도솔암에서 미황사까지 한 시간이면 내려 온다는 땅끝식객 님의 말씀만 믿고곧 점심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힘을 내서 걸었다.

 

 도솔암으로 가는 길에 드디어 그늘 숲이 있다.

 

 경치에 취해 힘든 줄도 모르고...

 

 

 

 

 멀리 보이는 큰 섬이 완도.

 

 도솔암도솔암을 나와 개집 앞으로 난 오른쪽 길로 내려 가라는 땅끝 식객 님의 말씀을 잊어 버리고 도솔암 가는 길에 본 미황사 표지판에 홀려 도솔암에서 내려 가는 길을 지나쳐 미황사 표지판에 따라 걸어 갔다.이 일이 나중에 우리를 얼마나 힘들게 할 지 우리 둘 다 몰랐다.   (이 길로 미황사를 가는 것은 맞지만 우리는 등반을 하려고 온 것이 아닌데 결국 본의 아니게 달마산 등반을 하게 되었다.)

 

 

 

 

 도솔암의 작은 마당

 

 이 표지판 때문에...

 

 

 도솔암에서 떡봉까지 오는 동안 아들애는 뒷따라 오는 내가 안 보이면 엄마 엄마 부르며 조심해서 빨리 오라고 재촉한다.길은 잘 모르고 해가 지기 전에 내려 가야 하니 걱정이 되나 보다.

 

 

 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우리가 가진 물은 이제 100ml도 남지 않았다.미황사 내려 가는 길은 아직도 멀고 해서도솔봉 입구에서 찍은 사진을 다시 돌려 보니 하숙골재로 내려 가면 중간에 천년 숲길과 만난다고 되어 있다.아들 아이와 난 각기 앉아 기도하고 나서 하숙골재로 내려 가기로 결정했다.모든 것은 하나님께 맡기고...

 

 

 하숙골재로 내려 가는 길은 사람 하나 겨우 다닐 정도로 좁은 산길인데다 사람이 다니질 앉아 숲이 우거져 중간중간 숲을 헤치며 길을 찾아 내려 가야 했다.그래도 산등성이의 암릉 지대가 아닌 흙길이고 미황사로 내려 간다는 희망에 힘을 냈다.드디어 천년 숲길이 나타나니 안도의 숨이 쉬어진다.오른쪽으로 꺽어져 서늘한 숲길을 따라 걸어 가니 엄청나게 많은 바윗돌이 쌓여있다.  

 

 

 부도암과 부도전

 

이곳 암자 옆에서 나오는 물은 시원하고 맛이 좋아 더위를 잊게 한다.바위산 어디에서 이처럼 좋은 물이 콸콸 흐르는지 신기하다.

 

 드디어 미황사 입구에 도착했다.아들애는 긴장이 풀렸는지 절을 구경할 생각은 안하고 그냥 쓰러진다.피곤해서 그렇겠거니 생각하면서도 어렸을 적에 나도 절 구경에는 관심도 없었기에 나를 닮았나 싶어 절로 웃음이 나온다.

 

 미황사 대웅전묵언 수행 중이라 발자국 소리도 조심해서 걸으며 살짝 둘러 보고 나왔다.

 

 

 

 

 

 템플스테이로 유명한 절의 장독대가 너무 조촐해 보인다.

 

절을 구경하고 나오니 이젠 남창까지 갈 길이 막막하다.땅끝식객님이 이곳에 12시 경에는 도착할 수 있다고 했는데 우리는 오후 5시에 도착했으니 남창까지 걸어서 가는 것은 무리다.마침 젊은 아저씨 두 명이 측량기기를 들고 나온다.나가는 길에 혹시 태워 줄 수 있냐니 뒷자리가 좁아서 불편하지만 괜찮다면 기꺼이 타라며 뒷자리를 만들어 주신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서울에서 미황사를 측량하러 오신 분들로 해남까지 가신단다. 순간 오늘 너무 힘들게 걸어서 해남까지 타고 가서 서울로 가고 올라 싶은 충동도 들었지만하룻밤을 더 자 보고 결정하기로 하고 해남과 남창으로 가는 월송에서 감사 인사를 하고 내렸다.

 

차에서 내리니 슈퍼 앞에 한 아가씨가 앉아 있다.남창 가는 버스를 어디서 탈 수 있냐고 물으니우리가 내린 곳이 바로 버스 정류장이고 곧 남창 가는 버스가 온단다.아, 아이스크림이라도 사 먹고 싶은데 벌써 완도 가는 버스가 들어 온다.급히 2,000원을 내고 버스표를 사서 차에 타니 조금 가서 남창이라며 내리란다.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남창에 도착하니 오후 5시 20분이다.

 

남창 버스터미널 슈퍼에서 우선 아이스크림을 하나식 물고 더위겸 시장끼를 달래면서 먹을 곳을 찾는데갑자기 방역차가 나타나 시끄럽게 돌아 다니며 주변을 하얗게 만들어 놓고 지나간다.본의 아니게 땀으로 쩔은 우리도 깨끗이 소독되었다.이 소독 냄새나는 하얀 연기 속에서도 아이스크림이 얼마나 맛이 있던지... 가져간 육포로 겨우 끼니를 때우고 지금까지 버텼으니 우리도 대단하다.

 

어제 땅끝 식객 님이 남창에 오늘 장이 선다고 했었기에장터 근처에 맛있는 곳이 있을까 싶어 지나 가시는 아저씨께 장이 서는 곳을 물으니 장은 12시면 끝난다고 하신다.식사할 곳을 찾는다고 하니 경찰서 앞의 진미 식당으로 가란다.겉보기에는 허수룩해 보여 고민을 했지만 달리 방법도 없어 들어가서 김치찌개를  맛있게 먹고 창문 밖을 내다 보니 송호 해변에서 잃어 버렸던 삼남길(호남길) 표지판이 눈에 들어 온다.

 

 

식사 후 오산리에 있는 '함박골 큰기와집'에 전화를 걸어 픽업을 부탁 드리니 아주머니가 곧 오시겠단다.그 사이 농협 마트에 가서 수박이라도 사려고 갔더니 다 팔리고 없단다.할 수없이 내일 필요한 물을 얼리기 위해 물 3병을 사고 빵과 우유 그리고 오이 2개를 사고 나오니아주머니가 오신다.오늘 땀을 너무 많이 흘리고 피곤해서 시원한 수박이 먹고 싶었는데 작은 수퍼의 냉장고에 있는 수박은 모두 덩치가 거서 못 사오는 길이라니 주인 아주머니가 집에 수박이 있으니 조금 주시겠단다.  

 드디어 우리가 묵을 숙소인 '함박골 큰 기와집'에 도착했다.

 

오늘은 정말 긴 하루였다.아들애는 숙소에 도착해서야 산꼭대기에서 어지러워서 힘이 들었다며 털어 놓는다.  감기 기운도 조금 있던 차에 더위에 허기진채로 10시간을 걸었으니 무리를 했나 보다.나도 오늘 무리를 해 몸 상태가 안 좋다.

 

내일은 충분히 몸을 회복시키기 위해 늦게까지 자고 일어 나서 몸 상태에 따라 일정을 정하기로 하고 우리는 아주머니가 썰어 주신 수박을 감사하게 먹고 나서 각자 휴식을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