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도보 여행

악끈다랑쉬오름-다랑쉬오름

hadamhalmi 2012. 1. 30. 20:08

 

도보 구간: 용눈이 오름 입구 - 악끈 다랑쉬오름 - 다랑쉬 오름 - 비자림 버스 정거장 

 

 

용눈이 오름 위에서 악끈 다랑쉬로 가는 길을 잘 보아 두었던 친구의 의견대로 이번에는 용눈이 오름 앞에서 왼쪽으로 꺽어져 조금 걸어가다 길 건너편 처음 만난 사잇길로 들어섰다.

 

악끈 다랑쉬 오름을 향해 걷는 이 길에 우리 둘 외에는 아무도 없다. 겨우 차 한 대 지나갈 만한 좁은 길에서 우리는 따뜻한 햇살과 평화로운 풍경을 즐기며 여유롭게 걸었다.

 

다랑쉬 오름으로 가는 길에 길을 따라 걷기 싫어 밭사이로 질러가기로 했다. 그런데 밭담에 망을 쳐 놓아 넘어 갈 길이 막막하다. 되돌아 가야 하나 하고 주변을 둘러 보니 다행히 망이 찢긴 곳이 있어 그 사이로 겨우 빠져 나왔다.

 

지난 해 2월에 왔을 땐 다랑쉬 오름 탐방소 건물만 지어 놓았었는데 이번엔 안내해 주시는 아저씨도 계시고 전시관도 열어 놓았다. 탐방소 입구에 있는 의자에 앉아 악끈 다랑쉬 오름을 바라보며 바나나와 감귤쨈을 바른 토스트빵을 점심으로 먹었다. 평소엔 먹지도 않는 토스트빵이 이렇게 맛있다니 역시 좋은 공기와 따스한 햇살, 그리고 평화로운 풍광 덕분일 것이다.  

 

악끈 다랑쉬오름은 온통 갈대밭이다. 다랑쉬오름 탐방 안내소 아저씨가 다랑쉬오름에 먼저 가보라고 하셨지만 우리 생각대로 악끈 다랑쉬 오름에 먼저 오길 잘했다. 악끈 다랑쉬 오름은 작지만 다른 오름과는 또 다른 맛이 있다.

 

오늘은 시야가 좋아 멀리에 있는 섬 하나가 보인다. 용눈이 오름에서 악근다랑쉬 오름 가는 길에 본 이 섬이 궁금해 다랑쉬 오름 탐방 안내소 아저씨에게 물으니 무인도란다. 

 

혹시나해서 다랑쉬 오름을 오르며 만난 한 제주 아가씨에게 물으니 자기는 섬이 안 보인단다. 세화쪽으로 섬을 향해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키니 아 '그 섬이요'하신다. 그 섬 이름이 뭐냐고 다시 물으니 자기도 모른단다. '그 섬이요' 하시길래 이름을 댈줄 알았더니 섬이 보인다는 뜻이란다. 이 아가씨 제주에 40년간 살았지만 며칠 전 처음 한라산에 올랐고 오늘 처음 다랑쉬오름에 왔단다. 역시 가까이 있으면 주변이 잘 안 보이나 보다. 알고 보니 이 섬은 여서도다.

 

다랑쉬 오름을 여유롭게 즐기며 돌고 내려 오니 오후 3시다. 비자림 앞에서 세화 가는 오후 3시 58분 버스를 타려면 이제부터 부지런히 걸어 나가야 한다. 바쁘게 비자림을 향해 걷고 있는데 밭에서 무를 수확하시는 할머니가 무를 먹고 가라며 우리를 부르신다. 그러면서 할머니들이 싱싱한 무를 하나씩 뽑아 식칼로 씩씩하게 다듬어 주신다. 다 잘라버리고 나니 무가 반 동강이 나 있었지만 무 맛은 달고 시원한 것이 정말 기가 막혔다.

 

처음에 친구는 버스를 놓칠까봐 부지런히 걷던 내가 시간도 부족한데 무를 먹고 가려고 하자 불안해서 머뭇거렸다. 그러나 친구도 곧 날 믿고 따라서 무를 하나씩 얻어 먹었다. 이렇게 맛있는 무를 먹으며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살과 찬바람을 맞으며 걷는 이 행복을 어디서 누릴 수 있을까? 

 

부지런히 비자림 입구에 도착하니 그래도 버스 시간이 10분이나 남았다. 이럴줄 알았으면 더 여유롭게 무맛을 즐기며 걸을 걸.

 

비자림 앞에서 세화가는 버스를 타고 평대 사무소에서 내려 길을 건넌 후 제주행 시외버스를 타고 제주에 도착해 덕인당 빵집에 가니 오후 5시다.

 

정확하게 계획을 짜고 떠난 길도 아니고 다랑쉬 오름에서 비자림 나오는 길 외에는 서두르지도 않았지만 아침 9시부터 걷기 시작해 덕인당까지 오는데 걸린 8시간을 정말 기가 막히게 사용했다.

 

숙소로 가서 아침에 맡긴 짐을 찾아 공항으로 가니 오후 6:10분 경이다. 3층에 있는 식당가의 중국집에서 자장면과 볶음밥을 저녁으로 먹은 후 여유롭게 탑승 수속을 하고 서울행 비행기를 탔다.

 

별로 아끼지도 않고 먹고 싶은 것을 다 먹으며 다녔는데도 4박 5일 동안 둘이서 여행 경비로 50만 원을 썼다. 이는 비행기 값과 숙박비가 저렴한 덕분이다. 

 

이번 여행에서도 친절한 제주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게다가 제주 방언도 이젠 제법 귀에 들어 오니 제주도 사람들이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진다. 다행히 날씨도 좋고 바람도 크게 세지 않아 친구와 함께 별 어려움 없이 평화로운 길을 만끽하며 걸었다.

 

친구와 난, 오늘 걸은 이 평화롭고 환상적인 길이 너무 마음에 들어 앞으로 제주에 올 때마다 걷는 정규 코스로 정했다.

 

 

 

멀리서 본 용눈이 오름
오늘은 서울로 올라가야 하니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모험은 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 악끈 다랑쉬 오름으로 가는 입구가 다랑쉬오름 앞에만 있는 것 같아 다시 다랑쉬 오름으로 가기 위해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걸었다.  
악끈다랑쉬 오름
다랑쉬 오름
악끈 다랑쉬 오름에서 내려 오는데 어디서 왔는지 노루 세 마리가 유채밭에 있다. 우리가 밭 사이로 올 때 만났으면 얼마나 놀랬을까?
성산일출봉, 은월봉, 악끈다랑쉬 오름
다랑쉬 오름에서 본 악끈다랑쉬 오름
송당 개발 지구. 이렇게 넓은 곳에 위락시설이 들어 올 예정이라니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당근 수확을 하는 아주머니들
봉고 차 안에 물탱크를 설치해 놓아 설겆이가 가능하다. 그런데 하수 처리를 제대로 할 수 없어 물이 모두 길바닥으로 흐른다.
오른쪽에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섬 이름이 궁금하다. (혹시 완도에 속한 여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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