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스페인 프랑스길

26. 팔라스 델 레이 - 리바디소

hadamhalmi 2014. 7. 2. 23:30

2014 7 2()

 

도보 구간: 팔라스 델 레이 - 멜리데 - 리바디소, 25.9Km, 7시간

 

 

밤새 고열과 기침으로 힘이 들었다. 나 때문에 같은 방 사람들의 잠자리가 불편했을 텐데 아무도 내색하지 않고 오히려 몸은 괜찮냐고 걱정을 해준다.

 

하루 더 알베르게에서 쉴까하다 가는 데까지 가보기로 하고 느즈막히 일어나 출발했다. 오늘은 도보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함께 잔 사람들이 다 나간 다음에 맘 편히 느긋하게 침낭을 정리하고 배낭을 꾸렸다.

 

멜리데 초입에 있는 한 식당 점원이 지나가는 나를 부르며 자기 식당에서 문어 요리를 먹고 가라고 호객 행위를 한다. 한국어 추천 글귀와 함께 맛보기로 문어 한 점을 주는데 부드럽고 맛이 괜찮다.

 

지난 밤에 한 방을 쓴 스페인 청년에게 아직 맛있는 파에야를 못 먹어 아쉽다고 했더니 스페인 북부에서는 맛있는 파에야를 맛보기 어렵고 여기서는 문어 요리를 먹어야 한다는 말이 생각나 식당으로 들어가니 많은 순례자들이 문어 요리를 먹고 있다. 게다가 내게 문어를 먹으라고 얘기해 준 청년도 벌써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시식 때와는 달리 주문해서 나온 문어 요리는 소금을 넣고 부드럽게 삶은 후 그 위에 올리브유와 서양 사람들의 고춧가루를 살짝 뿌린 것으로 밍밍한 것이 맛이 없어 조금만 먹다 가지고 다니는 플라스틱 그릇에 담았다.

 

오늘은 몸이 안 좋아 조금만 걸으려고 했으나 걷다 보니 유칼립투스 숲을 지나 26 Km나 걸었다. 순례자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는 근사해 보이는 알베르게에 짐을 풀고 보니 이곳의 부엌에는 조리기구를 가지고 온 사람만 사용할 수 있다.

 

식료품 가게도 없고 끓인 차도 마실 수 없으니 할 수 없이 알베르게 옆에 있는 바에 가서 케잌과 음료수를 시키고 점심 때 남은 문어와 바게트 빵으로 저녁을 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