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도보 여행

제주 여행 후기

hadamhalmi 2016. 1. 27. 01:31

 

 

 

 

33년 만의 폭설로 제주에서 발이 묶였다. 2 3일 일정으로 친구와 떠난 도보 여행이 갑자기 5 6일로 늘어 나면서 불편도 많이 겪었지만 그 또한 나에겐 유익한 시간이었다. 고맙게도 제주에 사는 딸아이 덕분에 제주에 연고가 없는 다른 사람들보다 불편은 덜 겪었다.

 

월요일 아침, 예정과는 달리 기상 악화로 저녁까지 공항이 폐쇄된다는 뉴스에 그 동안 월요일 밤 7 55분 비행기로 서울에 갈 수 있다는 실낱 같은 희망을 품고 있던 친구는 크게 실망했다.

 

마침 딸아이 친구도 제주 여행을 왔다 월요일 오후에 올라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항공편이 취소되어 공항에 나왔다가 대기표를 받았다고 연락을 해주어 우리도 대기표를 받으려고 서둘러 공항으로 나갔다.

 

먼저 창구 직원에게 가서 화요일 저녁 비행기표를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으냐고 물으니 현재 화요일도 운항 재개 여부가 불투명하니 일단 대기표를 받아 놓으란다줄을 서서 427번과 428번 대기표를 받은 후, 출발 한 시간 전에 대기표를 받은 사람들에게 문자 서비스를 보내 줄 계획이니 공항 근처에 있으라는 티웨이항공사 직원의 말만 믿고 집에 가서 기다리려는데 한 시부터 공항 운영이 재개 된다는 제주 공항 안내 방송이 나왔다.

 

확인을 하려고 다시 올라 가 항공사 직원에게 물으니 자기들은 위에서 내려 온 안내가 없어 오늘 운항 재개 여부를 말할 수 없단다. 기가 막힐 지경이다.

 

상황이 어떻게 변할 지 몰라 우선 혼자서 짐을 가지러 집에 갔다 오니 그 사이 친구는 다른 사람이 대기표를 받고 서울로 떠난 스티로폼 자리를 넘겨 받아 공항 생활을 시작하고 있다.

 

15시간 동안의 공항 생활에서 우리는 난민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었고, 불안한 마음에 가끔씩 대구나 부안으로 나갈 수 있는 유혹을 뿌리치며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밤 12시경 12 55분에 떠나는 마지막 임시 항공편 좌석을 얻었다.

 

하지만 제주를 떠날 수 있다는 기쁨도 잠시 항공사 직원이 아무런 이유도 말해 주지 않고 잠시 공항이 폐쇄된다고 하는 말을 듣고는 다시 공항이 폐쇄되어 제주를 떠날 수 없을 까봐 다시 맘이 불안해졌다.

 

서둘러 수속을 마치고 출국장에 들어와서도 비행기 출발 시간인 12 55분이 한참 지났는데도

비행기가 지연된다는 전광판 안내만 있고 방송 안내가 없다. 한 시간 가량 지나서야 비행기가 지연되고 있으니 다른 안내가 있을 때까지 기다리란다.

 

 결국 비행기 탑승은 출발 예정 시간보다 두 시간 가량 늦은 새벽 2 40분에야 가능했고, 서울에 도착하니 새벽 4시다.

 

비행기를 타면서 받은 대중교통 연결 안내 자료를 보니 고속터미널로 가는 버스가 있어 김포에 도착해서 탑승 게이트로 가 안내대로 버스를 타니 초만원이다. 여행 버스 기사는 서서는 갈 수 없다며 껴서 앉아 가든지 그게 안되면 선 사람들은 모두 내리란다.

 

그럼 다음 버스는 언제 있냐고 기사에게 물으니 전화로 물어 확인해서 알려 줄 테니 일단 내려서 기다리란다. 내린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니 다른 안내 직원이 와서 날씨가 추우니 그 동안 줄 서지 말고 들어 가 있으면 버스 올 때를 알려 주겠단다.

 

이 시각 김포에 도착한 비행기가 적어도 4편은 되는데 달랑 한 대의 버스를 마련했다니 기가 막히다. 15시간 이상을 공항에서 사투를 벌이며 겨우 서울에 온 승객들에게 추운 겨울 새벽에 다음 버스까지 기다리라고? 어이가 없다.

 

난 새벽에 기온도 떨어지고 장시간 시달려 몸이 피곤해 다음 버스를 기다릴 맘이 없어 택시 승강장으로 가서 택시를 타려고 줄을 섰다. 택시는 의외로 많이 들어 와 오래 기다리지 않고 쉽게 탈 수 있었다.

 

하지만 앞에 있던 승객이 구로구 항동으로 가야 하는데 그 와중에 택시 승차 거부가 일어났다. ... .... 아직도 놀랄 일이 또 있다니. 배짱 큰 택시 기사다.

  

이번 제주 공항 체험에서 난 난리통 속에서도 훈훈한 인정이 있음을 경험했고,  우리의 시민 의식과 공항 시스템이 얼마나 부족한 지도 새삼 알게 되었다.

 

이번 항공기 결항으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친구는 앞으로 제주도 근처는 오고 싶지 않다더니

서울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릴 준비를 하면서 5월에는 따라비 오름을 가고 싶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