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15일(토)
도보 구간: 대관령 신재생에너지전시관 - 영동고속도로 준공기념비 - 제왕산 정상(841m) - (임도길 - 대관령 제5터널-임도길) - 대관령 치유의 숲 31번 -30번 - 23번 - 9번 - 10번 - 대관령 옛길 입구 - 대관령 박물관, 23Km
걸린 시간: 7시간
한달 전부터 아차산 뚜벅이들과 1박 2일로 계획한 도보 여행인데 일기예보에서 비가 온다고 한다. 세 명 중 두 명이 간다고 해서 그냥 강행하기로 했다. 날씨가 좋으면 강릉 바우길 1코스인 선자령길을 걸으려고 했지만 비가 온다니 경치는 볼 수 없을거라 계획을 변경해 숲길인 강릉바우길 2-1코스를 걷기로 했다.
토요일 아침, 서울 날씨는 잔뜩 흐렸지만 비는 안 왔다. 동서울에서 8:00시 횡계행 버스를 타고 횡성쯤 가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다행히 세차게 내리던 비가 횡계 터미널에 도착하니 많이 약해졌다. 강릉 바우길 홈페이지 안내대로라면 10:30분에 대관령 휴게소를 가는 마을 버스가 와야 하는데 10분 정도 기다려도 버스가 안 온다. 주변에 물어보니 올거니 기다리란다. 조금 더 기다리니 버스가 왔는데 대관령 휴게소 행이 아니다. 기사님에게 물어보니 차 시간이 변경되어 이 버스가 벌써 대관령휴게소를 갔다 오는 길이라며 대관령 휴게소 가는 버스는 10:10분에 있단다. 할 수 없이 길 건너 택시 승차장에서 택시를 타고 10분 후 신재생에너지관에 도착했다.
신재생 에너지관 건너편에 있는 숲길 안내소 옆 평상에 앉아 비도 피하며 잠깐 생강차도 진하게 한 잔 마신 후 산행 준비를 하고 11시 경부터 걷기 시작했다. 계단을 올라 영동고속도로 준공기념비가 있는 곳으로 올라가니 제왕산 가는 안내는 없고 능경봉 가는 안내만 있다. 할 수 없이 다른 길은 없어보여 긴가민가하며 능경봉 방향으로 걸었다. 숲길로 들어서니 연초록의 나뭇잎들이 환상적이다. 서울은 숲이 벌써 짙은 녹색인데 이곳은 한달 정도 늦은 것 같다.
삼거리에서 능경봉 방향 임도길로 조금 올라가니 안내판이 서 있는데 제왕산을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 지 판단이 안 선다. 조금 더 올라 가니 임도길을 관리하시는 한 분이 초소에서 나와 제왕산 가는 길을 알려 주신다. 덕분에 걱정이 사라졌다.
제왕산 정상 가기 전 쉼터에 도착할 즈음 가랑비가 그쳤다. 전망대에서 구름에 덮인 주위 풍경을 즐긴 후 점심을 먹고 잠시 쉬었다 출발했다. 산길에는 금마타리 군락지가 많다. 꽃봉오리가 맺혀있는데 노란 금마타리 꽃이 피면 아주 예쁘겠다. 제왕산 정상을 내려와 임도길과 만나는 곳에서 제왕산 등산로 방향으로 내려 가야 했는데 대관령박물관 방향 안내표시가 오른쪽 임도길을 가리켜 한참 고민하다 오른쪽 임도길로 들어섰다.
그런데 30분 정도 걸었지만 대관령 박물관으로 내려가는 길이 안 나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조금 더 임도길을 걸어 가는 데 왼쪽으로 내려가는 아스팔트 길이 나온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아스팔트 길이 관리가 안 되어 아스팔트 사이사이로 풀이 나 있다. 뒤 따라 오는 뚜벅이들에게 고민을 하며 물어보니 아무래도 길을 잘못 온 것 같으니 아스팔트 길로 내려가 빨리 산을 벗어나자고 한다. 셋이니 뭐 무서울 것도 없어 이상하지만 차 소리가 들리는 길을 따라 내려 가기로 했다.
길은 관리가 안 되어 불편했지만 길 양 옆으로 피어 있는 고추나무의 흰꽃 덕분에 아카시나무 꽃향기와 비슷한 꽃향기를 즐기며 무성한 나무들을 헤치고 기분 좋게 내려 갔다. 그런데 다 내려 가니 길이 끊겨 있다. 난감해 하며 주변을 둘러보니 대관령 제 5터널 입구다. 근처에 건물이 있어 혹시나 하고 풀 숲길을 따라 내려가 보니 도로공사 건물인데 어디에도 길이 없다. 난감해 하며 시계를 보니 오후 3시다. 아직 시간 여유가 있고 다른 길로도 갈 방법이 없어 제왕산 등산로 표시가 있던 갈림길로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우리가 내려 욌던 아스팔트 길을 올라가 제왕산에서 내려와 길을 잘못 들었던 곳까지 돌아가니 오후 4시다.
다시 갈림길에 가서 안내 표시를 보았지만 또 봐도 표시 방향은 이해가 안 되게 서 있다. 이 방향 표시 때문에 산에서 두 시간이나 알바를 했다. (나중에 숙소에 와서 보니 중간에 아스팔트 길로 내려 가지 않고 임도길을 계속 걸어 갔으면 우리가 제왕산으로 올라 갔던 그 임도길로 다시 돌아가 도보를 시작한 대관령 휴게소로 갈 뻔했다.)
2시간 동안 알바를 하느라 힘들었으니 이곳에서 잠시 쉬었다 제왕산 코스 방향을 따라 숲으로 들어가니 곧 우리에게 익숙한 대관령 치유의 숲길이다. 시간이 늦어 오봉산으로 가지 않고 모두들 31번에서 빨리 숲길을 벗어나 계곡 가서 피곤한 발을 담그고 쉬고 싶어 조심해서 가파른 산길을 지나 지난 가을에 갔던 계곡으로 갔다. 다행히 계곡물은 지난 가을처럼 물이 차지 않다. 무릎까지 차가운 물속에 잠시 담구었더니 가파른 길을 내려 오면서 아팠던 무릎 통증이 사라졌다. 이곳에서 30분 휴식 후 대관령 박물관으로 내려 오니 저녁 6시다.
버스 연결이 안 좋아 버스 정거장에 앉아 카카오 택시를 불러 강릉 시내 숙소로 갔다. 산에서 두 시간 동안이나 알바를 했지만 다행히 제왕산 정상 이후부터는 비가 그쳐 산행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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