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돈화문 지점 앞에는 삶은 옥수수를 파는 할머니가 있다.
할머니표 옥수수는 싸고 맛있다.
올해 85세인 할머니는 아침 10시부터 오후 4-5시까지
옥수수 두 상자를 파신다.
힘드실텐데 의자라도 놓고 앉아서 파시지 그러냐고 하니
옥수수 파는 사람이 앉아서 팔 수는 없다고 말씀하시는
직업 의식이 투철하신 할머니다.
천식이 있는 할머니는 날씨가 풀려서 몸이 좋아졌고,
서서 장사를 하는 것이 조금 힘들긴 하지만
가끔씩 니어카에 기대서 쉬기 때문에 괜찮으시단다.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도 그러라고 말씀하시고,
옥수수가 맛있어 보이지만 돈을 안 갖고 나와 살 수가 없다고 해도
그냥 가지고 가고 다음에 지나갈 때 갖다 달라시는 할머니.
누군가 지나다가 옥수수 맛있게 생겼다고 흥정을 하다 그냥 가면
서운해서 마음 속으로 욕을 하게 된다며 속을 내 보이는 할머니.
결국 난 할머니의 솔직함과 너그러운 마음씨에 반해 옥수수를 샀다.
옥수수는 1개 1000원. 그런데 2000원 어치 사는데 옥수수 한 개를 덤으로 주신다.
세상에 장사를 어떻게 하시려는지.......
할머니 수완이 보통이 아니시다.
마침 회사 동료가 지나가 10,000원을 꾸어 할머니께 드렸더니
거스름 돈을 세시면서 즐거운 미소를 지으신다.
이 할머니는 돈화문 지점의 직원들도 잘 아시나보다.
자칭 할머니 단골이라는 한 아저씨가 지나다 은행의 여직원에 대해 물으니
할머니는 그 분 다른 곳으로 가셨다고 알려 주신다.
이 아저씨는 내가 할머니 사진 찍는 것을 보더니 잘 찍어 드리라고 부탁하신다.
할머니는 이 동네 유명 인사인가 보다.
사진을 찍어 현상해서 갖다 드리려고 했더니 할머니가 내게 명함을 주시며
그곳으로 보내 달라신다.
할머니는 떡볶이집도 하신다.
그 명함에는 전화번호와 핸드폰 번호가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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