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세상

익선동 '오복 양품'

hadamhalmi 2008. 6. 20. 22:35

오늘은 운이 좋다.

금요일 오후라 오버타임도 많고 해서 조금 일찍 퇴근하려고 했지만 결국은 끝내야 할 일에 밀려 겨우 한 시간 일찍 퇴근했다.

며칠 전 익선동 한옥 마을을 찍다 배터리가 다 되어 돌아와 오늘 마저 찍으려고 가는 길에 오복양품 할머니를 만났다.

꽃에 물을 주려고 물 호스를 옮겨 좋고 나오시던 할머니는 대뜸 이층 꽃밭을 구경시켜 줄테니 사진을 잘 찍어 달라신다.

나같은 초보에게 와 이런 행운이........

회사 출퇴근길에 이곳을 지나며 할머니의 꽃에 대한 정성에 감탄하고 있던 차에 이런 제안을 받다니.  

할머니의 안내에 따라 계단을 올라가서 보니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올해 83인 할머니는 이 집에서 50년을 사셨다.

이곳에서 아이 낳고 아이들 공부시켜 출가시키고 지금은 할아버지와 둘이 살고 계신다.

청계천에서 장사하는 아들이 대주는 옷으로 양품점을 운영해서 용돈을 벌어 쓰시는 할머니.

몇 년 전에 받은 암 수술로 기력이 많이 약해져서 힘이 든다면서도 꽃과 나무를 기르신 솜씨를 보니 전문가 수준이다.

이층 꽃밭을 보여 주시면서 자랑을 많이 하셨는데 자랑하실만 하다.

 

 

 

 

 

할머니집 이층 창가.

작은 창문에 달린 작은 공간도 그냥 두지 않으시고 토마토와 고추, 채송화 등을 심어 놓았다.

노인이 되면 조화도 좋으신가 보다. 화분에 여기저기 조화를 심어 놓았다.

양품점 할머니뿐만아니라 우리 엄마도 베란다 화분에 가끔식 조화를 꽂아 이상한 느낌이 드는데

길을 가다보면 이런 기법(?)을 자주 만난다. 

 

 

 

발코니에 심은 나무들.

 할머니는 고추 뒤로 보이는 고무통에  음식물 찌꺼기를 발효시켜 퇴비를 직접 만든어 쓰신다. 

이곳에는 대추, 포도, 배, 귤. 머루, 다래, 복숭아, 방울토마토 등 없는게 없다.

 

 

 머루

  

 복숭아.

얼마나 많이 열렸는지 가지가 찢어질까봐 할머니가 끈으로 묶어 놓았다.

 

 발코니에서 본 낙원동.

 

 포도나무에 포도가 엄청 많이 열렸다.

 

 옥잠화

 

 

 할머니가 운영하시는 '오복 양품'. 

올해는 다른 사람들도 보라고 무화과 나무를 길가에 내려다 놓았는데 누군가 무화과 열매 한 개를 따갔다고 서운해 하신다.

양품점 건너편에 상추와 다른 야채를  많이 심어 두 분이서 어떻게 다 드시냐고 물으니 동네 사람들에게 나눠 준다는

마음이 넉넉하신 할머니.

 할아버지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사진으로 보는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락 시영 아파트 11  (0) 2008.06.22
가락 시영 아파트 10  (0) 2008.06.22
익선 이발소  (0) 2008.06.19
'부부 냉면' 꽃밭  (0) 2008.06.19
'정희 한복'집 할머니  (0) 2008.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