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2일
도보 구간: 화포해변-우면-장산-해변가(동네길)-방조제 뚝길-순천만(대대포구)-용산 전망대-와온해변, 22Km
초등학교 동기 동창과 심야 우등을 타고 2박 3일 일정으로 순천 여행을 떠났다.
대학 여름 방학 때 이 친구와 주왕산에 가느라 청량리 역에서 밤 기차를 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서로 하는 일이 다르고 바쁘다 보니 같이 긴 여행을 하기는 거의 30년 만이다. 무조건 행복해지고 싶다며 나를 따라 나선 여행길에서 이 친구는 첫날의 강행군에도 군말 않고 열심히 걸어 주었다.
순천만의 화포 해변 일출과 와온 해변의 일몰이 멋있다는 말에 첫날은 무조건 화포 해변에서 와온 해변까지 걷기로 결정하고 필요한 정보를 구했다. 떠나는 날 오후에 한달 전 순천만 탐사 행사를 열었던 순천의 한 시민단체에 전화를 걸어 길 안내를 부탁 드리니 소장님이 친절하게도 "화포해변-우면-장산-해변가(동네길)-방조제 뚝길-순천만(대대포구)-용산 전망대-와온해변"까지 약 22Km의 길을 자세히 알려 주신다. 지난 달 순천에서 강원도까지 걸어 가려다 도중에 길을 잘못 들어 포기했던 자신의 경험을 통해 길을 잘 알아야 끝까지 걸을 수 있다면서.
순천에 도착하니 새벽 4시 10분이다. 운전 기사 아저씨의 적극적인(?) 운전으로 예상보다 이른 시간에 순천 터미널에 내리니 길에는 택시만 있고 주변은 캄캄하고 조용하다. 막막한 심정으로 주변을 둘러 보니 길 건너에 편의점이 있다. 들어 가서 물 한 병을 사며 판매원에게 버스 타는 곳을 물어 보고 오는데 한 아주머니가 가는 길을 알려 줄테니 버스 올 때까지 걸어 가라신다. 그런데 길 안내를 해 주겠다던 아주머니는 조금 걷더니 춥다며 우리보고 혼자 가라신다. 아주머니의 행동이 조금 이상하여 가르쳐 주던대로 가다 순고오거리 파출소에 들어가 길을 물으니 반대 방향으로 가야 한단다. 일단 아주머니 덕분에 우리가 길을 떠날 수 있었으니 그것에 감사해야지.
경찰관이 가르쳐 준 방향대로 2번 국도를 따라 화포 해변 방향으로 캄캄한 새벽길을 나섰다. 화포 해변으로 가는 81번 첫차는 종점에서 5:55분 출발이라니 6시까지는 걸어야 할텐데 효천 고등학교 앞에 도착하니 5시 50분이다. 새벽에는 버스 정류장에 사람이 있어도 버스가 정차하지 않고 그냥 통과해 어둠 속에서 버스가 나타날 때마다 긴장해서 차 번호를 확인하다 겨우 81번 버스를 타니 얼마나 행복한지. 다행히 기사 아저씨도 이른 시간에 버스를 타신 아주머니도 무척 친절하시다.
화포 해변은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았다. 날이 쌀쌀해서 어디 들어갈 곳을 찾아도 열어 놓은 가게가 어디에도 없다. 마침 고깃배를 타러 나오신 아저씨께 아침 먹을 곳을 물으니 언덕에 있는 '다인정 가든'에 가 보라신다. 다인정 가든을 찾아 들어가니 주무시다 일어나신 주인 아주머니는 아침을 먹으러 온 우리를 어리둥절해서 쳐다보신다. 보통 영업은 12시에 시작인데 자신들도 어차피 밥을 먹어야 하니 조금 기다리라시며 친절하게도 아침을 해 주시겠단다.
날이 잔뜩 흐렸지만 아주머니가 밥 하시는 동안에 혹시나 해서 다시 밖으로 나가 하늘을 쳐다 봤으나 오늘 일출을 보기는 힘들겠다.
날이 흐려 우포 해변에서 일몰을 보기는 틀렸다. 우포 해변 공원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나오니 버스가 막 지나간다. 지나가는 아저씨께 물으니 다음 버스는 50분이나 기다려야 한단다. 주변에 들어갈 곳도 없고 하는 수 없이 히치 하이킹을 하기로 결정햇다. 지나는 아저씨가 '하사'까지 태워다 주신단다. 무조건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고 올라탔다.
하사 버스 정류장에서 물으니 버스 연계가 여기도 좋지 않다. 친구가 주변에 세워 있는 차를 유심히 관찰하더니 할머니를 모시고 나오는 한 총각의 차를 세웠다. 사정을 말하니 해룡면까지 태워 주신단다. 이 총각은 할머니를 모시고 다른 곳으로 가는 순천의 한 휴학생이다. 가는 길에 학생 아버지가 전화를 걸어 집에 들렸다 가라는 말씀에 운좋게도 우리는 순천역 근처 이마트 앞까지 거저 올 수 있었다.
이마트에서 내일 조계산 등반 때 먹을 간식거리를 사고 나와 이마트 버스 정류장에서 송광사행 버스 111번을 타고 송광사 입구에 내리니 저녁 8시 30분 경이다. 낮에 소개 받은 '금광 여관'이 운영하는 금광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고 금광 여관방에 들어가니 방이 후끈후끈한 게 찜질방이 따로 없다. 소개 받은 덕분에 주인 아주머니는 하룻밤에 25.000원만 받으신다. 갈대밭 뚝방길에서 전화로 친절하게 안내해 준 아름다운 도보 여행의 날개님 덕분에 오늘 하루 여행을 알차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다. 일면식도 없는 내게 걷는 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친절을 베풀어 주신 날개님께 다시 한 번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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