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

제주올레 14코스: 저지마을 회관 - 금릉해수욕장

hadamhalmi 2010. 3. 1. 00:31

 

도보 구간: 저지마을 회관 - 월령리 - 금릉해수욕장

 

 

제주 여행 3일째다. 아침에 일어나니 오늘은 바람이 불고 흐린 게 비가 올 것 같다. 어제 갑자기 너무 많이 걸어 오늘 아침에 다리가 아프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별 이상이 없다.

 

오늘 저녁에는 서귀포로 가야 하니 짐을 싸서 숙소 식당에 맡겨 놓고 9시에 게스트하우스에서 13 14코스로 출발하는 차를 타니 어제 코를 골며 주무시던 아주머니도 14코스를 금릉해수욕장까지 걷고 서울로 가신단다. 숲길이 많은 썰렁한 날씨에 길동무가 생겨 심심치 않겠다.

 

 

 

 

백년초 농장
 월령해안 입구

 

월령 포구 근처 '월령올레국수'집에서 점심을 먹으러 들어 갔는데 마침 아사다 마오가 경기를 하고 있다. 바로 다음이 김연아 경기니 안 볼 수가 없다. 고기 국수를 시키고는 기다리는 동안 올레꾼들 먹으라고 두신 박스에서 귤을 몇 개 갖다 먹는데 정말 맛있다.

 

고기 국수를 먹으며 김연아의 경기를 보고 있는데 함께 걸은 아주머니는 못 보고 식사만 하신다.

다 끝난 후에 이유를 물으니 자기가 보면 선수들이 잘 못하는 징크스가 있다고 보고 싶지만 못 보았단다. 근데 이 집 고기 국수 정말 맛있다. 식당도 깨끗하고 주인 아주머니도 친절하고. 식사를 하고 있는데 동네 할머니 세 분이 와서 이곳에서 멸치 국수로 점심을 드시면서 이가 없거나 좋지 않아 가위로 잘라 드신다.

 

국수를 맛있게 먹고 조금 있으려니 주인 아주머니가 백년초 생즙에 올리고당을 조금 넣은 것을 컵에 담아서는 마시라고 주신다. 주시는 것을 거절할 수 없어 앞에서 쭉 들이켰지만 풀맛이 나는 게 맛이 낯설다.

 

국수값을 내고는 가는 길에 귤을 한 개씩 가져가도 되냐고 물으니 주인 아주머니와 할머니들이 한림항까지 가려면 길이 머니 몇 개 더 가져 가라신다. 하지만 식사 전에 많이 먹었으니 하나면 족하다고 감사 인사를 드리고 하나씩만 갖고 나왔다

 

금릉 포구를 지나 마을을 걸어가다 집안의 나무가 잘 손질된 집이 있어 집주인의 정성을 생각하며 보고 있는데 갑자기 나타난 우체부 총각이 우리를 보며 이 집이 전에는 뽀빠이 이상룡씨 별장이었다고 친절히 설명을 해 주고 간다.

 

 

 금릉해수욕장.

바닷물색이 너무 좋아 게스트하우스에 들어가 짐을 찾을 생각은 안 하고 해안도로 제방 위에 앉아 바다를 보며 한참을 앉아 있었다. 바닷물에 발을 담고 싶어하는 나에게 발바닥 물집이 바닷물 때문에 아플지도 모른다며 함께 걸은 아주머니가 말린다. 할 수 없이 바닷물만 보고 있는데 한 아가씨가 용감하게 물속으로 들어 간다. 부러워하며 한참을 바라보다 이 환상적인 바닷물에 발을 안 담그고 가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 나도 용기를 냈다아주머니께 짐을 부탁하고는 바지를 걷고 물속으로.

 

물은 무릎까지 밖에 차지 않았지만 발바닥이 약간 아프기는 하다하지만 바닷물에 발을 담그니 시원하다. 물 밖으로 나와 모래 사장을 걷는데 이곳 모래는 조개 껍질이라 발이 아프다. 조심조심해서 밖으로 나와 게스트 하우스에 가서 발을 씻으러 들어가니 강아지 두 마리가 반갑다며 다가와 내 다리를 핥는다. 너무 간지러워 아무리 저리 가라고 해도 자꾸만 내게로 온다결국 8살짜리 주인집 딸아이가 강아지들을 내쫒고 나서야 평안이 찾아왔다.

 

바닷물에 들어갔다 나온 내 발을 본 주인 아주머니는 얼른 슬리퍼를 가져다 준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발을 씻은 후 아침에 맡겨 놓은 배낭을 찾으면서 한림 오일장 위치를 물으며 짐을 정리하고 있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오일장 가고 싶으면 가는 길이니 태워다 주신단다.

 

내가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걷고 있는 동안 해변에 앉아 바다 풍경에 취해 맥주 한 캔을 사다 먹고 있던 아주머니에게 가서 한림 오일장에 같이 가겠냐고 물으니 처음에는 한 시간 바닷가에 앉아 있다 제주 공항으로 가겠다고 하신다.

 

함께 걸어서 고마웠고 잘 올라가라고 작별을 하고 돌아 섰는데 조금 지나니 같이 가고 싶으니 잠깐만 기다려 달란다. 그러면서 날이 춥고 바람 부는 해변가에 한 시간이나 있는 것은 무리일 것 같아 생각을 바꾸었단다.

 

 한림 오일장에서. 장화 속에 신는 것인지 발목이 무척 길다.

한림 오일장은 제주 오일장에 비해 규모가 작다. 둘러 보는데 20분이 채 안 걸린다. 오일장에 가면 국밥을 먹어야 하니 국밥집에 가서 국밥 한 그릇을 이른 저녁으로 먹었는데 맛은 별로다.

 

이제는 헤어질 시간이다. 작별 인사를 하고는 아주머니는 제주 공항으로, 나는 시간이 남아 한림시장을 구경하러 걸어서 한림항으로 갔다.

 

한림성당 맞은 편에 있는 선방?
 한림 성당
 한림 재래 시장의 한 상점. 안에서 화투를 치는 소리가 밖에까지 들린다.

한림 시장을 물어 들어가 보니 너무 규모도 작고 엉성해서 실망스럽다한림항으로 내려 오니 바람이 세찬 것이 내일 날씨가 걱정이 된다.

 

 

한림병원 앞으로 나와 서회선 일주도로 버스를 타고 월드컵경기장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내린 후 먼저 이마트에 들려 3일간 먹을 간식거리를 샀다.

 

이마트 앞에서 공항리무진을 타고 뉴경남호텔에서 내려 오늘 숙소인 '남국호텔'을 찾아 들어 가니 날이 어둡다. 내일은 강풍에 비도 많이 온다는데 서울에서 내려 오는 친구가 올 수 있을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