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 구간: 뉴경남호텔 – 외돌개 - 돔베낭길 - 법환포구 - 풍림리조트 - 강정 포구 - 월평마을
여행 5일째다. 오늘 아침에는 비는 안 오지만 잔뜩 흐렸고 어제보다 바람도 덜 분다. 하지만 걷기에는 딱 좋은 날씨다. 오늘은 어제 다 걷지 못한 6코스 구간부터 7코스 끝인 월평마을의 송이수퍼까지 걷기로 했다. 뉴 경남호텔 건너편에 있는 산책길로 내려가니 올레 표시가 있다.
법환 포구 앞에 있는 포구 식당에서 갈치 조림을 점심으로 먹었다. 이곳에서 반찬으로 나온 자리돔 젓갈은 내가 먹어 본 젓갈 중 최고다. 밥에 비벼 먹으면 맛이 있다는 말에 반신반의하며 먹어 보았는데 갈치 조림보다 자리돔 젓갈이 더 입맛을 돋운다.
포장마차 앞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어 무슨 일인가 하고 들여다 보니 모두들 김연아 경기를 보느라 정신이 없다. 손바닥 반 만한 모니터에서 나오는 김연아의 경기에 모두들 매료되었고 포장마차 아저씨도 잠시 휴업 상태다.
김연아의 경기 점수가 나오고 금메달이 확실시 되니 포장마차 주인 아저씨는 기분이라며 막걸리를 한 컵씩 돌리며 김연아의 금메달 수상을 축하해 주신다. 모두들 한 컵씩 받은 막걸리 잔을 들고 화이팅을 외쳤다. 역시 행복은 특별한 게 아니다.
오늘은 비가 내려 은빛 나는 강정천의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강정천으로 내려가 잠시 지난 번 왔을 때의 그 황홀했던 광경을 다시 한번 그려본다.
해군기지 건설로 이 마을은 둘로 나뉘었단다. 잠깐 차를 마시러 들른 해변가의 휴게소 주인 아저씨는 자신은 강정마을 사람이지만 회색분자란다. 그래도 하시는 말씀을 들어 보니 해군 기지 찬성 쪽이다.
유자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일어서시더니 귤 박스로 가서 잎이 달린 싱싱한 귤을 가져와 우리에게만 귤을 건네신다. 뒤에 앉은 올레꾼이 우리도 달라고 한다. 역시 젊은 이들은 당당하다.
조금 있으니 주인 아저씨가 또 =혜향을 반 조각씩 건넨다. 천혜향 맛이 정말 일품이다. 아저씨 말씀으론 강정과 월평 마을의 땅이 좋아 특히 맛이 있단다.
월평마을로 나와 송이슈퍼 앞에서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데 두 명의 여자 올레꾼이 수퍼 앞 의자에 앉아 오늘 묶을 숙소를 찾고 있는데 모두 헛탕이다. 주말이라 방이 없단다. 올레 관련 안내는 A4 용지 여러 장에 빼곡히 담아 왔지만 쓸모가 없단다. 마침 화순해수욕장의 소라민박이 생각나 알려 주니 방이 있단다. 다행이다.
오는 길에 덕성원 게잠뽕을 저녁으로 먹고 싶어 민중각 사장님에게 장소를 물으니 어제 해물탕 먹었던 집 근처란다. 서귀포 아케이트 앞에서 내려 기억을 더듬어 덕성원으로 들어 갔다. 탕수육과 게잠뽕을 각각 한 개씩 시켰는데 게짬뽕 맛이 정말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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