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 구간: 월평마을 - 대포 포구 - 선궷네 - 중문 해수욕장 - 존모살 해변 - 난드르 - 대평 포구, 16 Km
걸린 시간: 5시간 반
오늘은 제주 여행 6일째로 마지막날이다. 어제 저녁에는 9코스의 안덕계곡을 가고 싶었지만 날씨도 다리 상태도 안 좋고 해서 아침에 일정을 8코스로 바꾸었다.
금릉게스트하우스에 두고 온 usb를 찾으러 4시까지 가야하니 늦어도 3시 전에는 오늘 일정을 마쳐야 한다. 이틀간 놀멍 쉬멍 걷던 것은 잊어버리고 오늘은 8kg의 배낭을 짊어지고 16km를 부지런히 걸어야 한다.
9시경 중앙로터리 서귀포약국 앞 버스정류장에서 대포 포구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 옆에 탄 할머니는 안 좋은 날씨에 여행을 하는 우리가 안쓰러운지 음력 정월 대보름 전에는 항상 날씨가 나쁘다며 다음에는 정월 대보름 지나서 여행을 오라신다. 서귀포 아케이트 앞을 지나가니 버스에는 친구와 나 둘만이 남았다. 기사님이 뒤에 있으면 잘 안 들리니 앞에 와서 앉으라신다. 자리를 옮겨 앞으로 가서 앉아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가는데 우리에게 귤을 한 개씩 주신다.
제주도의 귤 인심은 끝내준다. 주시는 귤마다 모두 서울에서 먹던 것보다 달고 맛이 있다. 강정 마을을 지나 월평 마을로 들어 서니 기사님이 말씀하기 전에 어제 저녁 우리가 버스를 탔던 송이 슈퍼가 눈에 들어 온다. 기사님께 감사 인사를 하고 내려 8코스 도보를 시작.
파도가 치니 이곳을 걸어 지나기가 쉽지 않다. 난 운이 좋아 지나왔는데 친구는 시간이 좀 걸려서 겨우 건너왔다. 조금 있으려니 두 명의 올레꾼이 와서는 자신들은 이곳을 건너지 못해 위로 돌아서 왔다며 어떻게 지났냐고 묻는다. 길이 있더냐고 물으니 만들어서 왔단다. 역시 올레꾼이다.
날씨도 춥고 바람이 불던 차에 마주친 중문해수욕장 초입에 있는 해녀의 집이 너무 반가워 들어 가니 오늘은 수협 투표 날이라 안에서 장사를 안하고 바깥에서 회만 먹을 수 있단다.
뜨뜻한 죽이 생각났지만 주변에 먹을 곳은 없고 시장도 하니 먹기로 했다. 파라솔 없는 탁자에 앉아 찬 바닷바람을 맞으며 회 한 접시를 시켜 먹었다. 기본이 2만 원이라는데 전복 한 개, 멍게와 해삼은 몇 조각, 작은 소라 몇 개가 전부다. 자연산이라 비싸겠지 싶지만 너무 지나친 가격이다.
갑자기 빗방울이 굵어지자 우리는 허겁지겁 우비를 챙겨 입었다. 어린 아이를 데려온 아저씨는 아이를 업고 뛰느라 바쁘시다.
다행히 계획대로 정확히 3시에 8코스를 끝냈다.
이제는 여기서 중문 쪽으로 나가 서일주도로 버스를 타고 한림항 쪽으로 가야 한다. 버스를 타러 대포 수퍼 앞으로 가는 길에 차 한 대가 나오길래 손을 흔들고 세워 중문까지만 태워 줄 수 있냐고 물으니 타라신다. 우비를 입고 있는 우리에게 아무 주저함 없이 차를 태워 주시는 아저씨 두 분이 너무 고맙다.
제주도 대정 출신이신 아저씨는 나주에서 오신 아저씨와 육지에서 방파제 공사를 하러 왔는데 오늘은 비가 와서 나주 아저씨에게 제주도 여행도 시켜 줄 겸 해안 도로를 둘러 보러 나섰단다. 목적지가 금릉 해수욕장이라니 마침 아저씨도 한림항 방향으로 가던 길이니 그곳까지 태워 주신단다.
이시돌 목장 근처를 지나는데 빗줄기가 점점 세진다. 이렇게 궂은 날씨에 고마운 분을 만났으니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든다.
금릉게스트하우스에서 usb를 찾은 후 버스를 타고 제주 오일장으로 갔다. 한 시간 정도 타고 가는데 몸이 으슬으슬 춥다. 제주 오일장으로 가서 처음 들렀던 광주 식당으로 들어 갔다. 앉자 마자 먼저 옷을 입고는 맛이 있다는 꼼장어와 국밥 그리고 고기국수를 각각 한 그릇 시켰다.
맛이 있다는 꼼장어는 그리 특별한 맛은 모르겠다. 막걸리 한 병을 시키니 홍합 한 그릇이 따라 나온다. 둘이 먹기에는 많은 양이다 싶은데도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한 터라 놀랍게도 다 먹어 치웠다. 역시 장터 식당이라 가격이 저렴하다. 모두 합해서 20,000원.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가는데 기사님이 아주 친절하다. 가까운 거리지만 토요일 저녁이고 비가 오니 차가 많이 막힌다. 기사님은 5,800원인 택시비를 5,500원만 받으신다. 택시값도 깎아 주시나?
이번 여행에서도 정말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다. 도움은 많이 받고 남에게 준 도움은 작았지만 역시 나눠야 삶이 행복해 진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체험한 귀한 올레길.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만은 정말 행복한 일주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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