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도보 여행

여주 여강길 1코스

hadamhalmi 2010. 7. 13. 12:01

 

 

걸은 구간:

여주터미널 - 영월루 -은모래금모래 유원지 - 부라우나루터 - 우만리 나루터 - 흔암리선사유적지 -아홉사리길 - 도리, 15.4km

 

걸린 시간:  6시간

 

오늘 아침 느긋하게 집을 나와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해

9:30분 발 여주행 고속버스를 타고 여주터미널에 내리니 10:50분이다.

혹시나 하고 터미널 안을 둘러 보았지만 관광 안내소는 안 보인다. 

터미널을 나와 줄지어 서 있는 택시들을 보다

옆을 보니 기사 두 분이 서 있다.

영월루 가는 길을 물으니 걸으러 가냐며 가는 길을 친절하게 알려 주신다.

아저씨들이 가리킨 방향으로 걸어 가다 왼편을 보니 

여강길 안내판이 눈에 띤다.

 

 

 

 

 

 영월루로 가는 길 옆에는 작은 산책길이 있다.

터미널에서 영월루까지의 거리는 약 2Km이다.

 

 영월루 아래에 있는 여주 하리 3층 석탑(보물 92호).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여주 창리 삼층석탑(보물 91호)

 

 영월루에서 내려 다 본 여주 시내와 남한강

 

영월루에서 내려와 여강길 표시를 보며 걸어 가는데 앞에 한 아주머니가 걸어 가신다.

여강길을 걸으시는 분인가 해서 다가가 말을 걸으니

아주머니는 강변 유원지 근처 상리의 한 아파트에 사신단다.

버스가 자주 없어 아침에 일을 보고 걸어서 집에 가는 길인 아주머니는

딸이 우리나라 이곳 저곳을 여행하다 여주가 제일 좋더라는 말씀에

올 5월에 서울에서 내려와 이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셨단다.

교통이 조금 불편하고 서울이 멀어서 불편하지만  

이곳에 내려와 사는 것에 만족하신다는 아주머니는 그래도

 서울의 도봉산이 그리우시단다.

 

강변 유원지 입구에서 아주머니와 헤어진 후 여강 표시를 따라 조금 걸어 가니 '청솔 보리밥집'이 있다.

아직 12시가 안 되었지만 식당으로 들어가 보리밥을 시켜 이른 점심을 먹고 은모래 금모래 유원지를 향해 출발.

 

찻길 왼쪽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가다 보니 어디선가 마이크 소리가 들린다.

자세히 들어 보니 강건너 숲속에서 상량, 상량 하며 상량식을 알리는 소리다.

 

 상량식.

 

 강변 유원지에서 점심을 들고 계시는 아주머니들.

 

 유원지 건너편 신륵사 앞 정자

 

유원지에 설치된 은모래 금모래 나무 표시판을 보고 따라 가다 보니 4대강 사업으로 길이 막혀 있다.

하지만 어디에서 여강길을 안내하는 표시가 눈에 띠지 않아

점심 시간이지만 하는 수없이 여강길 사무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길을 물으니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길을 따라 올라가면 연양리 표시판이 나오니 그곳으로 돌아 가야 한단다.

 

연양리로 가는 길.

  

 

 

 

 

 

 

 신진교

 

 

 장마로 강천보 공사가 중단되었다.

 

이곳을 지나니 4대강 사업 홍보관을 짓느라 아저씨들의 일손이 바쁘다.

 

 단현 1리 마을회관 앞

 

   

 

 부라우 나루터의 느티나무

안내 표시가 없어 이곳에 대한 글을 읽지 않고 갔으면

이곳이 나루터였단 사실을 모르고 지나칠 뻔 했다.

 

바위 아래의 강가를 내려다 보니 한 아저씨가 한낮의 물놀이를 한가롭게 즐기고 있다.

남의 놀이를 훔쳐 본 것 같기도 하고 무서운 생각이 들어

주변을 둘러볼 생각도 못하고 얼른 자리를 떴다.

 

 발길을 돌려 나루터 쉼터로 올라 오니

소주병과 라면 봉지 그리고 벗어 놓은 옷들로 자리가 어수선하다.

난 남자 한 명만 보았는데 한 명이 아닌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세상이 하도 어수선한데다 어제 친구에게

혼자 걸으러 간다니 조심하라던 생각이 나서 무서운데  

머리 위에선 갑자기 까마귀들이 까악까악 거린다.

평소에 사진을 찍으며 놀멍쉬멍 걷던 내 발검음이 두려움 때문에 갑자기 빨라졌다. 

 

 

 

 

 길을 걷다 뒤를 돌아다 보니 내가 무서워서 바쁘게 떠나 왔던 부라우니 나루터 강가에

두 명의 사내가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내가 숲길을 걷는 내내 친구가 되어 준 검은 잠자리

 

 

 

 풀이 우거져 길이 안 보인다.

 

 

 우만리 나루터

 

 수자원공사 직원 한 분이 싱수원 보호 구역인 이곳에 나와 감찰 중이다.

 

상수원 보호 구역 내에서 공사를 하는 것을 보니 국가 사업은 법 위에 있나 보다.

남한강 대교 건너편에서 시민들의 편의 시설인 산책로와 자전거 길을 만드는 건설 현장을 가리키며

아름다운 강가가 다 없어지고 있다며 안타까워 하신다.

 

그냥 걸어도 이렇게 종은 곳에

인위적인 산책로와 자전거길을 만들어야 할 지 또 이것이 누구를 위한 시설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우만리 마을을 들어 서니 능소화가 나를 반긴다.

 

 

 흔암리 가는 길.

길을 걷다 보니 버스가 들어 간다.

날씨는 덥고 발걸음은 무거워지고 순간 나오는 버스를 타고 돌아 갈까 하다

마음을 고쳐 먹고 끝까지 걷기로.

 

흔암리 선사 유적지는 가는 방향이 달라 그냥 지나치기로 했는데 

노인 회관을 지나니 왼편에 선사주거지 표시가 있다.

 

  

 

흔암리 아주머니들은 재미있고 친절하시다.

땀을 뻘뻘 흘리며 혼자 길을 걸어 가다 세 명의 아주머니를 만났다.

한 아주머니는 나를 보더니 대뜸 기자라신다.

그냥 걸으러 다니는 사람이라고 해도 끝까지 기자라고 우기신다.

날씨가 덥고 피곤해 여기 수퍼가 있냐고 하니

다들 여주에서 물건을 사오기 때문에 장사가 안 되어 수퍼는 없단다.

 

버스 정류장 옆의 노인회관을 들여다 보니

오랫 만에 아저씨들의 말 소리가 들이니 그냥 반갑다.

보통 노인회관이 건물만 덩그러니 있고 굳게 잠겨 있는 것과 달리

이곳은 생기가 넘친다.

 

노인 회관을 지나 길을 걷다 보니 앞에 한 여자 분이 딸딸이를 끌고 가시다 어떤 집 앞에 서신다. 

혹시 시원한 물 한 잔을 얻어 마실 수 있을까 싶어

할머니 집이냐고 물으니 이 집에 마늘을 팔았는데

얼굴이 안 보여 들르셨단다.

 

마늘과 얼굴이 무슨 연관이 있는지 모르지만

혹시 물을 마실 수 있겠냐고 여쭤보니 마당의 수돗물을 틀면 된다고 하신다. 

마셔도 되는 물이라고 물으니 딸딸이 안에 있던 쥬스를 따서 건네 주시면서

조금 전 냉장고에서 꺼내 온 것이니 아직 시원하다고 먹으란다. 

본인은 밭에 시원한 물이 있으니 괜찮다시면서.

염치 불구하고 감사하다고 말씀을 드리고 시원한 주스 한 병을 마시고 나니 살 것 같다.

 

아홉사리 과거길을 넘어 도리 마을로 갈 거라니 

할머니는 본인도 그 길로 가 본지 오래 되었다면서 여자 혼자서 가기는 험할 거라고 걱정을 하신다.

길이 있으니 따라 가면 된다고 안심을 시켜 드리고 감사 인사를 하고

할머니와 헤어져 아홉사리 과거길로 향했다.

 

 습지

 

청소년 수련원으로 향하는 길에 아홉사리 과거길을 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 지도 모르고

혹시 돌아 오는 교통편을 어떻게 할 지 몰라 여강길 사무국장님에게 다시 전화를 드리니

두시간 정도 걸리고 도리 마을회관 앞에서 저녁 6시 30분 경에 여주 나오는 버스가 있단다.

지금이 오후 4시니 시간을 충분하겠지만 시골 버스의 시간표는 고무줄이라 발걸음 을 재촉했다.

 

 아홉사리 과거길 입구

 

 

 

 

 

 4대강 사업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강변의 모습이 사라질까봐 걱정이 된다.

 

  

 아홉사리 과거길을 나와 바라 본 도리 마을

 

두시간 정도 걸린다던 소무산 자락의 아홉사리 과거길은

빨리 걸어서 그런지 한 시간 반 정도걸렸다.

 

 마늘을 걸어 놓은게 인상적이라 사진을 찍고 있으니

마당에서 풀을 뜯고 계시던 주인 아주머니가 힘들텐데 쉬어 가라신다.

도리 마을회관 앞에서 여주 나가는 버스가 6시 반에 있어 부지런히 가야 한다니

아주머니는 6시 반 버스가 아니라 7시 40분이나 되어야 온단다.

그러시면서 도리 마을회관으로 들어 가지 말고 길따라 장안리로 나가서

그곳에서 6시 30분 버스를 타고 가라신다. 

사장골에서 30분 정도 걸으면 된다면서

시간이 넉넉하니 앉아서 쉬다 가라신다.

 

배낭을 내려 놓고 앉아 쉬고 있는 나를 보시면서 시원한 물 한잔 마시겠냐고 하신다.

감사해서 물 한 잔 먹고 싶다고 했더니 집에 들어가셔서

물 한 컵을 쟁반에 받쳐서 갖다 주신다.

 

그러면서 먼지 묻을까 비닐로 덮어 놓은 평상을 여시더니

손으로 평상에 긴 먼지를 쓱쓱 터시고는 앉아서 편히 쉬다 가란다.

차가운 옥수수차 한 컵을 마시고 나니 더위가 싹 가신다.

 

친절하신 아주머니 덕분에 잘못된 버스 시간표도 알았고

시원한 물 한 잔도 얻어 마셨으니 행복해서 감사 인사가 절로 나온다.

 

 

아주머니 말씀대로 도리 마을회관으로 들어 가지 않고

길을 따라 장안리로 걸어가다

장안리 방향으로 나가는 차를 세워 얻어 탔다.

장안리 버스 정류장에 내려 주신 할아버지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건너편을 보니 수퍼가 보인다.

 

차가운 물을 사러 들어 갔는데 이곳에는 아이스크림도 판다.

내가 좋아하는 설레임을 하나 사서 나오는데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파라솔 아래 자두 바구니 앞에 앉아 자두를 먹고 계시길래

맛있게 보인다고 하니 먹을 만큼 가져 가라신다.

바구니에서 자두 4개를 골라 들고 감사하다고 말씀을 드리니 더 가져 가라신다.

역시 넉넉한 시골 인심이다.

 

4개로 충분다고 말씀을 드리고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 와 가져 온 자두를 먹으니 밋밋하고 심심하지만

정성 때문에 맛을 탓할 수가 없다.

 

버스는 6시 30분에 있다니

아직 한 시간 반이나 남았다.

 

나가는 차를 잡아 타려고 해도 내가 길을 잘 모르니

모험을 하기 싫어

버스 정류장에 앉아 아침에 넣어 간 책을 읽으며 버스를 기다렸다.

 

나중에 보니 이곳에서 여주 나가는 버스는 6시 40분에 있는데 오늘은 6분 정도 늦게 왔다.

버스를 타고 나오다 보니 점동면을 거쳐 오는 것을 알았다.

이곳에만 나와도 버스가 많아 여주 가기가 쉬워 보인다.

역시 아는 것이 힘인데 아무 준비도 없이

여강길 지도 한 장 달랑 들고 나선 내가 무모했다.

 

그래도 도보 길에서 아름다운 남한강 풍경도 보고

친절한 마을 주민들도 만나 말씀도 나누고

도움도 받고 삶의 지혜도 얻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