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16일
도보 구간: 망능리 마을회관 - 말치 고개 - 중원계곡 입구 주차장 - 중원 2리 마을회관 -성화 수양관 -조좌랑골 -
덕촌1리 마을회관 - 퇴촌교 - 마룡 1교 - 마룡 2리 - 마룡교 - 용문 성당 - 오일장터 - 용문역, 약 25km
걸린 시간: 7시간
지난 주 양평볼랫길 2코스를 망능리에서 마쳐서 오늘은 초등학교 친구와 남은 길을 걸으려고 다시 용문역으로 향했다.
용문역을 빠져 나오니 수수쭈꾸미를 만들어 판다. 수수 쭈꾸미를 하나씩 사서 입에 물고 11시에 출발하는 망능리행 버스를 타려고 버스 터미널로 갔다.
버스 안에서 만난 한 아주머니는 25년 전 망능리로 시집을 왔고 돌아 가신 시어머니가 살던 집이 아직 망능리에 있어 밭을 일구러 주중에 2-3번 오는데 오늘은 망우리에서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 아주머니를 데리고 오시는 길이다. 이 분은 우리에게 말치 고개 가는 길을 알려 줄 수 있지만 그 길은 험해서 여자들이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 걱정을 하신다.
마침 망능리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말치 낚시터로 향하던 길에 만난 망능리 할머니들에게 말치 낚시터 지나 말치 고개 넘어 가는 길이 생겼냐고 물으니 그렇단다. 그래도 아주머니는 여자가 혼자서 걸어 가도 되냐고 다시 물으니 두 할머니는 남자가 걸어 가는 길을 여자가 왜 못 걸어가냐고 반문 하신다. 덕분에 우리 모두 웃음이 빵 터졌다.
80이 다 되어 보시는 할머니 생각이 40대 아주머니보다 더 진보적이다. 그래도 아주머니는 우리가 걱정이 되시는지 고개를 넘다가 못 걷겠으면 되돌아 오는 길에 자기 집에 들러 물이라도 마시고 가라신다. 우리는 아주머니께 잘 찾아 갈거라고 안심시켜 드린 후 감사 인사를 드리고 헤어졌다.
말치 낚시터 가는 길에 만난 한 아주머니는 우리가 중원리를 거쳐 용문까지 걸어 갈거라고 하니 놀라신다. 다음 주 모내기를 하려고 논 주위를 다듬고 모내기 준비를 하느라 긴 장화를 신고 일하시는 아주머니의 손길이 바쁘시다.
그래서 하는 수없이 다시 중원 2리 마을 회관으로 올라와 일단은 산을 넘어 용문산 국민 관광지로 가기로 결정을 하고
성화수양관 가는 길로 들어 섰다.
산길을 내려 오니 개발해 놓은 개인 택지가 덩그러니 있고 이 골짜기에는 주말 주택이나 전원 주택이 대부분이다. 나중에 내려와서 알았지만 이 골짜기 이름이 조좌랑골이다.
조좌랑골을 빠져 나와 덕촌1리 방향으로 찻가 오는 반대 방향으로 걸어서 고개를 넘어 가니 덕촌교가 나오고 다리를 건너니 왼쪽편 큰 느티나무 아래에 덕길상회가 있다.
가게 앞에 앉아 쉬다 아이스크림을 사려고 가게로 들어가니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앉아 진지하게 화투를 치고 계신다. 조좌랑골에서 덕천마을까지 걸어 오는 길에 차가 너무 많은데 용문천따라 용문역까지 편안하게 걸어가는 길이 있는지 이분들께 물었다. 한 할아버지가 길 건너 용문천 따라 걸어 덕천2리 마을을 지나 마룡교를 거쳐 가라고 친절히 안내해 주신다. 여기서 40분 걸린단다.
화장실을 사용해도 되냐고 주인아주머니께 물으니 안채로 가라신다. 재래식 화장실로 가는 길의 드넓은 안마당에는 꽃들이 가득하다.
마을 회관 길로 들어서니 앞에 가던 친구가 안 보인다. 친구 목소리가 들려 대문 안으로 들여다 보니 집안 마당에는 부 처손과 분재들로 가득하다. 건강원의 주인 아주머니가 우울증 치료차 시작했다는데 기술과 정성이 보통이 아니다. 부처손은 구하기가 어려워 땅꾼들에게 부탁해서 돈을 주고 사서 키우신 거란다.
용문산 민속 건강원 주인 아주머니는 친구도 우울증이 약간 있다고 하니 우울증 치료에는 생강차가 좋다며 생강차 끓이 는 법을 가르쳐 주신다. 생강의 흙을 씻어내고 껍질채 갈아 물을 넣고 끓인 후 매일 마시면 우울증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단다.
안채는 30년 전에 허물고 양옥으로 새로 지었고 지금은 사랑채만 남아 있다. 벽돌로 새로 지은 양옥집은 겨울에 웃풍이 심해서 살기에 불편하시단다.
집안이 궁금해 들어가 보고 싶어 기웃거리고 있으니 마침 주인 할머니가 돋나물을 한 봉지 따 가지고 오신다. 집 구경을 해도 되냐니 들어 와서 쉬고 가라신다. 할머니와 평상에 앉아 우리가 가져온 떡과 사과를 나누어 먹으며 할머니 말씀을 들었다. 80이 넘으신 할머니는 피부도 고우시고 얼굴이 정말 편안해 보이신다. 용문 성당에 나가는데 늦게 믿음 생활을 시작해서 말씀을 들어도 그때 뿐이고 금방 잊어버리지만 주일은 꼭 지켜야 맘이 편하시단다. 이 집에서 5대가 살았단다.
다리를 건너 덕촌 2리 마을로 들어가지 않고 왼쪽으로 꺾어 도로와 만나는 지점까지 용문천을 따라 내려 갔다.
강가와 논뚝 가장자리에는 밀짚이 씌워져 있다. 마침 공사하는 분들께 물으니 잔디씨를 뿌려서 자라게 하려고 하는 작업이란다. 세상에... 잡초나 들꽃이 피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 것 같은데 갑자기 강가나 논둑에 웬 잔디를 심으려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마룡교를 건너려고 보니 중간에 잃어 버렸던 볼랫길 푯말이 다시 보인다. 결국 처음과 끝만 표지판을 보고 걸은 셈이다.
덕촌1리에서 만난 할머니가 자신의 집보다 더 오래 되었다고 해서 일부러 성당에 들어가 보았지만 성당에 걸린 신부님들의 사진 외에는 오래된 성당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저녁을 먹을 곳이 마땅치 않아 오일장터로 들어 섰지만 파장하는 중이라 어수선하고 먹을 곳이 없다. 과일 파는 아주머니께 여기 저녁 먹을 곳이 없겠느냐고 물으니 장터 끝으로 가서 왼쪽에 있는 해물 칼국수 집을 추천해 주신다.
이 집에 들어서니 주인 아주머니가 왜 그렇게 얼굴이 피곤해 보이냐신다. 하루 종일 걸어서 그렇다니 놀라신다. 파전과 해물칼국수를 시켜 맛있게 먹고 나서 집에 갈 생각을 하니 용문역에서 서울 가는 전철의 출발 시간이 10분 밖에 안 남았다. 이걸 놓치면 30분을 기다려야 하니 일단 뛰어 보기로 했다.
지리산에서 발을 다친 후 처음으로 뛰었다. 다행히 둘 다 열심히 뛴덕에 4분이나 여유있게 전철을 탔다. 내가 생각해도 놀랍다. 전철에 앉아 지도를 보며 오늘 걸은 길을 다시 한번 짚어 보니 중간에 볼랫길 표지판이 보이지 않아 우리가 길을 만들어 갔고 그 길마저 판단을 잘못해 다른 길로 갔지만 아주 특별하고 재미잇는 경험을 한 도보 여행이었다.
양평군청 문화관광과에 전화를 걸어 중원계곡 주차장 이후에는 표지판이 안 보이던데 표지판 작업을 안 해놓은 것이냐고 물으니 하다 말았단다. 세상에 이럴 수가... 그런데도 용문역 3번 출구 앞에 버젓이 1코스와 2코스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2코스는 하루에 걷는 길의 거리로느 지나치다 싶고 길을 걷는 시간 계산도 엉망이던데 코스 표지판 작업도 하다 말았다니 이거야 말로 요즘에 한창 부는 웰빙 바람을 탄 전시행정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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