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8일
제주도를 다녀와 일주일은 회사 일이 바빠 정신 없이 지냈다. 6월 7일이 징검다리 근무일이라 휴가를 내고 친구에게 전화를 하니 자기 학교도 쉴려고 하니 기다려 보란다. 조금 후 친구도 7일에 쉰다고 연락이 왔다.
어디를 갈 지도 정하지 않고 무작정 여행 일자만 정해 놓고 삼척으로 갈까 통영으로 갈까하다 그래도 아는 곳을 가는 것이 편하고 준비할 시간도 없던 차라 지난 통영 여행에서 가보고 싶었던 곳인 비진도와 한산도 망산을 가기로 결정했다.
먼저 일요일 저녁 숙소와 고속버스 왕복 교통편만 예약을 하고 나서 토요일 들어가는 비진도 배편을 인터넷으로 예약하려니 자리가 없단다. 화요일에 여객선 터미널에 전화를 거니 비진도 가는 표를 현장 판매를 하는데 아침 5시에 나와 줄을 서면 혹시 모르겠고, 5시 40분부터 현장 판매가 시작된단다.
친구에게 이 사실을 알리면 실망을 할까 봐 금요일 오후 5:30분 버스로 통영으로 내려 가면서 다음날 비진도 가는 배표를 사기 위해 5시까지 터미널에 가야 한다니 한숨을 쉬면서도 흔쾌히 아침 일찍 일어나 같이 나가겠단다.
밤새 잠을 설치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짐을 챙겨 숙소를 나오니 벌써 밖이 훤하다. 길을 건너 서호 시장으로 들어서니 벌써 아침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배표를 못 살까 봐 걱정이 되어 5시까지 가서 제일 먼저 줄을 서기 위해 서둘러 여객터미널에 들어 서니 벌써 몇몇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 있다.
비진도, 소매물도, 매물도 가는 배표를 파는 창구에 제일 먼저 줄을 서서 기다리니 5시 30분쯤 직원이 나와 표를 판다. 원래는 대매물도의 해품길을 걷고 나와 비진도를 거쳐 나올 계획이었는데 아쉽게도 주말에는 한 곳만 여행할 수 있단다.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이다.
할 수 없이 원래 가고 싶던 '비진도'에 들어 가는 7시 배표를 샀다. (표를 사고 나니 특별히 5시에 나오지 않아도 요즘은 표를 살 수 있어 보인다. 휴~ 마음의 여유가 없어 너무 서둘렀으니 오늘 하루가 유난히 피곤하겠다.) 표를 사고 나오니 터미널 밖의 하늘이 붉게 물들어 있다.
지난 번 들렸던 서호 시장 내 '원조 시락국'집에 가서 시락국을 아침으로 먹는데 두 번째라 그런지 별로 맛이 없다.
아침을 대충 먹고 나와 '풍화 김밥'으로 가서 점심에 먹을 통영 김밥 2인분을 샀다. (꿀빵은 오미사 꿀방인 것 같이 김밥은 역시 풍화 김밥이다.) 너무 일찍 일어나 정신이 몽롱해 잠을 깨우기 위해 아메리카노를 사 들고 비진도행 선상에 앉아 쌀쌀한 바닷 바람을 맞으며 커피를 마시니 그제야 정신이 조금씩 든다.
서울은 연일 30도라는데 이곳은 햇살이 간간이 비치나 구름도 약간 끼어 있고 20-24도로 걷기에 딱 좋은 날씨다.
배를 타고 40분 정도 가서 비진도 외항 선착장에 내리는데 띄워 놓은 선착장이 흔들려서 그런지 갑자기 심하게 배멀미가 나 아주 어지럽다. 얼른 육지로 올라 서니 조금 진정이 된다.
배에서 내린 모든 사람들 대부분이 펜션으로 바쁘게 떠나고 나니 선착장이 조용하다. 우리는 오후 1시 20분 배로 나갈 계획이니 시간이 넉넉해 천천히 '비진도 산호길'을 걷기로 했다.
선유봉으로 가는 길은 두 갈래인데 오른쪽의 흔들바위 쪽 길은 1.9Km이고 비진암 방향은 3.2 Km이다.
외항을 걷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리가 짧은 왼쪽 길로 올라 가나 우리는 길이 가파를 것 같아 경사가 덜 심한 오른쪽 길을 택했다. 둘레길을 한 바퀴를 돌아 나오는데 우리 방향으로 걷는 사람들은 우리 둘 밖에 없다.
이번 여행은 내가 현충일에 화야산을 7시간 동안 걷다 보니 다리에 근육 통증이 많아 친구의 배려로 처음부터 놀멍 쉬멍 걷기로 했다. 하지만 걷는 내내 길도 좋고 주변 풍광이 아주 좋아 이곳 저곳 기웃거리고 지천에 있는 야생화를 보느라 빨리 걷기도 쉽지 않다.
미인 전망대에서 아예 자리를 펴 놓고 비진도의 환상적인 풍경을 보며 한참을 즐기다 가파른 길을 따라 조심 조심해서 외항 선착장으로 내려 오니 오후 한 시다.
비진도 산호길 전부를 걷는데 3시간이면 충분한데 우리는 외항 쪽에서만 5시간을 넘게 걸었다. 곳곳에 비경이 있는데 어떻게 그냥 걸어 지나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