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9일(토) Schwellbrunn - St. Peterszell - Wattwil, 20 Km, 9시간
어젯밤에 세차게 내리던 비도 그치고 아침에 눈을 뜨니 날씨는 약간 흐렸지만 햇살도 비치고 상쾌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동네를 한바퀴 돌았다. 어제 빗속에 숙소를 찾느라 맘이 급해 보지 못했던 농촌 풍경들이 맘이 편해지니 이제 눈에 들어온다.
어젯밤 약속한 아침 7시 반에 정성껏 준비한 아침상을 들고 주인 아주머니가 올라와 식탁 위에 차려 놓고 나가신다. 오늘 아침 식사는 아침에 이집 농장에서 짠 우유와 커피, 빵, 치즈, 쨈, 바나나와 Muesli를 요구르트에 섞은 음식과 후식으로 딸기가 나왔다. 감사 인사를 하고 맛있게 먹은 후 남은 빵은 치즈와 함께 싸서 오늘 점심으로 챙겨 오늘의 목적지인 Wattwil로...
어제 숙소로 오느라 까미노 길을 벗어났기에 다시 숲길을 지나 까미노 길로 들어섰다.
Risi 갈림길에서 20분 정도 길을 잘못 가다 St. Peterszell로 가는 방향으로 들어섰는데 요양원 건설 중이라 길 표시가 애매하다. 이리저리 헤매다 GPX를 보고 까미노 길로 들어서 언덕을 올라가니 Restaurant Sitz다. 이곳에서 보는 건너편 산 풍경도 멋지다.
언덕을 내려오는데 스키장 곤돌라 작업을 하는 인부들이 일을 하고 있다. 겨울에는 스키장으로 변하나 보다. Restaurant Sitz를 내려와 애매한 표시로 인해 도 길을 잃고 20분 정도 헤매다 풀을 깍는 청년에게 물으니 조금 더 가서 왼쪽으로 꺽어져야 하는데 너무 일찍 내려왔단다. 다시 헉헉거리며 비탈길을 올라와 조금 더 걸어가니 길이 보인다.
St. Peterszell 성당에 들어가 기도를 하고 순례자 패스에 도장을 찍으려고 보니 도장이 없다. 도장 찍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으니 그냥 나와 길로 들어서는데 오늘 자동차 경주가 있는지 도로에 경찰들이 많고 경주용 자동차들이 시끄럽게 소리를 내며 달린다.
오후 4시 반 경 Wattwil에 도착했는데 4번 표지를 잘못 보았는지 강을 건너 Wattwil 역으로 가야하는데 지도를 보니 강을 따라 걷고 있다. 어차피 Wattwil에 도착했고 오늘 숙소인 fazenda 수도원을 찾아가야 하니 지도를 보며 그냥 걷기로 했다. 한참을 걸어가다 다리를 건너려는데 오른편에 coop 슈퍼마켓이 보인다. 혹시 인터넷이 될까 하고 들어 갔지만 아쉽게도 이곳은 인터넷이 안 된다. 들어간 김에 내일 먹을 물과 바나나, 납작 복숭아 2 개를 사들고 나와 다리를 건너 fazenda 수도원으로 가는데 들어 가는 초입에 다시 까미노 길 표시인 4번이 보인다. 다행히 오늘 묶을 숙소는 내일 걸어야 할 까미노길에서 5분 거리에 있다.
오늘은 이곳에 있는 사람의 결혼식이 있어 오후 4시 이후에 오면 좋겠다고 했는데 도착하니 5시 15분이다. 하지만 아직도 결혼식 축하연이 계속되고 있어 나를 맞아 줄 사람은 없다. 마침 자동차에서 내리던 사람이 담당자를 불러 줄테니 조금만 기다리란다.
이곳 사람들은 모두가 친절해서 서로 도와주려고 안내를 해준다. 조금 있으니 Paulo가 와서 나를 조용한 순례자 방 3번으로 안내해 준다. 욕실에는 샤워실과 욕조가 있고 작은 용량의 세탁기도 있어 손빨래 후 탈수만 하려고 세탁기를 돌렸는데 소리가 이상하다. 세탁기 문이 열리지 않아 토요일 오후지만 내 빨래 때문에 할 수 없이 수도원 관리자가 잠시 다녀가는 일이 벌어졌다.
내가 미안해 하니 다들 괜찮다며 저녁을 먹은 후에 빨래를 빼면 된다고 맘을 편안하게 해 준다. 조금 있으니 St. Gallen 숙소에서 함께 지냈던 헬무트가 도착해 내 옆방을 배정받았다.
헬무트와 다른 몇몇 수도원 식구들과 저녁을 먹고 있는데 한 신부님이 세탁기가 정상으로 되었으니 걱정하지 말고 빨래를 꺼내도 된다고 알려 주신다. 모두가 친절한 분들이다.
그런데 세탁기에서 뺀 빨래는 아직 탈수가 제대로 안 되어 축축하다. Paulo가 보더니 나를 자기들 세탁실로 데리고 가서는 건조기에 내 세탁물을 넣고는 세탁실 문을 열어 두고 갈테니 옷이 다 건조되면 와서 가지고 가란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덕분에 무사히 세탁물을 잘 말려서 다음날 입을 수가 있었다.
방값을 내는데 헬무트가 10 프랑짜리가 없단다. Paulo도 거스름돈이 없다고 해서 내일 Rapperswil 순례자 숙소에서 받기로 하고 헬무트에게 7프랑을 꾸어 주었다.
숙박비를 지불한 후 헬무트와 내일 갈 까미노 길에 대해 얘기를 하다 내일이 일요일이란 걸 알았다. 상점이 문을 닫을 텐데 낼 점심은 뭐를 먹지? 다행히 오늘 오후에 슈퍼에서 바나나와 비상식량으로 가져간 미숫가루를 먹기로 했다.
저녁 후 수도원에서 요양하는 사람들이 키우는 밭을 둘러보았는데 딸기와 요하네스베어, 그리고 싱싱한 야채들이 가득하다. 수도원 벽을 타고 자라는 포도나무는 100년은 되었단다. 특히 반가웠던 것은 정원 한 가운데 있던 함박꽃 나무다.
저녁 9시경 천둥이 치더니 또 비가 내린다. 내일은 날이 맑기를 기대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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