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8일 (금), St. Gallen - Herisau- Schwellbrunn, 18Km. 8시간
아침에 일어나니 날씨가 맑고 상쾌하다. 어제 남은 카레라이스를 아침으로 먹고 나오는데 헬무트가 따라 나오며 자기는 빵집에 가서 신선한 빵을 사가지고 와서 아침을 먹고 나중에 출발하겠단다.
드디어 스위스 까미노길 출발~
길 표시가 익숙하지 않아 표시를 잘 보며 걸어야 하므로 천천히 표지판을 익히며 걸었다. 스위스 전 지역에서 사용 가능하다고 해서 한국에서 사온 유럽 5G짜리 ee유심은 먹통이라 도대체 도움이 안 된다.
Guebensee 근처에서 3명의 도보 여행자들을 잠깐 만났고 Herisau까지는 혼자 길을 잃지 않고 잘 왔다. 헤리사우(Herisau) 마을 coop 슈퍼에 들어 가는데 갑자기 카톡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이곳에서 물, 과일과 치즈를 사가지고 나오면서 coop 입구 한켠에 서서GPX 트랙도 다운받고 한참동안 카톡을 한 후 길을 떠났다.
Herisau 마을을 지나 초원 언덕 위에 자리를 깔고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점심 휴식을 취했다. 피곤한 다리도, 갑자기 10Kg짜리 배낭을 짊어져 아픈 어깨도 쉴겸 30분 이상을 쉬고 다시 오늘 숙소인 슈벨브룬로 출발했다.
한참을 걸어 가다 보니 나보다 늦게 떠난 헬무트가 저 앞에서 길 안내 지도를 보고 있다. 자기는 발에 물집이 있고 트레킹 샌달을 신고 걸어 산길을 피해 주로 도로를 따라 걸어 왔단다.
10분 정도 같이 걷다 길이 다시 초원길과 차로로 갈려 서로 걷기 편한 길로 가려고 헤어졌다. 헬무트는 오늘 Aemisegg 순례자 숙소에서 잘 계획이라 나보다 한시간 반은 더 걸어가야 한다. (다음날 Wattwil 수도원에서 다시 만나 물어보니 빗속에 걷느라 힘들었고 신발도 몸도 흠뻑 젖었단다. 숙소도 매트리스 위에서 자야해서 힘들었단다.)
나는 초원길로 가다 언덕 위에 그네가 있어 그네를 타고 놀며 한적하게 시간을 보내다 오늘의 숙소를 향해 걷는데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천둥도 치며 날씨가 심상치 않다.
슈벨브룬 갈림 길에서는 제법 비가 많이 내린다. 오후 4시경인데 비가 오니 주위가 점점 어두워진다. 슈벨브룬 마을로 가는 길로 들어가다 빗속에 잠시 멈춰 서서 오늘 저녁 숙소에 전화를 걸어 찾아 가는 방법을 물었다. 마을로 들어 가지 말고 Risi 방향의 까미노 길로 숲을 지나 계속 걷다 나오는 까미노 표지판에서 Stein 방향으로 걸어 가 왼쪽으로 내려 가면 있는 노란색 집이란다.
다시 방향을 돌려 까미노 길로 올라가 알려 준 대로 갈림길에서 10분 정도 더 걸어 집을 찾아갔지만 농가에 사람 인기척이 없어 아닌 것 같아 다시 나와 전화를 거니 조금 후 주인집 아들아이가 나와서 오라고 손짓을 한다.
농장을 지키는 큰 개가 나를 보며 짖는데 무서워서 가까이 갈 수가 없다. 내가 무서워하니 어린 아들 녀석이 개를 데리고 다른 곳으로 들어가 겨우 집으로 들어갔다.
새로 지은 농가는 3층짜리 나무집인데 3층을 순례자나 농가 체험 여행자 숙소로 사용하도록 잘 꾸며놓았다.(손님이 원하면 요리도 해 먹을 수 있다.) 오늘 이곳 투숙객은 나 혼자다. 아주머니가 만들어주신 따뜻한 저녁을 먹은 후 주인 아주머니가 펴 준 빨랫대 위에 빨래와 젖은 옷을 말리고 젖은 신발도 현관에서 가져 올라와 말렸다.
다행히 이 숙소에서는 와이파이가 된다. 이 숙소는 조용하고 주인 아주머니와 아저씨도 모두 친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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