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스위스길(Jakobsweg)

스위스 까미노: 3. 바트빌 - 노이하우스 - 라퍼스빌

hadamhalmi 2018. 6. 10. 20:01

 

6 10() Wattwil - Neuhaus - Rapperswil, 27 Km, 8시간

 

 

밤새 비가 세차게 내리더니 아침에는 날이 맑게 개었다아침 공기가 좋아 수도원을 한바퀴 산책하고 방을 정리한 후 짐을 챙겨 놓고 아침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갔다

 

오늘은 주일이라 미사가 11시에 있어 이곳에 계신 분들은 조금 늦게 식사를 한다하지만 난 어제 저녁, Rapperswil까지는 길이 멀어 아침 7시에 아침을 먹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어제부터 저녁을 준비해 주었던 수도원 식구가 일찍 일어나 7시에 밥을 먹고 길을 떠날 수 있게 준비를 해 놓은 후 나를 보더니 필요한 게 더 없겠냐고 물으신다

 

어제 저녁과 비슷한 소박한 아침상이지만 충분하고 감사하다고 말씀을 드리니 식사를 준비해 주신 분은 더 쉬기 위해 방으로 돌아갔다

 

헬무트는 이곳에서 꼭 미사를 드리고 싶었다며, 11시 미사를 드리고 떠나기로 해서 혼자 아침을 먹은 후 오늘 점심에 먹을 빵 하나를 싸고 조용히 수도원을 나와 까미노길로 들어섰다시작부터 오르막길이라 너무 힘들다몸이 힘드니 배낭이 더 무겁게 느껴진다이제 시작인데.... 

 

길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자주 만났는데 이들은 내리막길을 아주 시원하게 달린다얼마나 부러웠는지... 

 

길을 걷다 보니 풍광 좋은 언덕에 무인 상점이 있다냉장고를 열고 시원한 스프라이트 하나를 꺼내 먹고 2 프랑을 두고 나왔다미안하게도 어제 저녁 헬무트에게 숙박비 7프랑을 꾸어 주어 잔돈이 없다.  

 

Walde 근처에서 햇볕에 까맣게 그을린 순례자 아가씨를 만났다. Wattwil을 향해 역방향으로 걸어 가는 이 순례자는 내가 제네바까지 갈 계획이라고 하니 자기 집이 Stans에 있으니 Stans에 오면 자기 집에 와서 지내라고 제안을 한다낯선 이의 갑작스러운 호의에 조금 망설이다 고맙지만 나는 Stans를 지나 Bethanien에 방을 예약해 두어서 어렵다고 얘기를 하고 헤어졌다

 

Rapperswil 초입에서 까미노 표시를 보고 있는데 길 가시던 한 할머니가 내게 다가와 라퍼스빌 순례자 숙소 가는 길을 설명해 주신다내 배낭에 달려 있는 조개를 보고 내가 순례자인 줄 알았단다.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시내를 들어가면서 또 길을 잃었지만 시내의 대성당을 찾아 가면 되겠거니 하고 감으로 대성당을 찾아갔다순례자 숙소를 옆에 두고 한 바퀴 돌아 지도를 보고 있는데 누군가 나를 보며 어서 오라고 환영의 손짓을 한다바로 눈 앞에 순례자 숙소를 두고도 몸이 지쳐 집중이 안됐나 보다

 

순례자 숙소 봉사자인 클라우디아의 친절한 안내로 아래층 침대를 배정받고 짐을 풀고 나니 30분 후 헬무트가 들어온다나는 8시간 걸어왔는데 6시간 만에 왔다고너무 빨리 와서 깜짝 놀라 버스 타고 왔냐고 물으니 산길을 피해 도로를 따라왔다고 한다나는 중간에 너무 더워 시원한 빵집에 들어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핸드폰 충전도 하고 충분히 쉬기도 했지만 그래도 너무 빨리 왔다

 

라퍼스빌 순례자 숙소는 Konstanz Rorschach의 두 길에서 온 순례자들이 만나는 지역이고 이들의 주된 목적지인 아인지델른 대성당으로 가는 순례자들로 만원이다

 

샤워 후 침대 근처에 빨래를 널어 놓고 숙소 근처 이탈리안 식당에 가서 헬무트와 함께 저녁으로 피자를 먹었다저녁 식사 후 헬무트는 구시가지 산책을 하러 가고 나는 피곤해서 혼자 숙소로 돌아와 다음날 일정을 준비하고 짐을 정리했다다른 순례자들에게 동의를 구한 다음 핸드폰 충전을 하기 위해 거실에 나와 자는데 오늘 아침 일찍 떠나 이곳에 도착한 순례자들이 피곤해 저녁 8시부터 불을 끄고 자고 있어 다른 순례자들은 모두 거실에 나와 내일 갈 짐을 정리하고 있다. (방에는 전기 콘센트가 침대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핸드폰과 사진기 배터리 충전을 하기가 너무 불편하다.)   

 

쮜리히에서 온 한 아주머니는 스페인 까미노를 걷겠다는 딸아이의 시험 도보에 동행했다 발목 근육에 이상이 생겨 얼음 찜질을 하고 있다이곳은 여자나 남자나나이가 어리나 늙으나 다들 최소한의 것만 걸치고 돌아다녀 내겐 문화 충격이 크다스페인 알베르게와는 또다른 문화다. 

 

 

 

순례자 숙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