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스위스길(Jakobsweg)

스위스 까미노: 5. 아인지델른 - 슈비츠 - 브룬넨

hadamhalmi 2018. 6. 12. 23:00

 

6 12 (), Einsiedeln - Alpthal - Schwyz - Brunnen, 25Km, 9시간

 

 

아침에 일어나니 날이 흐렸다하지만 공기는 상쾌하고 춥지는 않다

 

아침을 먹으러 식당에 내려가니 식당 아주머니가 나와서 내게 어느 정도의 삶은 달걀을 원하냐고 물어보신다반숙을 원한다고 하니 먼저 알람 시계에 반숙에 필요한 시간을 맞추고 계란을 쇠조리에 얹어 뜨거운 물에 넣는다. 그리고는 알람이 울리면 삶아진 달걀을 찬물에 넣어 식힌다삶은 계란 하나 먹기 한번 힘들지만 재미는 있다잘 차려진 아침 음식을 맛있게 먹은 후 아침 7 45분 체크아웃을 하고 오늘의 목적지인 브룬넨을 향해 출발했다.  

 

숙소를 나와 아인지델른 대성당 방향으로 걸어 가는데 내 앞에 꼬마 아이가 혼자 학교에 간다. 이곳 아이들은 학교에 갈 때나 방과 후 집에 갈 때도 혼자 다닌다생각했던 것보다 스위스는 안전한 것 같다

 

먼저 어제 저녁 가보지 않은 아인지델른 대성당에 가서 기도를 드린 후 근처의 까미노 길표시를 찾았다어제 숙소에서 보니 발바닥 물집이 더 악화되어 물집 플라스터로 치료를 했지만 걷는 것이 그렇게 유쾌하지는 않다오늘은 1400m 산을 올라야 하는데 발바닥이 잘 버텨줄지 모르겠다

 

Alphtal 근처 냇가 의자에 앉아 통풍을 위해 신발을 벗고 발바닥을 점검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두 명의 도보여행자가 내 발을 보더니 안타까워하며 물집용 플라스터가 있냐고 물어 본다내가 있다고 하니 안심하며 잘 치료하라고 말하고 길을 간다.  

 

한참을 쉬다 Alpthal에 도착해 산을 오르는 것을 포기하고 버스를 타고 Schwyz로 갈 지를 고민하다 여기까지 왔는데 산을 지나치기가 아쉬워 스틱을 사용하며 걸어 가기로 했다

 

산 초입에는 자갈길이고 계속 오르막이다자갈길이라 발바닥 통증이 심해졌지만 쉬면서 조심조심 걸어갔다. Haggenegg 가까이 가니 구름에 가려 있던 Mythos 산이 잠깐씩 모습을 드러낸다해발 1414m Haggenegg는 스위스 야고보 길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그런데 산 반대쪽으로 넘어가니 안개가 자욱한 게 앞이 잘 안 보인다. 그곳에도 식당이 있는데 안개 속에 아이들이 나와서 놀고 있다.  

 

이 식당에서부터 내리막길이 시작하는데 내리막길은 오르막길보다 경사도가 더 심하다아마 경사도가 60 이상은 되어 보인다차도는 완만하게 만들었는데 등산로는 왜 이렇게 가파르게 했는지 잘 이해가 안 가지만 배수로 관리는 아주 잘하고 있다

 

발바닥 물집때문에 다칠까봐 스틱을 사용해 조심조심해 내려와 Schwyz 지역에 들어서니 눈 앞에 펼쳐진 멋진 풍경이 너무 황홀해 산을 넘어오느라 힘들었던 것을 다 잊게 한다게다가 그동안 안 되던 인터넷도 이곳에 오니 갑자기 연결이 된다한국에서 사 온 ee유심의 데이터 작동이 잘 안되니 길에 서서 그동안 못 보냈던 사진들과 잘 있다고 카톡으로 소식을 전한 후 슈비츠 시내로 내려갔다.  

 

언덕을 내려오다 한 고등학교 쉼터에서 휴식을 하며 발바닥을 보니 다른 발바닥에도 물집이 생겼다. Schwyz 시내로 내려와서는 길가는 한 여자분에게 약국을 물어 찾아가서 급한대로 두 종류의 물집 플라스터를 사가지고 나왔다

 

Brunnen을 향해 길을 가는데 Schwyz 까미노 길가에 coop 슈퍼가 보인다들어가서 물 1납작복숭아 2개와 바나나 1개를 사들고 나와 걸어가는데 Alpthal에서 쉬면서 만났던 두 사람이 뒤에서 오며 인사를 한다이들의 이름은 Monika Rene

 

자기들도 내가 가는 숙소를 찾아 간다며 한동안 함께 걸었는데 두 사람은 건강하니 걸음 속도가 나보다 빠르다먼저 가라고 하고 시골길을 뒤따라가는데 건너편 산에 시커멓게 소나기 구름이 내려 앉아 있는 게 보인다조금 있으니 여기까지 구름이 이동해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높은 산을 넘어온 후 비가 내리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이들 덕분에 나는 오늘 숙소 찾는 수고는 덜었다.) 

 

오늘 밤 머무를 Haus Maria Thresa에 도착해 벨을 누르니 아무도 없다셋이서 숙소 앞 쉼터에서 잠시 기다리니 수녀님이 내일 아침 먹을 빵을 사가지고 오신다수녀님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시며 안으로 들어가 먼저 우리가 낼 떠날 배편 안내 등 숙소와 관련한 기본적인 설명을 해 주신다

 

방값을 지불하고 2층으로 올라가 각자의 침대를 골라 배낭을 내려 놓고 씻은 후 세차게 내리는 빗속을 뚫고 수녀님이 안내해 주신 근처 이탈리안 식당으로 가서 Monika, Rene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Monika Rene는 아주 친절한 스위스 사람들이다. 둘의 관계는 연인인지 부부인지 물어보지 않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둘이는 자주 트레킹을 다니며 이번 여행은 Einsiedeln부터 Stans를 거쳐 Flueeli까지 간단다. 순례자는 아니고 걷는 게 좋아 자주 걸으러 다닌다는데 밥을 먹으며 얘기를 해 보니 까미노 길도 훤하게 알고 있다

 

나보고 스위스에서 까미노 길 외에 가야 할 곳을 검색을 해가며 찾아 알려 준다. Brienz에 가서는 세계에서 하나 남은 증기 기관차를 타고 Rothorn 산에 올라가고, Interlaken에서 Mehringen 가는 까미노길 가에 있는 Beatus동굴도 가보고 Appenzeller 산에 있는 식당도 특별하니 그곳도 가 보면 좋다고 알려 준다이들이 알려 준 정보는 나중에 발바닥 물집으로 고생하던 내 여행 일정을 변경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저녁 식사 후, 8시경 발도 아프고 피곤해서 나 먼저 숙소에 돌아오니 Rapperswil에서 헤어졌던 헬무트가 와서 내 침대 윗칸을 차지하고 있다오늘 아침 아인지델른에서 다른 순례자들과 얘기를 하다 늦게 떠나 비를 쫄딱 맞고 산을 넘어오느라 힘들었단다

 

헬무트는 내가 기독교인인줄 알면서도 왜 어젯 저녁에 아인지델른 대성당 미사에 안 왔냐고 묻는다너무 힘들어서 못 갔다고 했더니 웃는다그러면서 이틀 전 자기는 시골길에서 나와 헤어진 후 점심 먹고 떠나다 비를 흠뻑 맞았고 아인지델른 수도원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독방을 받아 편하게 지냈다고 자랑을 한다

 

날씨가 좋아야만 걸으려고 하는 헬무트에게 비는 상극이다오늘도 가지고 온 판초가 얇고 짧은 것이라 비가 다 스며들었고 옷이 흠뻑 젖었다그래서 오늘 저녁세탁실에서 신발과 옷을 말리느라 바쁘다가능하면 친구가 있는 Thun까지 가고 싶어 하는 헬무트는 처음 St. Gallen 순례자 숙소에서 만났을 때 핸드폰도 잘 사용하지 않고 인터넷도 안하는 청년으로 이번 여행에도 엄마 핸폰을 빌려 왔다고 해서 놀랐는데 신앙심은 깊어 보인다.

 

헬무트와 얘기를 하다 더 늦기 전에 내일 숙소를 예약하려고 Bethanien에 전화를 거니 너무 늦었는지 급한 일 아니면 내일 걸으란다오늘 오후이곳 숙소에서 안내받을 때 수녀님에게 내일 Bethanien에서 잘 계획이라고 하니 Bethanien 침대가 많으니 걱정 안해도 된다고 하신 말씀이 생각 나 내일 전화하기로 했다

 

이젠 양 발바닥에 물집이 생겨 낼 걷기에 더 힘들 텐데 걱정이다다시 한 번 발바닥 물집을 점검하고 피곤해서 일찍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