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스위스길(Jakobsweg)

스위스 까미노: 6. 브룬넨 - 베켄리드 - 베타니엔

hadamhalmi 2018. 6. 13. 20:10

6 13 (), Brunnen - Beckenried - Stans - St. Jakob - Bethanien, 25km, 9시간 반

(Stans에서 St. Jakob까지는 버스 이동)

 

 

아침에 일어나니 계속 비가 내린다일기예보에 따르면 아침 11시가 지나야 비가 조금 잦아든단다

 

짐을 챙긴 후 아침을 먹으러 아래층 식당으로 내려가니 이틀 전 Rapperswil 순례자 숙소에서 함께 잤던 두 여자 순례자도 함께 앉아 있다아마도 저녁 늦게 도착한 것 같다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수녀님이 정성껏 준비해 주신 아침을 먹으며 오늘 배를 타고 Treib으로 가 산을 넘는 일정을 얘기하느라 바쁘다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오늘 저녁에는 Bethanien에서 잘 계획이었기 때문에 Beckenried까지 배를 타고 가서 Stans를 지나 Bethanien까지 걸어야 한다.

 

나는 9 17분 배를 타기 위해 8시 반 경 모두에게 인사를 하고혼자 Brunnen 선착장으로 떠났다. (Treib 가는 배는 시간마다 있지만 Beckenried 가는 배는 그에 비해 자주 있지 않다.)

 

어제 저녁수녀님이 30분이면 선착장까지 충분히 간다고 했는데 비도 오고 어제 저녁 식당가던 익숙한 숙소 아랫길로 가다 보니 까미노 길 표시가 없다돌아 가기는 싫고 감으로 찾아가느라 꼬박 30분이 걸렸다. (아마도 숙소 윗길로 따라 가야 까미노 길 표시가 있는 것 같다.)

 

Brunnen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40분 후 Beckenried에 내려 도보를 시작했다. (배에서 내리면 바로 까미노 길이다.) 비가 와서 더 한적한 길을 아픈 발바닥을 참고 열심히 걸어 Stans 마을 중심에 들어 가니 비가 더 세차게 내린다일기 예보는 11시 이후 비가 잦아든다고 했는데 비가 그칠 것 같지 않다. Stans 성당 앞에 도착하니 벌써 오후 1 30분이다

 

성당 근처 한 식당에서 손님들이 많이 나와 그곳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지만 양고기 메뉴인데다 값도 40 프랑이라 그냥 지나쳤다걷다가 보니 Stans 역 근처까지 갔다길을 잘못 걸어간 걸 깨닫고 다시 까미노 길로 돌아와 길을 걷다 점심 메뉴을 보고 텅빈 이탈리아 식당으로 들어가 한쪽 구석에 앉았다점심 메뉴(19.5 프랑)를 시킨 후 젖은 양말을 벗고 새 양말로 갈아 신고 아픈 발도 공기를 통하게 하고 식당에서 점심도 먹고 충분히 쉬기로 했다

 

파스타가 나올 것으로 생각했는데 예상 밖으로 닭튀김과 감자고로케가 나왔다남자 직원이 샐러드와 스프 중 고르라고 해서 날도 춥고 해서 따뜻한 스프를 골랐더니 아마도 주메뉴가 닭튀김과 연계되었나 보다내게 단백질이 필요해 나왔겠다 생각하고 기름진 닭 튀김으로 허기를 채우고 쉰 후 오늘 일정을 다시 점검해 보았다

 

지금이 오후 2시인데 Bethanien까지 6시 반 안에 도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오늘 저녁을 6시 반에 예약해 놓았고아픈 발바닥도 조금 쉬게 하려고 St. Jakob까지는 버스를 타고 가기로 결정했다.  

 

후식으로 커피를 가져온 여자 직원에게 St. Jakob가는 버스 시간표를 물어보니 잠시 자리로 돌아가 핸폰을 가져오더니 버스 앱으로 St. Jakob까지 가는 버스 시간표를 보여주는데 30분마다 있다급하게 짐을 챙기고 감사 인사를 드린 후 조금 전 헤매다 알게 된 역 안내센터로 들어가 버스표를 구입했다오후 2 57분 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지나 St. Jakob 버스 정류장에 내리니 길 건너에 St. Jakob Kapelle가 있다

 

St. Jakob Kapelle로 잠시 건너 갔다 다시 까미노 길로 돌아와 Bethanien을 향해 걸었다비는 조금 잦아 드는가 싶더니 다시 세차게 내린다비는 하루 종일 내릴 것 같다.

 

길을 걷다 주인 없는 앵두 나무에서 5알의 앵두를 따먹으며 쉰 후 열심히 빗길을 걸어 갔더니 드디어 눈 앞에 Bethanien 안내 표시가 보인다얼마나 반갑던지... 조금 더 걸어가다 큰 건물이 보여 Bethanien 수도원일 것 같아 현관으로 들어가니 예상대로 Bethanien 숙소인데 안내데스크에는 시간이 늦어 아무도 없다그래서 인기척이 나는 식당에 가니 한 아주머니가 계신다

 

아주머니는 내게 친절하게 방 안내해 주시고는 오늘 6시 반에 저녁 식사를 두 사람이 예약했는데 나 혼자 시간 안에 왔다고 말씀하신다그래서 식당의 저녁 손님은 나 혼자다

 

산 아래 안개낀 호숫가의 풍경을 보며 시원한 맥주로 갈증과 피곤을 풀며 느긋하게 저녁을 먹고 있으니 순례자를 담당하시는 노 수녀님이 오신다발 물집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원하면 하루 더 묶고 가라고 권하신다참 고맙고 친절하신 분이다그러면서 내게 뭐가 필요한지를 물어 순례자의 불편을 덜어주시려고 애를 쓰신다내가 빨래 널 곳과 젖은 신발을 말리기 위해 폐신문지가 필요하다고 하니 곧 세탁실의 난방 여부를 확인해 주시고 폐신문지도 가져다 주신다

 

저녁 식사 후 물집 플라스터로 물집 치료를 하려던 계획을 수정해 가져간 바늘을 소독하고 물집을 터트린 후 물집 안의 액체를 다 빼내고 포비돈 요오드액을 상처 안밖에 발라 건조 시켰다경험상 물집에는 바늘 요법이 제일 좋은데 그동안 귀찮아서 물집 플라스터를 사용했더니 물집이 점점 커지고 있다내일 아침에는 상처가 조금 아물기를 바라며 지친 다리도발바닥도 맨소래담 로션으로 열심히 마시지 해 주었다

 

이곳은 순례자가 쉬기 참 좋은 곳이다순례자 방에는 침대가 5개 있는데 작은 발코니도 딸려 있고 조용하고 경치도 좋다그런데 한 가지 단점이 있다순례자 방에는 방 열쇠가 없다

 

오늘도 나는 이 방을 혼자 쓴다.

 

 

 

한국 여성 순례자가 선물해 주었다는 작은 매듭.

 

Beckenried

 

Stans
St. Jakob Kapel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