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스위스길(Jakobsweg)

스위스 까미노: 8. 룽에른 - 브리엔츠빌러 - 브리엔츠

hadamhalmi 2018. 6. 15. 23:00

6 15 (): Lungern - Brünig-Halisberg (Brünigpass)-Brienzwiler - Brienz, 10Km, 8시간 30

(브뤼니히-할리스베르크 역에서 브리엔쯔빌러까지는 버스로 이동)

 

 

지난 밤에도 편안하게 푹 잤다스위스에 온 이후 아침에 눈을 뜨면 보통 5시경이다룽에른 마을의 아침 풍경을 보기 위해 잠시 밖으로 나갔는데 마침 해가 뜨고 있어 호수 풍경이 아름답다방으로 다시 올라가 사진기를 들고 나와 사진을 찍으며 주위를 둘러 보니 정말 아름다운 시골 마을이다.  

 

오늘 걸어야 할 길은 브리엔쯔까지 15Km 정도다느긋하게 게으름을 피우다 보니 아주머니가 오셨는지 밖이 시끄럽다시계를 보니 9시다짐을 챙기고 나가 아주머니에게 하룻밤 잘 지내고 간다고 인사를 하니 먼저 발 상태를 물어 보신다힘들면 기차를 타고 산을 넘어 가는 게 어떻겠냐고 권하신다여전히 발이 불편하지만 조금 나아졌으니 그냥 걸어서 가겠다고 말씀을 드리고 오늘의 목적지인 브리엔쯔를 향해 떠났다

 

민박집인 시골 농가를 나서는데 배낭을 맨 사람들이 자주 지나간다알고 보니 산행을 하러 가는 사람들이다그제서야 주변의 풍광이 눈에 들어 오는데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어제 저녁에는 숙소로 오는 길에 너무 힘들고 피곤해서 까미노 길가의 큰 폭포작은 폭포 표시를 보면서도 관심없이 슈퍼에서 음식을 살 생각만 하고 부지런히 걸었다여유를 가지고 보니 이제야 건너편 산등성이에서 내려오는 폭포의 물줄기가 눈에 들어 온다이곳에는 산꼭대기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도 있다.  

 

GPX 지도를 보며 다시 카미노길로 들어서 걸어 가고 있는데 갑자기 자전거를 탄 사람이 내 앞에 선다놀라서 보니 숙소 주인 아주머니다나오면서 잠깐 화장실에 들렀다 손을 씻으면서 팔목에 있던 손수건을 빼 두고 그냥 나왔나 보다오늘 걸으면서 꼭 필요한 건데 두고 갔다며 자전거를 타고 와 건네 주신다이렇게 고마울 수가감사인사를 드리고 헤어진 후 나는 Brünigpass로 가는 산길로 접어 들었다

 

이 산길은 그동안 걸었던 길 중 가장 맘에 드는 길이다야생화가 얼마나 많던지 1시간 반이면 걷는다는 길을 나는 3시간이나 걸렸다. Letzi를 지나 Brünigpass에 도착하기 전에 한적한 곳에서 기찻길을 건너오는 한 노부부를 만났다바로 앞에 식당 안내 표지판이 있어 서로 문을 연 식당인가 궁금해 하고 있던 중 노부부가 먼저 숲속 계단을 올라갔다혹시나 하고 기다리는데 안 내려 오신다문을 연 것 같아 나도 따라 올라가니 주인집 남자가 나와서 부인에게 식당을 열 건지 물어봐야 한단다.

 

곧 이어 주인집 여자가 나오더니 굴라쉬 스프에 빵은 금방 데워 줄 수 있는데 신선한 파스타를 먹으려면 30분을 기다려야 한단다신선한 파스타를 먹고 싶었지만 30분을 기다릴 수는 없고 해서 나도 이분들처럼 점심 순례자 메뉴인 굴라쉬 스프(8.5프랑)를 시켰다스프가 나올 때를 기다리며 베른에서 여행 온 스위스 부부와 잠시 얘기를 나눴다정년 퇴직 후 부인과 여행을 다니는데 오늘은 융프라우요흐에 올라가려고 인터라켄에 갔었단다그런데 사람이 너무 많아 기차를 타고 Brünig-Halisberg 역에 내려 산책 중이란다그러면서 식당 주인이 식탁 위에 깔아준 사진을 보이며 St. Beatus Höhle(베아투스 동굴)에 가 보란다포토샵을 한 사진같이 물색이 옥색이지는 않지만 가 볼만 하단다이 동굴은 Brunnen에서 만난 Monika Rene도 추천한 그곳이다.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스프 맛은 괜찮았다점심을 먹고 조금 쉬고 있으니 식당 아주머니는 아픈 내 발을 보며 Brüigpass에서 Brienzwiler까지는 경사가 심해 아픈 발에 무리라며 역에 가면 매시간 5분마다 Brienzwiler가는 Postbus가 있으니 버스를 타고 내려가라고 권하신다. (스위스는 버스 운영자가 우체국인가 보다.)  

 

식당에서 5분 정도 걸어 나오니 Brünig-Halisberg역이다. 식당 주인 아주머니가 말씀해 주신대로 오후 1 5분 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시간표를 보니 3 5분에나 Brienzwiler 가는 버스가 있다두 시간이나 기다려야 해서 그냥 걸어 갈까도 생각했지만 어차피 제네바까지 가려면 체력을 아껴야 하니 기다렸다 버스를 타기로 했다

 

이 시골역에는 기차는 자주 정차하는데 표는 자동판매기로 사야하고 안내는 전광판을 봐야 한다자동판매기 사용법을 몰라 지나가는 스위스 아가씨에게 도움을 청하니 흔쾌히 표 사는 것을 도와 준다. (이때 어떻게 표를 사나 잘 보아 둔덕에 스위스 여행을 하며 자동 판매기에서 표를 사야 할 때마다 어려움 없이 표를 살 수 있었다.)   

 

역사 없는 조그만 시골역 계단에 앉아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지난 이틀간 쓰지 못한 도보 일지를 썼다그 덕분에 발도 쉬었다오후 3 5분에 떠나는 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내려 오는 길에서 창 넘어 보이는 풍경은 정말 멋지다발만 안 아프면 저 풍경을 즐기며 결었을 텐데 너무 아쉽다

 

'Brienzwiler Dorf' 정거장에서 내려 GPX를 보니 까미노 길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내린 곳에서 버스가 왔던 방향으로 조금 올라가니 갈림길에 까미노 표지판이 보인다이제 다시 까미노 길로 들어섰다햇살은 점점 뜨거워지고 발바닥 물집도 점점 커지는 느낌이고중간에 자주 쉬면서 천천히 걸어 드디어 브리엔쯔에 들어섰다기차가 지나는 다리 밑을 지나니 브리엔쯔 호숫가에 유료 선탠장이 있다이곳 사람들은 시설이 잘 갖추어진 호숫가 잔디밭에 드러눕기 위해 입장료를 낸다

 

근처를 둘러 보다 캠핑장을 지난 느낌이라 선탠장 입장료를 받는 젊은 여직원에게 가서 브리엔쯔 유스호스텔을 물으니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준다바로 옆에 있고 시내로 가는 반대 방향으로  길을 따라 조금 걸어가면 조용한 유스호스텔이 있단다

 

브리엔쯔 유스호스텔에서 숙박비를 지불한 후 순례자 할인은 없냐고 물으니 있단다. (내가 순례자인줄 알면서 물어 보지 않으면 할인해 주지 않을 생각이었나 보다.) 그러더니 3.1프랑을 내어주면서 미안한지 아이스크림 값 정도로 얼마 안된단다. (이 돈으로 이곳에서 저녁 후 2.50프랑짜리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발이 너무 아파 쉬기 위해 내일은 Rothorn 산으로 가는 증기 기차를 탈 계획이라고 하니 남자 직원은 유스호스텔에서 사면 더 싸다며 이곳에서 구입하라고 한다그래서 92프랑짜리 왕복 기차값을 73프랑 주고 샀다

 

방 배정을 받고 들어 가니 여기도 6인실 방에 오늘 투숙객은 나 혼자다개인 침대 마다 조명이 있지만 그래도 방이 조금 어둡다창가 옆 아랫칸 침대에 자리를 잡고 짐을 푼 후 잠깐 낮잠을 잤다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힘들었던 몸이 조금은 풀린다저녁 시간에 늦을까봐 식당으로 갔는데 아무도 없다내가 첫 손님인가 보다저녁밥을 다 먹고 있는데 내게 로토른 기차표를 판 직원이 오더니 파스타를 더 먹으라고 권한다여기도 시골 인심이라 후한 것 같다

 

후식으로 나온 과일과 케잌까지 맛있게 먹은 후 내 방으로 돌아가 발바닥 물집을 치료하고 짐을 정리한 후 내일 Rothorn 산 소풍 때 좋은 날씨를 기대하며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다음 날 아침 일어나니 유스호스텔 직원은 어젯밤 숙소 투숙객들이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내가 너무 피곤한 것 같아 깨우지 않았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