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22일(토)
도보 구간: Saint-Julien-Chaptueil – Le-Puy-En-Velay, 18 Km (실제 걸은 거리: 20 Km)
걸린 시간: 4시간 반
드디어 오늘이 이번 도보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어젯밤 발바닥의 물집 통증으로 잠을 잘 자지 못했다. 다친 팔목도 붓기가 가라 앉지 않았고 움직일 때마다 불편해 뒤척거리다 새벽 3시경에 겨우 잠들었다. 아침 6시 반에 일어나니 날씨는 흐렸지만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는다.
어제 저녁에 오늘 아침 7시 반에 아침을 먹는다고 했는데 주인집에서 아무도 내려 오지 않는다. 이상해서 다비드가 이층에 가서 물어보니 주인집에서 먹는 거란다. 바로 올라가니 수잔네와 앙드레가 반갑게 맞아 준다.
앙드레는 나에게 스페인 프랑세스 길을 걸을 때 한국인 순례자를 만난 적이 있다고 말을 건넨다. 그는 우리들에게 르쀠에서 지금 빛의 축제가 열리고 있고 오늘이 토요일이니 볼 수 있다며 가보라고 르쀠 지도와 팜플렛을 가져다 준다. 밥을 먹는데 또 약간 어지럽다. 아침을 먹고 내려와 떠나기 전 걱정이 되어 한국에서 가져 간 이석증 약을 챙겨 먹고 먼저 두 사람에게 내 상태를 알렸다.
집을 나서며 비가 올까 걱정을 하니 앙드레는 오늘은 비가 안 올거라며 르쀠까지 잘 걸으라고 격려를 해 준다. 수잔네와 앙드레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셋이서 기분 좋게 집을 나와 까미노길로 가는데 갑자기 다비드가 숙소로 뛰어 간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그는 지팡이를 놓고 왔단다. 숙소를 돌아 보니 앙드레도 다비드의 지팡이를 가지고 대문으로 뛰어 나오고 있다. 나중에 길을 걸으며 다비드는 앙드레가 다비드의 지팡이를 건네 주며 그에게 stock man이라고 했다고 얘기해 주었다. 왜냐하면 스페인 까미노 길을 걸을 때 한 순례자가 나무 지팡이로 걸었는데 지팡이로 땅을 짚을 때마다 톡톡 소리가 나서 다음부터 그 순례자는 stock man으로 불렸고, 다비드도 나무 지팡이로 걸으니 stock man이란다. 앙드레는 그 짧은 순간에도 상대방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마음씨 따뜻한 분이다.
까미노 길로 들어서기 전 앞에 가던 두 사람이 왼쪽으로 꺾어진다. 왜 그런가 하고 보니 왼쪽에 대형 슈퍼가 있다. 두 사람이 대형 수퍼에서 점심으로 먹을 식품을 사는 동안 나는 살 게 없어서 밖에서 사진을 찍으며 동네를 구경했다. 난 여전히 배낭에 먹을 게 충분하다.
오늘은 다비드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 발가락 물집이 그를 괴롭히고 있어서다. 그러면서도 카타리나와 함께 번갈아 가며 계속 내 상태를 확인한다. 다행히 르쀠에 도착할 때까지 어지럼증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드디어 오후 1시 반에 이번 도보 여행의 마지막 지점인 르쀠 대성당에 도착했다. 그런데 도장을 찍어 주는 기념품 가게가 오후 2시에 문을 연다고 해서 성당에서 30분을 기다렸다. 카타리나도 우리가 예약한 숙소에서 자고 내일 아침에 독일로 떠나기로 해서 셋이서 성당 근처에 있는 유스호스텔로 가서 체크인을 했다. 카타리나와 나는 내일 떠나지만 다비드는 여기서 하루 더 묶고 도보 여행을 계속하기로 했다.
카타리나와 나는 3인실 여자 숙소에, 바로 옆방에 머무는 다비드는 3인실 남자 숙소에 배정을 받았다. 숙소는 깨끗하고 모든 게 잘 구비되어 있고 규모도 제법 큰 데 오늘 투숙객은 우리 3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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