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23일(일)
아침에 일어나니 춥다. 이불 크기가 침대 크기와 똑같은 숙소는 처음이다. 같은 방에서 잔 앤느는 일어나자마자 잠자리를 군대처럼 각지게 정리해 놓고 샤워를 하러 갔다.
오늘 아침 8시에 먼저 독일로 떠나는 카타리나와 같이 밥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갔다. 커다란 식당에 아침 먹는 사람은 우리 세 명뿐이다. 밥을 먹는데 다비드는 지난 밤 추워서 자다 일어나 침낭을 꺼내서 덮고 잤단다. 숙소 직원이 오더니 샤워 더운물이 고장났다고 알려 준다. 아침을 먹고 방으로 갔더니 밥을 먹는 사이 앤느는 벌써 GR 70 길로 떠나고 없다. 쌀쌀한 날씨에 찬물에 샤워를 했을 앤느가 안타깝다.
숙소 입구까지 나가 카타리나와 작별 인사를 하고 방으로 들어 오니 아주 오랜만에 한가하다. 쌀쌀한 날씨에 난방을 하지 않아 방이 추워서 오리털 자켓을 입었다. 오늘 아침 10시 43분 기차를 타고 스위스 제네바로 가야 한다. 그런데 기차 연결이 안 좋아 두 번을 갈아타고 5시간 반이나 걸려서 제네바에 도착한다.
9시 50분, 기차역으로 갈 시간이 되어 배낭을 챙기는데 다비드가 문을 두드린다. 혼자 기차역으로 가도 되는데 고맙게도 역까지 가서 배웅해 주겠단다. 다비드는 친절하고, 마음씨 착한 청년이다. 이 청년 덕분에 Via Gebennensis 까미노길을 무사히 걸었다. 자기 배낭이 무거운데도 친절하게 역까지 동행해 주고 온 길을 다시 올라가서 배낭을 맡기기 위해 까미노 사무실로 가야 하는 데도 씩씩하다. 어젯밤 What's App이 안 될 때는 불안해서 어린아이 같았는데 오늘은 다시 건강한 청년으로 돌아왔다. Rocamadour(호카마뚜)까지 걸어 가는 길에 좋은 순례자들을 만나길 기도한다. 자기가 가야 할 길을 위해 진지하게 준비하고 실행에 옮기는 그의 모습이 보기 좋다.
숙소에서 10분 정도 걸어 내려가니 기차역이다. 함께 작은 역사로 들어가니 내가 탈 기차 시간이 30분 정도 남아 있다. 다비드와 작별 인사를 하고 먼저 보낸 후 혼자 역사에 앉아 기차를 기다렸다. 그런데 플랫폼에 서 있는 기차가 St. Entienne(셍테티엔)으로 가는 기차같아 옆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물어 보니 맞단다. 불안해서 기차를 타고도 한 번 더 승객에게 물어 확인을 하고 자리에 앉았다. 이 기차는 Le Puy와 St. Entienne을 왕복하는 지역 기차인데 승객이 별로 없다.
생테티엔에 거의 다와서 검표원이 내 기차표를 보더니 플랫폼 D에서 B로 가서 리옹가는 기차로 갈아타라고 영어로 알려 준다. 프랑스 사람들은 영어를 안 쓴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르쀠역에서도, 기차 검표원도 영어로 안내를 해준다. 하지만 기차 안내 방송은 불어만 한다. 그래도 16일 동안 듣기 연습을 한 덕에 안내 방송이 조금 들린다.
셍테티엔에서 리옹가는 열차를 9분 안에 갈아타야 한다. 그래서 기차에서 내리기 전에 마음이 급하다. 그런데 옆에 앉아 있던 노부부가 검표원이 내게 안내해 주는 걸 듣고는 자기들도 리옹에 간다며 플랫폼 갈아 타는 것을 묻는다. 그래서 들은대로 알려 주었더니 고맙다고 하신다. 잔뜩 긴장을 하고 기차에서 내려 안내 표지를 보고 따라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 갔는데 플랫폼 B로 가는 안내가 사라졌다. 당황해 하고 있으니 나처럼 B로 가는 한 아주머니가 바닥에 표시가 있다고 알려준다. 아주머니 덕분에 플랫폼 B로 잘 찾아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차량 번호가 없다. 파리로 가는 이 TGV 기차에 좌석 예약을 한 차량을 찾아가야 한다. 역무원에게 기차표를 보이며 물어 객차를 찾아가 내 자리에 앉았다. 이제 두 번째 관문을 넘었다.
제네바 행 기차를 갈아타기 위해 내린 리옹역은 큰 도시의 기차역답게 사람들로 혼잡했다. 제네바행 기차는 1시간 40분이나 기다려야 해서 화장실을 찾아 가니 사용료가 80센트다. 빵집에서 맛있게 보이는 바게트 샌드위치를 산 후 인터넷 구역으로 가서 기차 안내판이 잘 보이는 곳에 앉았다. 오후 2시 48분 제네바행 기차 플랫폼은 기차가 출발하기 출발 20분 전에나 안내가 된다니 기다릴 수밖에 없다. 플랫폼 안내를 보고 올라가니 일요일이고 간이역도 서는 지역 열차라 그런지 승객들이 많아 빈자리가 거의 없다. 그런데 키 크고 다리 긴 사람들이 앉기에는 좌석 간격이 너무 좁아 무릎이 닿을 정도라 답답하다.
16:30분에 제네바 역에 내리니 국경을 넘어 온 기차라 승객들을 검색한다. 작년에 제네바 역에서 공항으로 갈 때 잠시 이용했던 기차역의 모습이 아니라 잠시 당황했다. 하지만 검색대를 벗어나니 곧 눈에 익숙한 제네바역이다. 먼저 역내에 있는 '미그로' 슈퍼에서 오늘 저녁에 간단히 먹을 샐러드를 샀다. 여기서 '제네바 호스텔'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으니 이제부터는 별 어려움이 없다.
1년 전 이맘 때 '제네바 호스텔'에서 체크인 할 때는 불어를 한 마디도 못했는데 이번에는 불어로 했다. 내게는 큰 변화다. 프론트데스크에 있는 직원도 작년에 내 체크인을 도와주었던 사람으로, 내가 불어를 한 마디도 못할 때는 조금 불친절했는데 오늘은 불어로 인사하고 체크인을 하며 작년에 한 번 왔었다고하니 친절하게 안내를 해준다. 이곳은 내가 한 번 머물렀던 곳이라 마음이 편하다. 배정 받은 방으로 가서 내 침대에 짐을 풀은 후 버스를 타고 제네바 식물원으로 갔다. 그런데 버스를 타고 가다 보니 제네바 호숫가에서 보이는 몽블랑이 오늘 유난히 멋지다.
제네바 식물원에서 꽃과 나무들을 둘러 본 후 버스를 타고 돌아 오다 몽블랑을 보며 제네바 호숫가를 걷기 위해 한 정거장 전에 내려 걸어서 숙소로 돌아 왔다. 하루 종일 기차를 타고 긴장해서 그런지 무척 피곤하다.
오늘도 르쀠에서 제네바까지 기차 타고 오는 길에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감사하게도 모든 사람들이 친절했다. 내게는 대중교통을 장시간 타고 다니는 것이 걸어 다니는 것보다 더 피곤한 일이다.
'까미노- 프랑스 Via Gebennensis' 카테고리의 다른 글
Via Gebenensis: 숙소 주소 (0) | 2019.07.13 |
---|---|
Via Gebennensis: Geneve (제네바) (0) | 2019.07.13 |
Via Gebennensis: Le-Puy-En-Velay 시내 관광 (0) | 2019.07.12 |
Via Gebennensis: Geneve - Le-Puy-En-Velay 파노라마 사진 (0) | 2019.07.11 |
Via Gebennensis: 16. Saint-Julien-Chapteuil - Le-Puy-En-Velay (0) | 2019.06.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