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구불길

군산 구불7길: 신시도 길

hadamhalmi 2020. 5. 25. 22:03

2020년 5월 21일(목)

 

도보 구간: 신시도 새만금휴게소 주차장 - 월영대 - 월영봉 - 몽돌해수욕장 - 해안테크 - 대각산 바닷길 -은골 저수지 -한전부지 - 등산로 입구 - 신시도 마을 - 신시마을 입구 버스정류장. 11Km

걸린 시간: 4.5 시간

 

 

오랜만에 혼자 도보여행을 떠났다.

서울 센트럴시티 터미널에서 아침 7 20분 첫 차를 타고 군산에 도착하니 9 48분이다. 구불길 안내대로라면 시외버스 터미널 앞 버스 정거장에서 매시 50분에 비응항으로 가는 7번 버스가 있다. 이 버스를 타려고 고속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서둘러 뛰어서 버스 정류장으로 갔더니 7번과 9번 버스가 곧 온다고 안내를 해준다. 하지만 7번 버스를 기다리는데 9번 버스가 먼저 들어온다. 자세히 보니 9번 버스도 종착지가 비응항이라고 적혀 있다. 비응항 환승장에서 99번 이층버스를 타기에는 시간이 촉박해 버스 기사에게 비응항 가는지 다시 한 번 확인을 하고 아무 생각없이 버스에 탔다. 버스를 타고 9번 버스의 경로를 확인하니 군산항 산업단지로 돌아 간다. 비응항 환승장에서 신시도를 지나 선유도로 가는 99번 이층 버스는 매시 40분에 출발한다. 이 버스를 놓치면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 아무리 봐도 9번 버스를 타고는 40분 전에 비응항 환승장에 도착할 것 같지가 않다.

 

그래서 기사에게 비응항 환승장에 가려면 7번 버스를 갈아타고 가는 게 더 빠르겠냐고 물으니 9번이 조금 더 빨리 도착할 거라고 알려 주신다. 할 수 없이 버스에 앉아 비응항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버스가 군산항 근처에 가니 버스 손님도 나 혼자다. 기사님이 어디 가느냐고 물으시길래 선유도 가는 40분 버스를 타려고 했다고 하니 신호등만 안 걸리면 탈 수도 있겠다면서 부지런히 달리신다. 출퇴근길에는 버스가 산업단지 방향으로 가지만 낮에는 손님이 없어 산업단지를 돌아서 가지 않는다며 열심히 운전을 해서 드디어 비응항 환승장에 도착했다. 버스 기사님은 마침 길 건너편에서 막 출발하려는 99번 버스에 경적을 울려 탈 손님이 있다고 신호를 해주었고 내게는 빨리 내려서 길 건너편 이층 버스를 타라고 안내를 해 주신다. 버스 기사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는 서둘러 99번 버스를 탔다. 기사님의 도움 덕분에 한 시간을 벌었다.

 

99번 버스를 타면서 신시도 주차장에서 내려 달라고 부탁을 하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층 버스는 평일이라 뻥 뚫린 새만금 방조제를 달려 야미도를 지나 10 45분경에 신시1교차로에 버스가 정차하더니 3의 아주머니가 내리신다. 어디에도 버스정거장 표시가 없는데 기사님이 나에게도 여기서 내려야 한다고 알려 주신다. 그런데 버스에서 내리고 보니 근처에는 신시도 주차장이 보이지 않는다. 구불길 지도 한장 달랑 들고 있는데 초행길이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없고 한 20분 정도 이리저리 길 표시를 찾다가 다시 내린 지점으로 돌아와 차분히 카카오 맵으로 지도를 검색하고 신시도 주차장이라고 추정되는 신시광장 건너편 신시도 새만금 휴게소를 향해 걸었다. 그런데 휴게소 입구 어디에도 구불길 시작점이라는 안내가 없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을까 하고 주차장 입구에서 산기슭을 바라보는데 얼핏 사람들이 지나가는 게 보인다. 혹시나 하고 산 밑에 차들이 주차해 있는 곳으로 가 산길로 들어서니 거기에 구불길 안내 표지가 있다.

 

월영봉으로 올라 가는 길에 보이는 고군산도의 섬 풍경이 참 멋있다. 조금 전 길을 찾느라 힘들었던 일은 다 잊어버리고 잠시 바위에 앉아 멋있는 풍경을 즐기며 점심을 먹었다. 월영봉으로 올라갈 때는 가파르고 거친 바위길이었던 것과 달리 내려가는 길은 가파르지만 그래도 조금 편하다. 산을 내려와 차도를 건너 몽돌해수욕장으로 가니 여행객들이 조금 있다. 그런데 대각산으로 가는 길은 공사 중이라며 입산 금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다 구불길 사이트에서는 공사로 길이 폐쇄되었다는 공지가 없었기에 그냥 구불길로 들어섰다. 해안 숲길은 아주 조용하고 편안하다. 그런데 중간에 임도 공사로 길이 훼손되어 공사 중인 임도길로 올라갔다 다시 구불길 표시를 보고 숲으로 들어 갔다를 반복해서 걸었다. 이렇게 좋은 숲길이 공사로 훼손되는 게 마음이 아프다.

 

대각산 바닷길을 따라 만들고 있는 임도길을 걷다 구불길 노란 리본이 보여 임도길을 벗어나 다시 숲길로 들어섰다. 그런데 숲길을 나오니 또 길 표시가 사라졌다. 건너편 언덕에는 건물 공사가 한창이라 임도길을 따라 계속 걸었는데 이 길은 해안가에 국립신시도 자연휴양림 조성공사를 하느라 어수선하다.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분께 은골저수지로 가는 길을 물어 은골 저수지 옆 도로을 지나는데 관계자만 지나갈 수 있다는 표시가 있다. 머뭇거리다 이 길을 지나야 할 것 같아 무시하고 걸어가니 구불길 표시가 나온다. (나중에 보니 숲길에서 나와 건물공사가 한창인 언덕을 넘어 가야 은골저수지 가는 길이다.)

 

더운 날씨에 불편한 길을 걸었더니 몸도 마음도 피곤해서 오늘 도보를 시작했던 곳까지 걸을 마음이 사라진다. 그래서 한전 부지를 지나 신시도 마을로 나와 3시경에 도보를 마치기로 했다. 신시도 마을 수퍼에 들러 시원한 물과 아이스크림을 사서 길 건너 '신시마을입구' 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갈증을 해결한 후 25분경에 오는 99번 버스를 타고 비응항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