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30일(금)
도보 구간: 원산리 바다휴게소 - 원동마을 버스정거장 - 경남동물위생시험소 남부지소 - 관덕저수지 - 한퇴마을 버스정거장 - 발암산 정상(261m) - 제석봉(279.1m) - 향교봉 - 동원중고등학교 - 무전동 해변공원, 23.4Km
걸린 시간: 7시간
서호시장에서 아침 9시 20분에 출발하는 678번 첫차를 타고 오늘 도보 시작점인 원산리 '바다 휴게소'를 가려고 서둘러 '문화마을 정거장'에 도착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뜻밖에도 8시 50분 경에 677번 버스가 곧 들어온다는 안내가 뜬다. 677번 버스를 타면 평촌 마을에서 내려 바다휴게소까지 걸어 가도 되니 평촌 마을 가는 지를 확인하고 버스를 탔다. 아침 시간이라 그런지 손님은 나 혼자다. 시골 버스를 타면 마을 구석구석을 들어가니 낯선 경치를 구경하는 재미가 솔솔하다. 오늘도 이런 재미를 누렸다.
기사님이 친절하게도 평촌 마을 버스 정거장이 아니라 국도에 있는 원산 종점 버스 정거장에 차를 세워 주셨다. 9시 40분 경 버스에서 내려 바다 휴게소 방향으로 걸어 가는데 조금 걸어야 할 것 같던 휴게소가 금방 눈에 들어 온다.
오늘 아침 날씨는 흐리고 바람이 아주 세게 불어서 쓰고 있던 모자가 벗겨질 정도다. 바다 휴게소를 가려면 원산교를 건너야 하지만 다리를 건너 갔다가 다시 돌아 오는 길이라 원산교에서부터 30코스를 걷기 시작했다.
해변가를 돌아 텅빈 농로를 지나는데 내 발자국 소리에 놀란 고라니 한 마리가 갑자기 하천 풀숲에서 나와 도망을 친다. 고라니도 놀랐겠지만 나도 많이 놀랐다. 길을 가다 하천 건너편에 일하러 나오신 한 농부에게 물어보니 고라니는 평소 근처 산에서 물 먹으러 하천에 내려왔다 놀다 가곤한단다.
찻길을 건너 임도길을 걷다 시루봉 갈림길에서 관덕저수지 방향으로 내려가니 한퇴마을이다. 길가 딸기 비닐하우스 안에는 딸기가 주렁 주렁 열려 있는 게 보인다. 한적한 시골길을 걸어 나와 찻길을 건너 발암산으로 향했다.
통영지맥에 속하는 발암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무척 가파르다. 힘들게 올라 갔더니 눈 앞에 큰 바위가 솟아 있다. 여기가 정상인가 했더니 잠깐 마실 나온 산불 감시원이 정상은 조금 더 가야 한다고 알려 주신다. 사람들은 이 큰 바위를 코끼리 바위라고 부른다는데 아무리봐도 내겐 코끼리가 보이지 않는다.
발암산 정상에 도착해 펼쳐진 풍경을 보니 여기까지 오느라 힘들었던 것이 모두 보상받은 느낌이다. 바위에 올라가 사진을 찍는데 오늘 바람이 얼마나 센지 몸이 휘청거린다. 조심 또 조심하며 몸을 낮추어 잠시 숨을 고른 후 한참 동안 정상 풍경을 즐기다 제석봉으로 향했다.
오늘 코스는 통영지맥답게 능선 코스가 제법 길다. 다 걸은 듯 싶으면 다시 올라가고 내려가기를 반복해 제석봉에 도착했다. 제석봉에서 원문까지 2,2Km라고 안내표시는 되어 있지만 산길이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는다.
원문방향으로 안내 표시를 보며 산을 다 내려 왔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완전히 길을 잃었다. 남파랑길 표시대로 걸었는데 길이 없다. 되돌아 가기가 싫어 배수로를 따라 길을 내려 오니 사유지에 철조망이 쳐 있고 문이 잠겨 있다. 다시 산을 올라가기는 싫어 죄송하지만 잠겨진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지도를 보니 이곳은 동원 중고등학교다. 그런데 산 중턱에 세워진 학교 규모가 꽤 커서 나가는 길을 찾기가 어려워 지도를 보고서야 정문으로 나왔다.
정문으로 나오니 다시 남파랑길 표시가 있다. 표시를 보니 안심이 된다. 바다를 보며 언덕길을 따라 내려오니 오늘의 종착지인 무전동 해변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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