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종주

지리산 종주: 성삼재 - 벽소령

hadamhalmi 2022. 10. 24. 17:06

2022년 10월 21일(금)

도보 구간: 성삼재 주차장 - 노고단 고개(1440) - 임걸령(1320) - 노루목 - 삼도봉(1499) - 화개재 - 토끼봉 - 명선봉(1586) - 연하천 대피소 - 형제봉 - 벽소령 대피소(1340), 18.5Km
걸린 시간: 9시간 반

 

60이 넘으면서 가끔씩 나타나는 무릎 통증으로 내가 과연 지리산 종주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지만 더 늦기 전에 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지리산 종주를 하기로 했다. 사실 코로나 전부터 뚜벅이 삼인방이 한 번 가기로 했지만 코로나로 대피소가 폐쇄되어 갈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대피소 예약이 하늘의 별따기라 산악회나 여행사를 통해서 가야 하는데 이들의 일정은 너무 빠듯해 내 몸 상태를 고려하며 여유롭게 걷기는 어려워 기회만 보고 있었다.

코로나 위험이 조금 약화되니 드디어 국립공원 대피소도 다시 문을 열었다. 때를 맞춰 뚜벅이 삼인방이 올해 10월 21-23일에 지리산 종주를 하기로 결정을 했다. 8월 중순에 지리산 국립공원 사이트에서 대피소를 상황을 알아보던 중 인기 시즌에는 대피소 예약이 추첨제로 변경되었다는 국립공원의 안내 공지를 보고 반가웠다. 이제 대피소에 당첨만 되면 지리산 종주 실현 확률이 높아졌다. 뚜벅이 삼인방은 지체없이 벽소령 대피소과 장터목 대피소 사용 신청을 했고, 추첨 결과 나와 구피두 명이 당첨이 되었다. 구피는 당첨을 취소하고, 9월 초 내 이름으로 3명을 등록한 후 대피소 이용요금을 지불했다. 드디어 지리산 종주의 가장 기본적인 준비를 마쳤다.  

이제 교통편과 숙소를 계획해야 한다.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성삼재로 가는 야간 우등버스를 타고 가는 것이 60대인 우리들에게는 체력적으로 힘이 든다. 그래서 우리는 전날 저녁에 구례로 내려가 하룻밤 편안하게 자고 아침 일찍 떠나기로 계획하고 숙소를 검색했다. 그런데 숙소 앱에서는 적합한 숙소를 찾기 어려웠다. 지리산 안내도 받을 겸 구례군청 문화담당 직원에게 전화해서 궁금한 것들을 물어 본 후 숙소 추천을 받아 그리스텔에 예약을 하고 한달 전에 숙박비를 계좌로 이체했다.

남부터미널에서 구례로 가는 고속버스는 예약을 했는데 중산리에서 서울 올라오는 버스는 한 편 밖에 없고 예매가 벌써 끝났다. 할 수 없이 중산리에서 원지로 군내 버스를 타고 나가서 원지에서 서울 올라오는 버스를 타고 오기로 했다. 그런데 떠나기 일주일 전에 혹시나 중산리에서 남부터미널 오는 버스 예약자 중 취소한 사람이 있나 확인하려고 들어 간 버스앱을 보니 중산리-남부터미널 교통편이 오후 3시와 3시반 두 번으로 늘어나 있고 자리도 여유가 있다. 바로 중산리에서 서울로 직행하는 오후 3:00시 버스를 예매하고 원지-남부터미널 버스는 취소를 했다. 이제 두 번째 준비를 마쳤다. 

지리산 종주를 하기 위해 가기 전에 한 번은 만나서 산행을 하며 체력도, 준비물도 검토를 해야 하는데 각자의 삶이 바빠 떠나기 4일 전에야 저녁에 잠시 만나 각자의 역할 분담을 정하고 서로 건강을 잘 유지해야 한다는 말을 하며 헤어졌다.     

드디어 지리산 종주를 위해 20일 오후 5시 40분 버스를 타고 구례에 도착하니 밤 9시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그리스텔로 가는 도중 내일 보온병에 담을 물을 사기 위해 GS25에서 2리터짜리 물을 샀다. 숙소에 도착하니 프론트 데스크에는 '빈방 없다'고 쓰여 있다. 가을이라 여행객이 많은가 보다. 

숙소 주인에게 방키를 받고 내일 아침 성삼재로 떠날 택시 예약을 부탁했다. 지난 달 전화에서는 35,000원이라고 했는데 택시 기사에게 전화를 하니 40.000원으로 올랐단다. 숙소 주인아주머니는 가격이 오른 걸 몰라서 미안해 하셨지만 모든 게 오르고 있고 또한 그게 아주머니 때문이 아니니 40,000원에 가기로 했다. 숙소 주인 아주머니에게 기사님 연락처를 받은 후 내일 아침 6시 반에 숙소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다음날 아침 5시 반에 일어나 떠날 준비를 하고 아침을 먹은 후 숙소를 나와 예약한 택시를 기다리는데 고맙게도 택시가 10분 정도 일찍 왔다. 중형택시라 좌석도 넓고 기사님도 친절하다. 택시를 타고 가며 보는 웅장한 지리산은 물안개로 멋진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성삼재로 올라가는 도로는 이른 아침이었지만 무척 한산하다. 기사님은 손님을 태우고 성삼재를 가면서 올라가는 차를 한 대도 보지 못한 것은 처음이라신다. 30분 정도 달려 아침 7시 경 성삼재 주차장에 도착하니 주차장은 텅 비어 있고 주위는 조용하다. 날씨는 흐렸지만 바람이 안 불어 별로 춥지 않았다.

10Kg이 넘는 무거운 배낭을 메고 아침 7시에 성삼재를 출발해서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해 취사장 앞 식탁에 앉아 잠시 풍경을 보며 쉬었다. 지난 번 피아골로 갈 때는 노고단 고개까지 40분 걸렸는데 이번에는 배낭이 너무 무거워서 그런지 한걸음 한걸음이 힘들다. 성삼재 주차장에서 노고단 고개까지 1시간 20분 걸렸다. 서로 각자의 배낭 무게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라 가지고 온 먹거리를 빨리 소진하기 위해 이곳에서 먼저 행동식을 꺼내 먹었다.

노고단 고개부터 연하천 대피소까지 지리산의 멋진 산그리메 풍경을 즐기며 천천히 걸었다. 연하천 대피소 쉼터에서 샘물을 마시고 물병에 물을 채우고 시간을 보니 오후 2시 40분이다. 이곳까지 오는데 7시간 40분 걸렸다. 계획대로라면 4시에 벽소령 대피소에 도착해야 하는데 너무 천천히 걸어 시간이 지체되었다. 벽소령 대피소까지 3.6Km 남았다. 오후 4시반 도착을 목표로 지금부터는 조금 빨리 걷기로 했다.   

멀리 벽소령 대피소와 천왕봉이 보이는 풍광 좋은 바위에 앉아 쉬고 있는데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진다. 비 예보는 없었는데 난감했다. 급하게 우비를 꺼내 입고 걷는데 조금 있으니 비가 잦아 들었고 다행히 벽소령 대피소에 도착해서는 비가 그쳤다.   

 

성삼재 휴게소 주차장
삼도봉
화개재
연하천 대피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