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23일(일)
도보 구간: 장터목 대피소 - 통천문 - 천왕봉(1915) - 로타리 대피소 - 순두류(환경교육원 입구), 7.4km
걸린 시간: 6시간
오늘은 천왕봉 일출을 보기위해 아침을 먹지 않고 5시에 출발하기로 했다.
어젯밤 매점에서 물어보니 오늘 아침 해뜨는 시간이 6시 40분 경이란다. 대피소의 중앙난방 시스템으로 판넬의 온도가 자동조절되어 조금 추웠다. 불편한 잠자리 때문에 뒤척이다 밤 늦게 겨우 잠들었는데 새벽 3시 옆자리의 알람 소리를 듣고 잠이 깨어있다 4시경에 일어났다. 랜턴을 키고 조용히 배낭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오니 취사장에서는 벌써 아침밥을 먹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예정대로 준비를 마치고 5시경에 어둠을 뚫고 천왕봉으로 향했다.
가파른 산길을 한참이나 올랐지만 어두워서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다. 숨을 헉헉거리며 조심하며 앞서 가는 두 사람을 따라 한발한발 올라갈 뿐이다. 맨 앞에 가는 구피님은 랜턴도 없는데 마짱님의 랜턴에 의지해서 험한 길을 잘 걸어간다. 한참을 가다 안내 표시를 보고서야 통천문을 지나는 걸 확인했다.
지리산 천왕봉으로 올라가는 길은 생각보다 험했다. 통천문을 지나니 이슬비가 내리고 안개가 짙게 끼어 있어 힘들게 올라 왔는데 일출을 못 보는 것은 아닌지 조금 걱정이 되었다. 정상에 가까이 가니 몇몇 사람들은 일출보는 걸 포기하고 내려 오고 있다. 정상에 일찍 올라가야 춥기만 할 것 같아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에서 쉬었다 일출 시간에 맞추어 천천히 정상으로 갔다. 정상으로 가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천왕봉 표지석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서 있다. 나는 표지석 인증 사진을 찍을 생각이 없어 일행에서 벗어나 일출 보기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마침 내 자리에서 고개를 돌리면 표지석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라 구피와 마짱님이 사진 찍을 차례가 되었을 때 사진을 찍어 줄 수 있었다.
운무가 너무 심해 일출 보는 것을 거의 포기하고 있는데 조그만 햇님이 잠깐씩 모습을 드러냈다 숨곤 한다. 조금 더 기다리니 갑자기 아침 햇살이 강렬하게 비치더니 일출 드라마가 시작이 되는데 깔끔한 일출은 아니었지만 햇살에 사그러 드는 운무와 함께 펼쳐지는 일출 풍경이 장관이다. 주변이 곧 붉게 물들더니 천왕봉 표지석도 붉은 색을 띈다.
천왕봉에서 로타리 대피소 방향으로 하산을 하는데 길이 정말 험하다. 내려 오는 길에 지리산 종주를 하며 만난 서울에서 온 두 자매를 만났는데 동생의 무릎과 발목에 통증으로 가파른 하산길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안타까웠다.
우리들도 조심을 하며 로타리 대피소까지는 잘 내려 왔다. 그런데 로타리 대피소에 있는 안내 표시를 무심히 지나쳐 칼바위로 가서 중산리 탐방안내소롤 내려 가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로 따라 내려 가다보니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거리가 조금 더 길다. 다 내려 와서 보니 순두류(환경교육원 입구)로 내려왔다.
중산리 탐방안내소까지는 11시 30분에 출발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내려온 후 중산리 탐방안내소에서 중산리 시외버스 정거장까지는 30분 정도 걸어서 내려 왔다. 중산리에 도착해서는 먼저 시외버스 승차장 건너편 식당 앞에 있는 무인발매기로 가서 버스표를 발권한 후 식당으로 가서 점심겸 뒷풀이를 했다.
점심을 먹은 후 오후 3시까지는 한 시간 정도 시간 여유가 있어 주차장 아래로 내려가 시천천에 발을 담구고 쉬기로 했다. 물이 차서 발이 시렸지만 조금 있으니 적응이 되었는지 견딜만했다.찬물에 2박 3일간 걷느라 힘든 발과 무릎을 시원하게 해 주고 나니 피로가 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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