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20일부터 10월 23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간 지리산 종주.
60대 뚜벅이들 셋이서 지리산 종주를 하니 무리하지 말고 풍경을 즐기며 안전하게 걷기 위해 일반적인 일정보다는 길게 잡았다.
10월 20일(목) 저녁 9시 도착. 그리스텔에서 1박
10월 21일(금) 아침 6시 반 택시로 성삼재 주차장 이동. 성삼재에서 벽소령 대피소까지 걷기
10월 22일(토) 벽소령 대피소에서 장터목 대피소까지 걷기
10월 23일(일) 장터목 대피소에서 천왕봉 일출을 보고 순두류로 하산. 순두류에서 증산리 탐방안내소까지 셔틀버스로 이동 후 중산리 시외버스정거장까지 걸어서 이동. 오후 3시 시외버스를 타고 서울 남부터미널로 출발.
지난 8월 중순, 뚜벅이 삼인방들과 오래 전부터 가고 싶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미루어 두었던 지리산 종주를 하기로 결정을 했다. 연하천 대피소와 장터목 대피소에서 숙박을 하기로 하고 지리산 국립공원 대피소 홈페이지로 들어갔더니 10월부터 연하천 대피소는 공사로 폐쇄된단다. 두 사람은 지리산 종주를 한 경험이 있지만 난 처음이라 첫날 벽소령 대피소까지 10시간 정도 걸어 가야한다는 것이 큰 부담이 되었다. 더구나 코로나로 인해 모포 대여도 폐지 되었다니 침낭을 가져가야 하는데 배낭 무게가 가장 걱정이 되었다. 지리산 종주를 떠나기 이틀 전 3년 전 프랑스 까미노를 다녀온 후 그동안 한번도 쓰지 않던 침낭과 38 리터 배낭을 꺼내 짐을 싸 보았는데 부피가 너무 커서 심란했다. 먹을 것을 다 넣지도 않았는데 벌써 무게가 11kg이나 된다. 할 수 없이 무게를 줄이기 위해 800g의 침낭을 빼고 대신 긴 경량 구스 코트를 가져가기로 했다. 잘 때 조금 불편하겠지만 3일 동안 걸으며 힘들 어깨를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잘한 선택이다.
지리산 종주를 떠나기 4일 전에 잠깐 만나서 각자의 준비물을 배정하고 짐을 쌌지만 먹을 것을 조금씩 넣다보니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 짐이 더 늘었다. 까미노를 걸은 경험이 있는 딸아이는 배낭이 너무 무거우면 가다가 무릎이 아파 퍼질 수 있으니 구례 숙소에서 다 버리고 가라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더이상 버릴 게 없다.
배낭 무게를 줄이기 위해 250ml 생수와 보온병에 담은 250ml 커피를 마셨다. 다행히 날씨가 덥지 않아 물이 부족하지는 않았고, 비워진 물통은 샘터에서 매일 한 번 보충했다. 배낭의 무게는 먹는 것이 줄어 들면서 조금씩 가벼워졌다.
3일간의 가을 날씨는 조금 흐렸지만 걷기에는 좋았다. 종주 마지막 날 새벽에 기대를 하며 오른 천왕봉에서 일출을 볼 수 있어서 특히 좋았다. 지리산 능선의 단풍은 다 말라서 떨어졌고 야생화도 작은 구절초 외에는 보기 힘들었다. 천왕봉을 내려와 법계사를 지나 순두류로 가는 길에는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다.
대피소 시설은 생각했던 것보다 좋았고 직원들도 친절했다. 벽소령 대피소 숙소의 전기판넬은 개인이 타이머를 조절할 수 있었지만 너무 더워 조금 불편했고, 장터목 대피소의 판넬은 중앙난방식이고 온도가 빨리 내려가 조금 추웠다. 숙소 바닥에 에어매트를 깔고 자는 사람이 움직일 때마다 들리는 꾸럭꾸럭 소리는 너무 커서 많이 불편했다.
벽소령 대피소의 식수는 취수장 바로 앞에 있어 편리했지만 물줄기가 약했고, 장터목 대피소의 식수는 50m 아래로 내려 가야해서 조금 불편했지만 물줄기도 좋고 주변이 넓어 사용하기 좋았다. 음식을 해먹는 취사장은 모두 깨끗하고 사용하기 편리했다. 연하천 대피소의 식수는 쉼터 근처에, 세석 대피소의 식수는 40m 정도 아래로 내려가야 있다.
지리산을 종주하면서 나오는 쓰레기는 모두 가져가야 하므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치약을 쓸 수 없으니 구운 소금을 가져가 이를 닦았고, 세수는 물티슈나 물수건으로 해결했다.
오랜만에 하는 장기 도보라 염려가 되어 매일 진통소염제를 먹으면서 걸어서 그런지 무릎이나 발목 통증 없이 종주를 잘 마쳤다. 자주 생기는 발바닥 물집이 걱정되어 발바닥에 의약용 흰 반창코를 붙이고 발가락 반양말을 신은 후 등산 양말을 겹쳐 신고 걸어서 그런지 이번에는 오랜시간 걸었지만 발바닥 물집없이 잘 걸었다.
무엇보다 세 사람 모두 지리산의 자연을 맘껏 누리며 무사히 종주를 잘 마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아마도 이번 지리산 종주가 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종주가 되겠지만 2박 3일간 걸었던 지리산을 생각하니 각 계절의 풍경을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지리산 종주 비용 (3인) | |
고속버스: 서울 남부터미널 - 구례 | 76,500원 |
시외버스: 중산리 - 남부터미널 | 96,300원 |
구례 그리스텔 (트윈 더블), 1박 | 85,000원 |
대피소: 벽소령, 장터목, 1인 13,000원 | 78,000원 |
택시: 그리스텔 - 성삼재 | 40,000원 |
준비모임 (커피숍) | 12,500원 |
훈제고기 (삼겹살, 오리고기) | 18,960원 |
김밥 3줄 | 11,000원 |
물 2l | 1,150원 |
햇반 4개 | 12,000원 |
중산리, 점심 | 72,000원 |
셔틀 버스, 1인 2,000원 | 6,000원 |
음료 | 4,700원 |
총액 | 514,110원 (한사람당 171,41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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