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여행

여행 20: 돌로비티 파쏘 팔자레고, 라가주오이, 친퀘토리

hadamhalmi 2024. 7. 13. 14:10

2024년 6월 24(월)

여행 일정: 총 걸은 거리 8Km

- 라가주오이 산: 파쏘 팔자레고(Passo Falzarego) 버스 정거장(30번) - 라가주오이 케이블카장 - 라가주오이 산장(Rif. Lagazuoi, 2752m) - 십자가상 - 라가주오이 산장 - 전쟁 참호 - 라가주오이 케이블카장- 파소 팔자레고 버스 정거장 (30번), 1시간 반

- 친퀘토리(Cinque Torri) 트레킹: 친퀘토리 버스 정거장(30번) - 친퀘토리 리프트 상승 승강장 - 친퀘토리 트레킹 - 친퀘토리 하강 승강장 -  친퀘토리 버스 정거장(30번), 2시간    

 

오늘은 해가 쨍하는 맑은 날씨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제보다 날씨가 좋다. 9:05분 발 445번 버스를 타고 코르티나 담페초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9:50분이다. 호텔 바로 옆방에 투숙하는 젊은 한국인 부부도 오늘 일정이 우리와 같다.

얼마 전 2026년 동계올림픽 준비로 인해 코르티나의 버스터미널이 올림픽 아이스 스타디온 앞으로 이전을 했는데 아무런 제반 시설이 없는 썰렁한 공터라 버스를 기다릴 대 앉을 의자도 없고 비가 내리면 비를 피할 곳도 없다. 게다가 안내를 도와 주는 곳도 없고 정보도 부족해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10:35분발 30번 버스를 타며 기사에게 현금 6유로를 내고 버스표를 샀다. 구입 후 바로 펀칭을 하고 자리에 앉았다. 예정시간보다 10분 정도 늦은 11:45분 경에 파소 팔자레고에 내렸다. 우리는 슈퍼 섬머카드가 없어서 창구에서 표를 사려고 줄을 섰다. 그런데 앞에 선 한국사람이 6개의 슈퍼 서머카드를 구입한다. 창구 직원의 일 처리가 늦어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파소 팔자레고에서 친큐토리로 가는 다음 버스는 13:20분에 있어 시간이 많지 않아 맘이 편치 않았다. 드디어 25.5유로를 주고 왕복권을 산 후 케이블카를 승강장으로 갔는데 15분마다 운행을 한다. 그래서 또 라가주오이에서 주어진 시간이 줄어 들었다. 드디어 케이블카를 타고 라가주오이 산장으로 올라갔는데 바람이 불고 쌀쌀하다.

마음이 바빠 서둘러 케이블카장 출구를 빠져 나갔다. 그런데 뜻밖에도 산 칸디도 노부부가 올 줄 알았다며 우리를 기다리고 계신다. 반갑게 맞이해 주시며 배낭을 봐 줄테니 십자가 상이 있는 곳까지 가볍게 얼른 다녀오라고 하신다. 라가주오이를 둘러보기에는 시간이 빠듯했는데 너무 고마워서 아무 생각없이 두 분께 바로 배낭을 맡기고 십자가를 향해 걸었다. 그런데 조금 걸어가다 아차 싶었다. 여권 등 중요한 모든 것을 다 배낭에 넣어 두고 몸만 온 것이 생각나 급히 돌아가 말씀을 드리고 돈과 여권이 든 작은 가방을 꺼낸 후 다시 십자가 상으로 향했다.

십자가 상 근처에는 언제나 사진을 찍으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주위가 조용해지길 기다렸다 사진을 찍은 후 바쁘게 고 산장을 지나 케이블카 장으로 돌아 왔다. 그런데 바람부는 쌀쌀한 날씨에 밖에서 배낭을 봐주시던 할머니는 괜찮으니 아래쪽도 봐야한다며 내려갔다 오라며 권하신다. 내가 미안해하니 본인들은 이곳의 경치가 너무 좋아서 괜찮으신단다. 감사하게도 도와주신 덕분에 시간이 있어서 전쟁 참호가 있는 아래쪽도 구경할 수 있었다.

노부부와 케이블카를 함께 타고 내려와 버스를 기다리며 과일과 간식을 먹었다. 버스를 내린 바로 그 자리에서 13:20분발 30번 버스를 타려고 보니 호텔 옆방의 한국인 부부도 계신다. 친퀘토리를 간다고 했는데 버스 기사는 내게 둘이서 6유로를 내란다. 버스를 타고 나서 얘기를 하나보니 동행한  한국인 부부는 5유로를 냈단다. 버스 기사에게 가서 내게 6유로를 받았으니 1유로는 돌려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친퀘토리가 아니라 코르티나를 간다고 해서 6유로를 받았단다(코르티나까지는 두 사람이 12유로를 내야한다). 아주 불친절한 버스 기사에게 계산이 잘못 되었다고 몇 번이나 요청을 한 후에야 1유로를 돌려 받았다.

이 버스 기사는 우리를 파쏘 팔자레고로 데려다 준 분이시다. 아침에 보니 30번 버스는 안내 방송이 없어 내리는 사람들이 버스에서 내린다는 버튼을 미리 눌러야 원하는 정거장에서 내릴 수 있다. 파소 팔자레고로 갈 때 한 한국 여자분이 친퀘토리에서 내려야 하는데 Stop 버튼을 안 눌러 급하게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는 승객들을 따라 내려서 한참을 되돌아 가야했다. 오전에 이런 상황을 보았기에  버스를 타고 친퀘토리로 가면서 구글 지도를 보며 친퀘토리 버스 정거장 가까이에서 Stop 버튼을 누르고 무사히 내렸다. 

이번에는 24유로를 내고 왕복권을 샀다.(표를 사느라 줄을 서는 것이 귀찮기는 했지만 라가주오이와 친퀘토리의 왕복권을 각각 사는 것이 1일권을 사는 것보다 더 싸다.) 리프트에서 내려서 보니 친퀘토리 뿐만 아니라 주변 풍경도 멋지다. 친퀘토리의 제일 큰 바위를 보니 바위 절벽을 기어 올라가는 사람들이 여럿 있다. 보통 때와는 다르게 안내 지도를 보지 않고 한 바퀴 도는데 1시간 정도 걸린다는 가벼운 트레킹을 할 생각에 무작정 친퀘토리의 가장 큰 바위 옆으로 난 길로 걷기 시작했다. 사람들도 이 길로 많이 걸었다. 얼마 지나자 처음부터 세 팀이 같이 걷기 시작한 것은 아닌데 걷다 보니 한 곳에서 모두 모이게 되었다.

같이 길을 걸어 가는데 길이 좁아지고 경사가 있는 언덕을 올라 친퀘토리의 바위에 점점 가까이 가고 있다.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길이 있고 한 시간짜리 트레킹이니 그려러니 했다. 처음에는 호텔 옆 방의 남자분이, 그리고 다음 구간은 산행을 즐겨하시고 잘 걸으시는 산 칸디도 할머니가 앞장을 서서 걸었다. 그렇게 험한 자갈길을 걸어 올라가 언덕을 넘어 가니 바로 친퀘토리 1번 바위와 2번 바위 사이의 공간이다. 주위를 둘러 보니 절벽을 타고 오르려는 사람 둘이 서 있다. 건너편 출구를 가리키며 이곳을 지나 걸어가면 밖으로 나가는 길이 있냐고 물으니 그렇단다.

그런데 작은 돌조각으로 된 이 길은 아래로 내려갔다 다시 올라가야 밖으로 나갈 수 있다. 제대로 등산화를 신은 사람이 나 혼자 뿐이다. 친구와 나는 가져 온 스틱을 꺼내서 산칸디도 할아버지와 호텔 옆방의 아주머니에게 건냈다. 산 칸디도 할아버지의 신발은 오래되어 신발 바닥이 미끄러웠고, 아주머니는 걷기보다는 사색형인 분이시라 일반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내가 앞으로 나섰다. 먼저 걸어보니 보기보다 공포감만 없다면 위험한 길은 아니다. 그래서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으니 조심해서 걸으라고 하며 길을 인도해 나갔다. 감사하게도 모두 무사히  친퀘토리의 바윗속에서 빠져 나왔다. 생각지도 못한 고생 덕분에 기대하지 않았던 멋진 풍경도 즐겼다.

친퀘토리의 바위 밖으로 나와 아래를 보니 우리가 찾던 바로 그 길이다. 버스 시간까지는 시간 여유가 있어 아쉬움을 달래려고 아랫길로 내려가 조금 즐기다 올라가서 리프트를 타고 버스정거장으로 내려왔다. 15:40분에 30 번 버스를 타며 버스표를 사려고 하니 버스 기사님은 차표가 다 팔려서 없으니 그냥 빨리 타라고 하신다. 그래서 공짜 버스를 타고 코르티나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16:20분이다. 도비야코로 가는 버스가 17:05분에 있으니 45분을 기다려야 한다. 터미널 공터 옆 공원의 야트막한 담장 바닥에 앉아 살던 집을 줄이고 남은 여윳돈으로 3개월 동안 요르단을 거쳐 이탈리아 시칠리아 그리고 돌로미티로 여행 온 노부부(할아버지 75세, 할머니 72세)와 동유럽부터 여행 중인 두 부부의 여행담을 듣느라 버스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한 줄 몰랐다.   

도비야코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니 17:50분이다. 두 분께 오늘 함께 해서 즐거웠고 앞으로 즐거운 여행하시라고 인사를 드리고 헤어졌다.

오늘 저녁은 점심을 간단히 먹어서 제대로 먹어야 한다. Restaurant Weber로 가서 식당에서 키운 다양한 고기의 그릴 요리를 시켰더니 고기가 한 가득 나왔다.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독일인 부부도 양을 보고 놀란다. 처음에는 저걸 어떻게 다 먹나 했다. 그런데 갈은 소고기를 구운 고기 외에 소고기 스테이크와 고기들은 맛이 있어서 친구와 둘이 모두 다 먹었다. 갈은 고기는 너무 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