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프랑스길 24

28. 몬테 데 고조 -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2014년 7월 4일(금) 오늘은 드디어 산티아고에 들어간다. 어제 저녁 베를린에서 온 만프레드가 하루 종일 땡뼡에 잘 먹지도 못하고 오랜 시간 걷다 배가 고프다며 자신이 요리한 파스타를 급히 먹다 체해서 온몸에 물이 죽죽 흐른다. 얼마나 놀랐는지.... 일단 한국에서 가져간 환약을 먹이고 민숙 씨는 수건으로 몸을 닦아주고 난 이 청년의 손과 발을 마사지해 주고 미국에서 온 예수는 옆에서 만프레드를 관찰하며 계속해서 말을 시키고 우리 모두 최선을 다해 다행히 고비는 넘겼다. 휴~ 밤 늦게까지 감기 증상이 없었는데 마사지 해 주느라 기력을 소진했는지 밤새 해열제를 먹으며 고열을 내리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산티아고가 가까이 있으니 아침 7시경에 일어나 민숙 씨와 함께 산티아고로 들어갔다. 걷다 보니 산..

26. 팔라스 델 레이 - 리바디소

2014년 7월 2일(수) 도보 구간: 팔라스 델 레이 - 멜리데 - 리바디소, 25.9Km, 7시간 밤새 고열과 기침으로 힘이 들었다. 나 때문에 같은 방 사람들의 잠자리가 불편했을 텐데 아무도 내색하지 않고 오히려 몸은 괜찮냐고 걱정을 해준다. 하루 더 알베르게에서 쉴까하다 가는 데까지 가보기로 하고 느즈막히 일어나 출발했다. 오늘은 도보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함께 잔 사람들이 다 나간 다음에 맘 편히 느긋하게 침낭을 정리하고 배낭을 꾸렸다. 멜리데 초입에 있는 한 식당 점원이 지나가는 나를 부르며 자기 식당에서 문어 요리를 먹고 가라고 호객 행위를 한다. 한국어 추천 글귀와 함께 맛보기로 문어 한 점을 주는데 부드럽고 맛이 괜찮다. 지난 밤에 한 방을 쓴 스페인 청년에게 아직 맛있는 파에야를 못 먹..

25. 포르토마린 - 팔라스 델 레이

2014년 7월 1일(화) 도보 구간: 포르토마린 - 리곤데 - 팔라스 델 레이, 25Km, 5시간 반 지난 밤에 비가 내려 걷는 길이 촉촉하다. 오늘은 비 예보도 있었고 감기로 몸이 안 좋아 해열제를 먹으며 길을 나섰다. 도보 중간부터 비가 내리더니 점점 거세져 12시경 도보를 마치고 성당 앞 시설 좋고 부엌이 있는 사설 알베르게에 짐을 풀었다. 오후 내내 기침도 나고 열도 있어 신선한 과일과 케모마일 차를 마시며 푹 쉬었다. 다행히도 함께 방을 쓴 4명의 스페인 청년과 한 스페인 부부의 배려 덕분에 편히 쉴 수 있었다.

24. 사모스 - 포르토마린

2014년 6월 30일(수) 도보 구간: 사모스 - 사리아 - 포르토마린, 37.4Km, 9시간 반 어제 조금 많이 걸어 오늘은 무리하지 않으려고 30Km정도 걷고 페레로이스에서 도보를 마칠 계획이었다. 그런데 마을로 들어가는 표지판을 못 보고 지나쳐 예정에도 없던 포르토마린에 도착하니 오후 4시반이다. 숙소를 찾는데 벌써 3곳이나 방이 없단다. 한 사설 알베르게 주인의 도움을 받아 성당 근처에 있는 사설 알베르게에서 겨우 잘 곳을 구하고 찾아가니 부엌도 있고 시설이 괜찮다.

23. 오 세브레이로 - 사모스

2014년 6월 29일(화) 도보 구간: 오 세브레이로 - 트리아카스텔라 - 사모스, 30.6Km, 8시간 반 아침에 안개가 짙게 끼어 시야가 좋지 않아 조심해서 걸어야 했다. 다행히 산 중턱에 내려오니 안개도 걷히고 해가 난다. 11시경 트리아카스텔라 식당에서 한 시간 동안 여유롭게 식사를 하고 나와 갈림길에서는 갈리시아 지방 베네딕트 수도회 중심지인 사모스를 향해 걸었다.

22. 비야프랑까 델 비에르조 - 오 세브레이로

2014년 6월 28일(월) 도보 구간: 비야프랑까 델 비에르조 - 라 라구나 에 까스띠야 - 오 세브레이로, 27.9Km, 7시간 일기예보에서 오늘 비가 온다고 해서 평소보다 조금 일찍 숙소를 나섰다. 오 세브레이로로 가는 길은 세 경로가 있지만 난 일반적인 중간 강도의 고전적 까미노 길을 택했다. (나중에 들으니 민숙 씨는 가장 힘든 왼쪽 길로 가서 엄청 고생했단다.) 한 시간쯤 지나자 빗방울이 내리더니 점점 거세진다. 판초를 입고 걷지만 속에 찬 습기로 체온이 점점 떨어진다. 젖은 양말도 갈아 신고 신발도 말리기 위해 바에 들어가 간단한 점심을 먹고 나니 비가 조금 잦아 졌다. 다행히 점심 후에는 바람만 거세고 비는 거의 그쳐 오 세브레이로까지 걷는 데 큰 불편은 없었다. 산 정상에 있는 마을인 오..

21. 몰리나세까 -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조

2014년 6월 27일(일) 도보 구간: 몰리나세까 - 폰페라다 -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조, 31.9Km, 7시간 아침 6시 전에는 알베르게 문을 안 열어줘 많은 순례자들이 현관에서 기다리고 서 있다 마음이 급한 사람들은 지하로 내려가 마당에서 연결된 길로 나간다. 구름이 잔뜩 낀 어스름한 새벽길을 가는데 도로 옆 입구가 개방된 체리밭의 체리가 수난을 당하고 있다. 어떤 순례자는 봉지를 꺼내서 체리를 따서 담는다. 한국이나 서양사람들이나 서리하는 데는 별 차이가 없다. 폰페라다를 지나 다음 마을을 걷던 중 우연히 스펜서 씨를 다시 만났다. 어젯밤에는 폰페라다에서 잤단다. 앞으로도 서로 걷는 속도가 달라 다시 만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비야프랑카 마을 초입에 있는 공립 알베르게에 짐을 풀고 장을 보러 슈퍼에..

20. 엘 간소 - 몰리나세까

2014년 6월 26일(토) 도보 구간: 엘 간소 -끄루쯔 데 페로 - 엘 아세보 -몰리나세까, 32.4Km, 8시간 5시에 일어나 조용히 짐을 챙겨 나와 부엌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은 후 이탈리아에서 온 할아버지 다음으로 아직은 어두운 밖으로 나왔다. 어제 오후 소나기가 내린 이후 날씨가 심상치 않다. 저 멀리 산등성이에는 검은 구름이 걸쳐 있고 하늘은 잔뜩 흐리고 바람이 강하게 불어 길을 걷다 멈추고 판초를 입었다. 다행히 한 시간 가량 지나니 날이 조금씩 갠다. 산 너머 간이 바에서 마티아스와 뢰네를 다시 만나 잠깐 이야기를 나눈 후 밤나무골 마을을 지나 계곡을 내려 와 몰리나세까의 사설 알베르게에 짐을 풀었다. 그런데 슈퍼를 다녀 왔더니 뢰네가 내 옆 침대에서 짐을 풀고 있다. 그리고 마티아스도 같..

19. 오스피딸 데 오르비고 - 엘 간소

2014년 6월 25일(금) 도보 구간: 오스피딸 레 오르비고 - 아스토르가 - 엘 간소, 29.9Km, 8시간 밤 늦게까지 불꽃 놀이로 마을이 시끄러워 잠을 설쳤다. 5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6시 경 알베르게를 나와 보니 안개가 잔뜩 끼어 있다. 오늘도 두 갈래 길이라 한적한 시골길을 택해 걸었는데 3시간 가량 걷는 동안 마을은 하나도 없고 차도와 나란히 걸어가는 지루한 길이다. 아스토르가로 가기 전 마을 입구 언덕에 가서야 호주의 오누이 순례자를 만났다. 여기서 두 길이 다시 만난다. 엘간소에서 숙소에 들어 가니 오스피탈에서 함께 지낸 이탈리아 할아버지도 와 계신다. 오후 4시경 검은 비구름이 몰려 오더니 소나기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하니 갑자기 비를 피하는 독일 청년 순례자들이 들어 온다. 이들은 ..

18. 라 비르겐 델 까미노 - 오스피딸 데 오르비고

2014년 6월 24일(목) 도보 구간: 라 비르겐 델 까미노 - 오스피딸 데 오르비고, 27.9Km, 5시간 30분 어젯밤새 큰 비가 내렸다. 다행히 아침에는 비가 그쳤지만 하늘은 잔뜩 흐려 있어 서둘러 길을 나섰다. 오늘은 어젯밤 제로미가 추천한 오스피딸로 가는 한적한 길로 걷기로 했다. 5Km쯤 지나니 빗방울이 조금씩 굵어 지더니 제법 많은 비가 내린다. 다행히 오스피딸에 도착할 때쯤에는 비가 잦아 들었다. 다리를 건너 마을에 들어 가니 오늘과 내일이 오스피딸 마을의 축제 기간이라 가게가 문을 닫는단다. 하지만 다행히 키오스크는 문을 연다고 브라질에서 온 알베르게의 호스피탈레로가 알려준다. 씨에스타가 끝난 오후 5시에 키오스크로 가니 뮌헨에서 온 마티아스와 스위스 루체른 지역에서 온 뢰네 할아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