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이튿날.
내가 무엇인가를 흘리고 다닐 때면, 나이가 들었다는 걸 실감한다. 이번에도 예외없이 딸 아이가 부탁한 물건을 친정에 놓고 와 집에 가는 길인 조카 아이에게서 물건을 받아야 했다. 만나는 장소는 잠실 교보 문고.
그것 때문에 나가기는 귀찮으니 잠실까지 걸어 나가 물건을 받은 후 보고 싶은 영화 "워낭소리"를 보기로 했다.
교보 문고에서 신간 몇 권을 끄적거리다 물건을 받고 지하철을 탔다. 시청역에서 내려 덕수궁 길로 들어서는데 의외로 사람들로 붐빈다. 서울시립박물관을 지나 광화문 방향으로 걸으니 그제야 거리가 한산하다.
그동안 너무 바빠 얼굴을 볼 수 없던 대학 친구에게 영화를 보자고 전화를 걸었다. 근처에 사는 친구는 무슨 영화인지도 모르고 나와 '워낭 소리'를 봤다. 잠시라도 친구가 일을 뒤로 미루고 휴식을 취했으니 대만족이다. 언제 이 친구와 여행을 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