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

제주올레 13코스: 용수 포구 - 저지 마을

hadamhalmi 2009. 7. 10. 20:13

 

도보 구간: 용수 포구 – 용수 저수지 - 특전사 숲길 -고사리 숲길 - 하동 숲길 - 낙천리 아홉굿마을 – 저지오름 - 저지리 사무소

 

 

밤새 많은 비가 내리고 바람도 세찼다는데 피곤했는지 그것도 모르고 잘 잤다. 아침에 일어나니 전날의 걱정과는 달리 날씨는 흐렸지만 바다는 잠잠하고 비도 많이 그쳤다.

 

13코스에는 밥을 사먹을 만한 곳이 없다는 아주머니 말씀에 아주머니에게 주먹밥을 싸달라고 부탁했다. 우리가 밥을 먹는 사이에 급하게 밥을 해서 주먹밥을 마련해 주신 아주머니 덕에 오늘 점심은 해결되었다. 주인 아주머니에게 조그만 가방을 빌려 주먹밥과 물을 짊어지고 나오니 날은 잔뜩 흐렸고 바람이 거세다.

 

 

 

 

  '노을이 아름다운집' 베란다에서 바라 본 용수 포구
 구름의 이동이 빠른걸 보니 비가 많이 올 것 같지는 않은데...
김대건 신부 기념관
 조금 지나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계요등
 용수 저수지. 이곳은 서귀포시의 물줄기였단다.
 특전사 숲길
 콩짜개 넝쿨
사람이 살았던 흔적. 4.3때 이 마을을 통째로 해변가로 옮겼단다.
 고사리 숲길
하동 숲길
낙천리 아홉굿 마을로 들어 서는데  '마을 도로변에 나열해 놓은 꽃 화분을 가져 간 사람은 제자리에 돌려 놓아 달라는 내용'의 낙천리 사무소의 안내 방송이 여러 번 나온다
낙천리 아홉굿 마을

쉼터에 앉아 주변의 의자들을 보며 점심을 먹고 쉬고 있으려니 갑자기 세찬 비가 내린다. 아무리 보아도 금방 그칠 비가 아니다. 서둘러 비옷을 입고는 화장실로 가기 위해 근처의 건물로 들어갔다.

 

사무실 앞에는 네 명의 마을 아저씨들이 서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내리는 비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다 옆의 지붕을 보니 시멘트 종유석이 보인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한 아저씨는 웃으며 일종의 부실시공이란다비가 그칠 것 같지 않아 인사를 드리고 서둘러 길을 나섰다.

 

장대비가 내린 덕분에 골목길에는 물이 차서 도대체 발을 디딜 곳이 없다, 까치발을 하고 건넜지만 신발이 물에 젖었다.
저지오름
그림 설명은 명확해 보이지만 실제 정상에서 내려 오는 길에 대한 설명이 없어 애매하다.

저지오름 정상에 오르니 구름이 잔뜩 끼어 앞이 안 보인다. 조금 있으니 구름이 살짝 걷히고 멀리 비양도가 보인다. 표지 판이 없는 정상에서 내려 가는 길을 한참 찾다가 올라 온 반대길로 내려 가기로 했다.

 

저지오름은 2007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저지 마을로 들어서니 강아지 두 마리가 계속 우리를 따라 온다. 너무 멀리까지 따라 와서 아무리 돌려 보내려고 해도 가질 않는다. 결국 쫓아서 보냈다. 노을이 아름다운 집 아주머니께 전화를 드리니 한림에 계시다며 시간이 조금 걸린다고 하신다.

 

 저지 마을 회관 가는 길.

마을회관 내 쉼터에 앉아 아주머니를 기다리고 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경적을 울린다쳐다 보니 아주머니다. 아주머니 덕분에 편하게 숙소로 돌아와 짐을 챙겨 나왔다.

 

아주머니는 다시 한림으로 가신다며 용수리 충혼묘지 버스 정류장까지 우리를 태워 주신다. 버스 정류장 바닥에 앉아 조금 있으니 버스가 온다. 표선으로 가는 길에 세화의 집아주머니에게 방이 있냐고 물으니 마침 한 개 비었으니 오라신다. 저녁도 안 먹었으니 저녁도 해 달라고 부탁 말씀을 드리고 약 두 시간 걸려 표선 정류장에 내리니 아저씨가 기다리고 있다.

 

도착하자마자 아저씨는 젖은 신발을 말리게 하려고 밖에 불을 피우느라 바쁘시다. 아주머니는 마침 아저씨가 낙지를 사왔다며 낙지볶음을 하신다. 정성스레 해 주신 낙지볶음과 처음 먹어 보는 콩잎 김치를 맛있게 먹은 후 신발을 말리러 밖에 나가 앉아 있는데 아저씨가 구운 감자를 건네신다. 장작불에 은근히 구운 감자와 아주머니가 내어 주신 자두를 후식으로 먹으며 젖은 신발도 말리고 세화의 집에 머무는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며 좋은 저녁 시간을 보냈다. 세화의 집 아주머니와 아저씨의 따뜻한 마음씨 덕분에 올레길이 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