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

제주올레 12코스: 무릉 2리 - 용수 포구

hadamhalmi 2009. 7. 10. 18:59

 

도보 구간: 무릉 2리 - 녹남봉 - 수월봉 - 고산 자구내 포구 - 생이기정 - 용수 포구 

 

 

일기 예보와는 달리 오늘 날씨가 맑다. 처음으로 무거운 배낭을 메고 하루 동일 걸어야 하는 친구가 걱정스럽다.

 

월드컵 경기장에서 갈아 탄 버스 기사 아저씨는 12코스 올레길을 걷는다고 하니 제주도 이야기를 하시느라 바쁘다. 기사 뒷좌석에 앉아 피곤해 잠깐 졸고 있던 친구에게 자지 말고 많이 보라고 웃으며 친구의 잠을 깨운다.

 

제주도에서 버스 기사로 일한 지 22년이나 된 아저씨는 앞으로 7년은 더 일하실 계획이란다. 지금도 60은 훨씬 넘어 보이시는데. 기사 아저씨는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도로변에 있는 나무의 이름을 설명해 주시기도 하고 제주도에서 자란 이야기를 해 주신다.

 

그러면서 자기가 클 때는 한라산에 소를 방목했고 백록담에서 소들이 물을 마셨다는 옛날 얘기도 해 주신다. 그 당시에는 보통 집집마다 세 마리 정도의 소가 있었는데 자기 집에는 다섯 마리가 있었고 소들을 모느라 한라산을 천 번 이상 올랐단다.

 

 

 

 

 산방산으로 가는 양쪽 길옆에는 수국이 흐트러지게 피어 있다.

모슬포에 내리니 무릉2리 가는 버스가 10분 전에 떠났다. 할 수 없이 택시를 타고 무릉 2리 마을 회관 앞에 내렸다. 지난 번 컴퓨터 작업을 했던 마을회관 2층에 들르니 마침 선생님이 계신다. 말씀을 드리고 찍은 사진을 USB에 옮기는 작업을 하고 나왔다.

.

무릉생태학교에는 촌장님께서 잠깐 자리를 비우셨는지 안 계신다. 그래서 화장실만 사용하고 나와 12코스 출발.

 

무릉 2리 마을을 돌아 나오니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길가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더우니 쉬었다 가라신다. 나무 그늘이 에어컨이라며. 이제 시작이라 길이 멀다고 감사 인사를 드리고 헤어졌다.

 

거미줄에 내린 이슬.
용도에 맞게 설치한 시골의 자전거. 실용적이다.
 땡볕에 걸어 가야할 길. 벌써 땀이 흐른다.
밭산디(육지의 벼와 같은 것이란다.) 풀을 뽑느라 바쁘신 아주머니들.

이곳을 지나는데 한 아주머니가 더운 날 걷느라 수고한다며 일하는 아주머니들에게 줄 얼음물을 우리에게 권하신다시원한 얼음물 한잔씩을 얻어 마시니 잠깐 더위가 가신다.

 

녹남봉 올라가는 돌길에 핀 오이꽃. 분재처럼 키가 작다. 열매는 맺힐 수 있을까.
 지난번 왔을 때 꼬챙이처럼 심었던 녹나무에서 싹이 났다.
 마늘을 말리느라 바쁜 손길.
(구)신도초교 안의 작품
 풍금
반공 소년 이승복 동상
 도원횟집에서 점심을 먹고 신도 앞바다로 내려 오니 아주머니가 바다에서 일을 하고 계신다.
신도 돌 도구리 여름이라 돌도구리의 물색이 다르다.
 수월봉 가는 길. 13일째 비박을 하며 올레길을 여행 중이라는 두 젊은이.
 멀리 당산봉이 보인다.
 가시 엉겅퀴
 수월봉에서 바라 본 차귀도. 날이 흐려 잘 안 보인다.
고산 자구내 포구에서 만난 해녀들
 성게 손길을 하느라 바쁘시다.
 바늘 엉겅퀴
 생이기정
마을의 액운을 때워 준다는 용수마을 방사탑.

방사탑 근처 쉼터에서 쉬고 있는데 해변에서 한 아주머니가 올라 오신다. 작은 소라와 오분 자기를 잡은 아주머니 뒤로 낚시로 잡아 올린 구멍 우럭 두 마리를 물통에 담아 올라 오시는 아저씨.

 

부부인 두 사람은 바닷가 근처에 사는데 오랜만에 저녁거리를 마련하러 바닷가에 나왔단다. 오늘 잡은 것으로 맛있는 매운탕을 끓여 드실 것 같다. 게다가 아저씨가 잡은 구멍 우럭 한 마리는 회를 뜰 만큼 크다. 그래도 아저씨는 한 마리를 놓쳤다고 못내 아쉬워하신다.

 

옆에 육지에서 제주도로 내려와 사는 한 부부가 이 분들이 잡은 것들을 무척 부러워하며 맛있게 끓여 드시라고 한 말씀하신다.   

 

 용수 포구

 

절부암 바로 위에 있는 노을이 아름다운 집에서 하룻밤을 묶으러 들어 가니 아주머니가 반기신다. 정성껏 준비해 주신 저녁을 맛있게 먹고 나오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오늘 아침 길을 떠날 때 걱정이 되었던 친구는 다행히 끝까지 잘 걸어 주었다밥을 먹은 후 내일 걸을 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주인 아주머니는 숙박비가 다른 곳보다 조금 비싸지만 그 대신에 서비스를 잘 하는 것이 아주머니의 운영 방침이란다.

 

13코스 끝나는 저지 마을의 교통이 불편하니 내일 아침 짐을 싸 두고 떠나면 13코스를 다 걸은 후에 전화하면 차로 데리러 오겠단다. 오늘 무거운 짐을 메고 걷느라 힘이 들었던 친구와 교통편 때문에 걱정하던 내게는 반가운 말씀이다

 

덕분에 컴퓨터 작업을 하고 방에 돌아와 내일 비가 덜 내리기만을 기대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잠을 청했다.

 

12코스 끝이며 13코스 시작점에 있는 노을이 아름다운 집’(010-3690-0444, 064-772-5587)의 하루 숙박료는 40,000원이지만 주인 아주머니도 친절하시고 밥도 맛있고 13코스 걷는데 편의를 제공해 주시니 40,000원이 비싸지 않다식사는 한끼에 5,000원이고 제주도 분인 아주머니 덕분에 제주 손맛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