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 구간: 외도 초등학교 – 알작지 해안 - 도두봉 - 용두암 - 용연 - 오현단 – 동문 시장 - 산지천
오늘은 이틀 전 저녁 중도에 끝낸 17코스와 시간이 있으면 18코스에 포함된 사라봉과 별도봉도 걸을 계획으로 숙소를 나섰다. 서일주도로행 버스를 타고 외도 초등학교 앞에서 내려 다리 아래로 향했다.
용연 다리를 지나 있는 군밤 할머니에게 군밤을 사 먹으며 한참 동안 할머니의 푸념을 듣다 다시 길을 계속 갔다. 하지만 조금 지나 다시 길을 잃었다. 이번엔 표식이 잘못되어 있어서다.
몇 번을 자리를 맴돌다 할 수 없이 용연 근처의 화장실 주변에서 만난 마을 주민들에게 무근성이 어디에 있는 지를 물어 가야 할 방향을 잡은 후 큰 길을 따라 다시 용연 주차장으로 내려와 17코스 올레 지기에게 전화를 걸어 길을 물으니 바로 근처에 올레 길이 있다. 조랑말 표시가 엉뚱한데 가 있어 올레꾼들이 길을 잃을 위험이 큰 곳이다.
동문 시장에서 늦은 점심을 먹으려고 식당을 찾으니 마땅치가 않다. 시장 입구에서 한의원에 가신다는 한 아주머니에게 맛있다는 음식점을 물어 찾아 갔으니 고등어 조림 2인분에 이만 원이란다. 우리가 먹을 만한 것은 고등어 조림밖에 없는 것 같은데 두 사람 먹기에는 너무 많고 빨간 것이 양념도 너무 많아 같이 간 권사님이 드시기에는 무리라 다시 나와 시장 안을 한참이나 돌았다.
할 수 없이 시장 안에 자그마한 죽집이 눈에 띄어 안으로 들어 가니 작은 식당치고는 손님이 제법 많다. 마침 한 아주머니가 들고 계시는 연녹색 죽이 맛있어 보인다. 무엇이냐고 물으니 녹두죽이라며 맛이 있단다. 약간 미심 적은 마음이 있었지만 이젠 선택의 여지가 없어 새알 옹심이가 들어 있는 동지 팥죽과 맛있다는 녹두죽을 시켰다. 조금 기다리긴 했지만 할머니가 죽을 제대로 끓여 주신 덕분에 처음 먹는 녹두죽도 동지팥죽도 정말 맛있게 먹었다.
물론 죽의 가격(7,000원)이 어제 제주 오일장에서 먹은 동지 팥죽(3000원)의 2배가 넘긴 하지만
그것과는 양이나 맛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맛이 있다. 다음에 내려 와서 다시 한 번 오고 싶은 집이다.
동문시장을 나와 산지천 입구에 도착하니 오후 3시경. 저녁 6시 비행기 출발 시간까지는 시간이 넉넉해 계획대로 17코스를 끝내고 사라봉으로 가려고 산지천을 따라 내려 갔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데 이 아이들은 추운 줄도 모르고 산짓물 옆 계단에 앉아 무엇인가 열심히 만들고 있다. 아마 집에서는 만들지 못하는 것인가 보다.
항구 가까이 가니 갑자기 바람이 불며 날씨가 흐려지는 게 뭐라도 내릴 것 같다. 같이 간 권사님의 발가락의 물집도 심상치 않고 날씨도 갑자기 급변해 택시를 타고 숙소로 일찍 돌아 왔다. 숙소에서 조금 쉬면서 주인 아주머니와 사는 얘기를 하다 예정보다 조금 일찍 공항으로 가려고 숙소를 나서는데 바람이 불며 날씨가 심상찮다. 택시 기사는 이번 주 날씨는 거의 10년 만에 맞이 한 아주 좋은 날씨였고 내일부터 날씨가 안 좋을 것 같다며 우리가 오늘 잘 올라 간단다.
처음엔 12월 말에 제주 올레를 계획하면서 날씨가 추울까 약간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역시 내려 오길 잘했다. 택시 기사님 말씀대로 4일간의 제주 날씨는 제주 올레를 하기에 아주 적합했다. 이번 올레길에서도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다행히 좋은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났다. 매일 매일 감사가 넘친 올레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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