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 구간: 비자림 - 톹오름 - 다랑쉬오름 -용눈이 오름
난 다랑쉬 오름을, 친구는 비자림을 가고 싶어 한다. 마침 비자림을 갔다 다랑쉬 오름에 갈 수 있을 것 같아 처음엔 두 곳을 가기로 일정을 짰다. 숙소의 아주머니에게 가는 차편을 물었더니 용눈이오름도 그 옆에 있으니 같이 다녀 오면 좋단다.
전날 저녁, 지난 여름 비자림을 다녀 온 회사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비자림에 대해 물으니 별로 안 좋았단다. 그 말을 듣고는 비자림에 가기가 망설여져 일정을 취소하고 송당으로 가서 일단 다랑쉬 오름과 용눈이 오름만 가기로 했다.
하지만 오늘 아침 일어나 다시 생각해 보니 비자림이 다랑쉬 오름 가는 길목에 있는데 그래도 직접 가 보고 실망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오늘 일정에 다시 비자림을 포함시켰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7:45분 동일주노선 버스를 타고 세화에서 내리니 8:50분이다. 기사님께 물으니 건너편 정류장에서 9:10분 송당 가는 버스를 타고 비자림 입구에서 내리면 된다고 친절히 알려 주신다.
시간이 남아 근처 파출소에 들어가 화장실을 이용하고 나오는데 한 경찰관이 날도 추우니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고 가라고 권하신다. 역시 시골 인심은 훈훈하다.
정성껏 타 주신 커피를 마시면서 비자림에서 다랑쉬 오름으로 걸어 가는 길을 묻는데 비자림 뒤에 있는 톹오름도 갈 거냐고 되물으신다. 갈 수 있으면 비자림에 간 김에 톹오름도 가겠다고 하니 지도를 가리키며 대충 설명을 해 주신다. 친절한 경찰관들 덕분에 오늘의 도보 여행 계획에 톹오름이 즉석에서 추가되었다.
버스를 타고 가다 기사님께 다랑쉬 오름에 대해 물으니 본인은 차만 운전하고 다녔지 이 지역에 대해 잘 모르신단다. 항상 버스 기사님이 정확한 정보를 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는데 오늘은 예외다.
비자림 입구에서 내려 먼저 비자림으로 들어가니 입구에 입장료를 받는 곳이 있다. 입장권을 사며 톹오름에 가는 방법을 물으니 비자림에서 톹오름으로 가는 길은 없단다. 세화 파출소에서 가는 길이 있다고 들었다니 입장권 파는 아가씨는 난색을 표하며 계속해서 길이 없다고만 말씀하신다.
일단 입구에서 다랑쉬 오름 가는 길을 자세히 안내를 받고 비자림으로 들어갔다. 길가에 눈이 아직 남아 있는 비자림은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한산하고 아주 매력적이다.
한적하고 원시적인 숲길을 따라 들어가니 나무 테크가 있고 그 끝에 새천년 비자나무가 서 있다. 이 나무 근처에 톹오름으로 가는 길이 있단 말을 들었기에 주변을 둘러 보았지만 근처에 두 개의 길이 있다. 어떤 길이 톹오름으로 가는 길인지 잘 모르겠어 할 수 없이 다시 길을 돌아 내려 오는데 마침 몸이 불편하신 할아버지와 아주머니 한 분이 걸어오신다. 아주머니께 톹오름 가는 길을 물으니 자기는 한 번도 안 가 보았지만 길이 있다며 안내를 해 주신다.
비자림의 딋동산이라는 톹오름으로 가는 숲길을 따라 가다 보니 길이 돌담으로 막혀 있다. 하는 수없이 비자림 돌담을 넘어 톹오름으로 올라갔다.
톹오름을 내려와 오른쪽 찻길로 나가 왼쪽 방향으로 30분 정도 차도를 따라 걸어가면 왼쪽에 알파목장이 나오고 건너편에 활공장 푯말이 나온다. 여기서 행글라이더 활공장 방향으로 따라 들어가다 갈래길에서 왼쪽의 흙길로 걸어 가면 다랑쉬 오름 입구가 나온다.
용눈이 오름을 올라 가는 길에 만난 평택에서 오신 아저씨가 자기들은 시간이 많으니 오름을 둘러 보고 주차장으로 내려 오면 버스 타는 곳까지 데려다 주겠단다. 일단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헤어졌지만 설마 그렇게 오래 기다려 주시겠나 하며 오름을 천천히 둘러 보고 주차장으로 내려갔는데 정말 우리를 기다리고 계신다. 이 가족분들 덕분에 대천동 사거리까지 나와 제주 가는 버스를 쉽게 탈 수 있었다.
주민들은 다랑쉬 오름을 오르는 길이 두 군데라고 했는데 이 길은 막혔다고 안내가 되어 있다. 이 길을 가야할 지 결정을 못하고 있는데 봉고차 한 대가 들어 온다. 운전하는 분께 물어보니 자신들도 초행길이고 현대/기아 자동차 연수를 왔는데 다랑쉬오름에 가서 인증샷 찍어 오는 게 숙제라며 같이 가자고 제안을 하신다.
친구는 일단 막혔다는 길로 가 보자고 해서 이 분들과 헤어져 이 길로 들어섰지만 한 10분쯤 가니 길은 나무 숲으로 막혀 있고 눈 위에 새와 동물 발자국 흔적만 남아 있다. 우리가 간 눈길 위에 등산화 자국이 선명한 걸로 보아 우리 같은 사람들이 여럿 있었나 보다. 길을 돌아 나오는데 젊은 남녀 한 쌍이 우리가 들어 왔던 길로 걸어 오고 있다. 이 분들에게 길이 막혀서 돌아 가는 길이라고 말을 하니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우리에게 묻는다. 아마 이 길로 들어서며 표지판을 안 보고 그냥 길을 따라 들어 왔나보다.
길을 나와 안내 표지대로 오른쪽으로 따라 가니 다랑쉬 오름 입구가 나온다. 탐방 안내소는 잘 지어 놓았는데 입구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 사람들이 알아보기가 힘들다. 이곳은 아직 개장을 안 하고 표지판만 만들어 놓았다.
손자봉 삼거리에서 왼쪽길로 따라 걸어 가 한참을 걸어도 눈 앞에 보이는 용눈이 오름 입구가 안 보인다. 묘지를 통해 올라 가면 될 것 같아 배낭을 내려 놓고 유격 훈련을 하듯 철조망 아래로 기어서 넘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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