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도보 여행

가시리 갑마장길

hadamhalmi 2013. 5. 25. 18:21

 

도보 구간: 가시리 디자인 카페 - 자연 사랑 갤러리 - 당목천 - 따라비 오름 - 잣성길 - 큰사슴이 오름 - 다목적 광장 -

행기머체 - 해림목장 - 소꼽지당 - 안좌동 - 가시리 나목도 식당, 20Km

걸린 시간: 8시간

 

 

여행 둘쨋 날.

 

오늘도 어제처럼 날씨는 맑은데 시야가 좋지 않다. 이곳에서 가시리가 가까우니 지난 번 걷다 포기한 갑마장길을 마저 걷기 위해 버스를 타고 가시리로 갔다.

 

'가시리 디자인 카페'에 들르니 마침 사무장이 문을 열고 계신다. 인사를 드리고 갑마장길 안내지도를 구하려고 말씀을 드리니 옛 지도 밖에 없단다. 회사 동료가 3월에 갑마장길을 걷다 혜림목장 지나면서 개때문에 혼난 얘기가 생각나 이 사건에 대해 얘기를 해 드리며 위험한 구간은 없냐고 물으니 그런 곳은 없다고 하신다. 그래도 약간 걱정이 되시는지 내게 본인의 명함을 주면서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전화를 하란다. 명함 하나에 안심을 하고 갑마장길로...

 

(그 사이 행기머체에서 시작해 가시천을 따라 내려가 따라비 오름과 큰 사슴이 오름을 돌고  다시 행기머체로 돌아 오는 '쫄븐 갑마장길'이 생겼다.)

 

 

세화의집 건너편 버스 정류장
 가시리 디자인 카페

 

갑마장길을 살짝 벗어나 가시리 마을 꽃길로 내려가 마을을 둘러 보고

감으로 '자연 사랑갤러리' 푯말을 따라 올라가니 다시 갑마장길 표식이 나온다.

 

가시초등학교 터에 세운 자연 사랑 갤러리

 가시리에는 집없는 개들이 많다.

이 길 끝에서도 한 마리를 만났지만 무사히 지나갈 수 있었다.

 

 5월에 피는 귤꽃 덕분에 은은한 귤꽃 향기를 맡으며 걷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라벤더
 재활용 돌의자?
서양 민들레와 찔레꽃
 때죽 나무
당목천이 자연의 모습을 많이 잃어 아쉽다.
등심붓꽃
 따라비 오름 가는 길
  병곳오름, 번널오름
 설오름
따라비 오름에서 본 큰 사슴이 오름
 따라비 오름
편백나무 숲길
 잣성길
잣성길에서 바라 본  따라비 오름
 국궁장
분화구로 가는 길, 지난 번 왔을 때는 복수초가 길 옆에 가득 노란꽃을 피워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오늘은 풀이 우거져 있어 복수초는 눈에 띄지 않는다.   왜 큰사슴이오름을 대록산이라 하는지 이해가 갈 정도로 이 오름에는 나무숲이 우거져 있다.
큰사슴이 오름 분화구로 내려 가는 길목에 나무가 두 그루나 쓰러진 채로 방치되어 있어 다치지 않게 조심해서 넘어가야 한다. 갑마장길을 만든 가시리 공동체의 정기적이며 세심한 사후 관리가 필요해 보이는 구간이다.
큰사슴이 오름에서 다목적 광장으로 내려 가는 길의 경사가 가팔라서 주의를 요한다.
 꽃머체
 행기머체
해림목장 가는길
이곳은 고사리 밭이다.
가는 길에 가시 철조망을 설치해 놓아 이곳으로 지나가려면 안전하게 기어 가야 한다.

'혜림 목장'의 개 한 마리가 근처에 접근도 못하게 쫒아 오며 짖는다. 보이지는 않지만 양 옆으로 개를 매어 놓아 이 외딴 숲에 개소리가 얼마나 큰지 공포 그 자체다. (회사 동료는 올 초 혼자서 이 길을 걷다 개가 긴 줄에 매여 있어 따라 오며 짖는 통에 그 많은 여행길 중 자기가 이제는 여기서 죽는 줄 알았단다.)

 

여러 번 개를 무시하고 그냥 통과해 보려고 시도해 보았지만 통과할 방법이 없다. 하는 수없이 아침에 디자인센터 사무장이 준 핸드폰 번호로 연락을 해 보았지만 회의 중이라 핸드폰은 꺼져 있고 가시리사무소에 전화를 하니 한 여자 직원이 받는다. 사정을 얘기하니 개때문에 도움 요청 전화를 받는 것은 처음이라며 자기네들은 도와 줄 방법이 없으니 119를 부르란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할 수 없이 경험이 있는 회사 동료에게 전화를 거니 이 길목만 지나면 마을이니 통과해 보라고 조언을 해 준다.

 

 

할 수 없이 되돌아 가다 철조망을 넘어 우회로를 찾아 돌아 나오니 개들이 있는 곳을 바로 지나 다시 갑마장길이 나온다.

내가 다시 나타나니 조용하던 이 숲에 개들이 짖기 시작하고 작은 개 한 마리는 속았다고 화가 났는지 쫒아 오며 짖어댄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갑이니 뒤에서 오던 말던 겁이 날 게 없다. 휴, 가장 큰 고비를 넘기고 나니 다리에 힘이 속 빠진다. 그런데 걷는데 기분이 이상하다. 손을 뒤로 해서 배낭을 만져보니 배낭 옆에 꽃아 둔 물병과 자리 깔개가 없다. 아마도 철조망을 넘을 때 떨어졌나 보다. 다시 찾으러 가기도 싫고 해서 그냥 직진.

 

귤꽃과 귤이 같이 달려 있네?

 

 다시 가시리 마을이다.

 

이곳을 지나 한씨방묘를 거쳐 농협 사거리로 가는 길에 갑자기 검고 큰 개 한 마리가 나를 향해 온다. 얼른 길을 건너 외면을 하고 앞만 보고 걸었다. 휴~~

 

'가시리 디자인 카페'에 들려 한 남자분에게 내가 걸은 갑마장길의 문제점을 얘기하고 개선을 부탁하고 있는데 마침 아침에 만난 사무장이 들어온다. 해림 목장의 개 사건을 얘기하니 난감해 하시며 개선을 약속하신다. 조금 나이 드신 분이 옆에 있다 몇 번이나 '해림 목장'에 이 문제를 얘기했지만 고쳐지지 않는다고 그제서야 고충을 말씀해 주신다.

 

가시리 마을 공동체가 마을을 알리기 위해 길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걷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이 길을 걸을 수 있도록 관리하는 일은 더 중요하다. 조금 더 가시리 주민들이 신경을 써 주시면 좋을 텐데...

 

 

디자인센터를 나와 하루 종일 햇빛과 싸우며 걷느라 피곤한 몸에 에너지를 주기 위해 유명한 '나목도 식당'에 들어가 이른 저녁으로 삽결살 1인분을 시켰다.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유명한 이 식당은 마침 휴식 시간이라 손님이 나 혼자다. 돼지고기 냄새가 안 나는 삼결살을 맛있게 먹고는 나왔지만 먹는 내내 왜 줄을 서서 먹는지 잘 모르겠다.

 

식사 후 가시리 농협 건너편 버스 정류장에서 18:33분 버스를 타고 숙소가 있는 세화 1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