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13일
도보 구간: 혹타우 컨츄리 트레일 입구 - 혹타우 저수지 - 팔선령 입구 - 팔선령 - 대미독 버스정류장, 13 km
걸린 시간: 6시간 반
오늘은 홍콩 트레킹 중 난이도가 두 번째라는 윌슨 트레일 9구간을 걷기로 했다.
호텔에서 목적지인 혹타우 마을까지는 3시간 정도 걸린다. 아침 일찍 일어나 서둘러 준비를 하고 MTR을 타기 위해 호텔 근처에 있는 사이잉푼역으로 갔다. Admirality역에서 내려 MTR을 갈아 타고 몽콕역에서 하차 후 다시 MTR을 갈아 타고 까우롱턴역에서 내려 판링역으로 가는 MTR을 갈아 탔다.
까우롱턴역에서 판링역으로 가는 MTR을 갈아 탄 후 타이포마켓역에 도착할 즈음 두 정거장만 더 가면 판링역이라 느긋하게 타고 가는데 뭔가 이상하다.
MTR의 다음역 안내를 보니 우리가 지나 온 University 역이다. University 역에서 일단 내려서 판링역 방향 MTR 역내로 올라 가 확인해 보니 우리가 탄 열차는 타이포마켓이 종점이었나 보다.
1분 정도 기다리니 판링역을 가는 지하철이 들어 온다. 얼른 지하철을 타고 판링역에 무사히 도착했다.
판링역 C 출구로 나가 52B 미니버스를 탔는데 이 버스에는 불행하게도 전광판 안내가 없다. 구글 지도만 따라 가다 답답해서 중국말도 안 통하고 버스 안에 있는 현지인들에게 버스를 타기 전 사진을 찍어 둔 버스 정류장을 가리키며 물어보니 자기들도 내린다고 알려 준다.
그런데 조금 더 산길을 넘어 가니 버스가 지나는 길 옆에 혹타우 안내판이 나오고 산 속 야영장에 학생들이 많이 모여 있는데 그 풍경이 꼭 우리가 가야 할 곳처럼 보인다.
갑자기 마음이 불안하고 급해져 조금 더 가야 한다는 현지인들의 안내를 뒤로하고 버스 기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급하게 버스에서 내렸다. 그런데 내리고 보니 이곳은 우리가 가야 할 윌슨 트레일이 아니라 Hok Tau Country Trail 입구다.
할 수 없이 버스가 간 길을 따라 걸어 가기로 했다. 다행히10분 정도 더 걸어 내려 가니 우리가 내리려던 혹타우 마을 입구가 나온다. 그런데 어디에도 윌슨 트레일에 대한 안내 표시가 없다. 일단 친구의 직감을 믿고 직진하기로 했다.
10분쯤 걸어 올라가니 길은 자동차 출입이 안 되도록 막아 놓았고 길 옆 감시소에 직원이 한 명이 있다. 물어 볼 사람도 없던 차에 너무 반가워서 말도 안 통하는 이 분께 팔선령 이름을 댔다.
고맙게도 이 분은 우리가 가려는 곳을 이해했는지 기다리라는 표시를 하더니 책상에서 지도를 가져와 벽에 펴더니 팔선령을 가리키며 곧장 올라 가란다. (내가 직진이냐고 한국말로 물으니 직진이란다.)
일단 가는 방향은 맞았으니 안심하며 감사 인사를 하고 길을 따라 올라갔다. 10분 정도 더 올라 가니 저수지가 나오고 다시 갈림길이다. 하지만 여전히 안내판이 없다. 다행히 작업하는 사람들이 있어 팔선령 방향을 물으니 왼쪽으로 가란다.
5분 정도 걸어가니 드디어 팔선령으로 가는 윌슨 트레일 9구간 입구가 나온다. 드디어 가벼운 마음으로 팔선령을 향해 출발. 그런데 5분쯤 걸어 올라 가다 갈림길이다. 친구는 아무 의심 없이 오른쪽 길로 들어 선다. 아무 표시가 없을 땐 직진이 최고인데 조금 올라가니 두 길이 만나는 것처럼 보였다. 숲길이 아주 좋아 길을 가면서도 500M마다 있어야 할 트레일 표시판이 안 보인다는 것에 대한 의심도 없이 씩씩하게 30분 정도를 걸어 갔다.
친구가 갈림길에 서서 표시판을 보며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묻는데 느낌이 이상해서 지도를 찾아 보니 방향이 잘못 되었다. 아차 싶어 부지런히 되돌아 가는 길에 외진 숲 속에서 현지인 세 명을 만났다. 팔선령을 간다고 하니 길을 잘못 들었고 곧장 되돌아 가란다.
우리가 온 길을 다시 되돌아 가보니 드디어 팔선령으로 가는 표시판이 나온다. 돌이켜보니 친구가 들어섰던 처음 길이 우리를 다른 곳으로 인도했다.
한 시간이나 헤매다 다시 원점으로 오니 벌써 오전 11시다. 7시간 정도 걸린다는 9코스를 지금 시작하면 오늘 해지기 전까지 11.5km를 걸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지만 어렵게 왔으니 걸을 수 있는 데까지 걷고 가기로 하고 팔선령을 향해 가파른 계단길을 올랐다.
하지만 놀랍게도 9코스를 마치고 나니 오후 3시 반이다. 7시간 걸린다는 길을 걷는데 5시간에 걸렸다. 아마도 날씨가 나쁜 덕분에 풍경을 즐길 시간이 없어 시간이 단축되었나 보다.
아쉽게도 오늘은 가끔씩 비가 내리고 바람이 조금 부는 흐린 날씨로 인해 걷는 내내 아름다운 풍경은 보지도 못하고 우리가 목표로 한 구간을 걷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9코스 마치는 구간에서 언덕을 내려와 대미독 버스터미널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 걸린다. 버스터미널에서 20C를 타고 종점인 MTR Tai Po Market 역에서 내려 MTR을 탔다. 숙소로 가다 몽콕역에서 내려 역 근처에 있는 '딤딤섬'을 찾아가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 정신이 없다. 몇 번을 물어 겨우 찾은 식당에서 저녁으로 딤섬을 먹은 후 MTR을 타고 드디어 숙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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