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해파랑길 34 코스: 옥계 시장 - 묵호역

hadamhalmi 2017. 5. 16. 23:46

 

여행 둘째 날

 

도보 구간: 옥계 시장 - 망상 해수욕장 - 묵호항 - 묵호역, 29Km

걸린 시간: 9시간 반

 

 

숙소에서 나와 어제 도보를 마친 옥계 시장으로 가려면 옥계 면사무소를 지나야 한다.  그런데 옥계 면사무소에는 조그만 마을답지 않게 예쁘게 잘 가꾼 장미 정원이 있다. 우리는 해파랑길 도보를 시작하기 전 정원 구경을 하고 가기로 했다.

 

옥계 마을 주민들은 유난히 꽃을 좋아하나 보다. 해파랑길이 조성된 강변 둑길에도 덩굴 장미를 심어 놓아 장미 향을 맡으며 걸을 수 있어 산책하는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해 준다. 또한 집집마다 정원이나 집으로 들어 가는 입구에 예쁜 꽃을 심어 놓아 길 가는 이를 즐겁게 해 준다.

 

 

 

 

걸으면서 만난 한 주민은 이 장미 길은 해파랑길을 만들면서 조성되었다고 알려 준다.
호두 나무
산마늘밭

이 골목 근처에서 갑자기 해파랑길 리본이 없어졌다. 조금 전 망상 해변에서 온다는 해파랑길 도보 여행자 두 명이 이곳으로 나온 걸 보았는데 우리가 가는 방향으로는 안내 리본이 없다

 

길이 아닌가 하고 갈래길로 다시 나와 옆길로 올라 가려는데 멀리서 우리를 본 아주머니가 우리가 나온 길이 맞으니 다시 올라가라고 큰 소리로 말씀하신다.

 

그래서 긴가민가하며 다시 올라 가는데 길가에 사시는 아주머니가 우리가 길을 찾으며 나누는 소리를 듣고는 집에서 나와 여기는 자기 집 문 앞이고 산불 위험이 있어서 못 올라 간다며

우리가 지나가는 걸 아주 못마땅해 하신다.

 

그러면서 위에 산불 감시원이 지키고 있어서 못 간다고 하시길래 산불감시원을 만나 못 올라가게 하면 되돌아 오면 되는 문제니 그냥 우리 길로 가겠다고 하니 그제서야 아주머니가 물러 선다.

 

아주머니와 헤어지고 이 집 앞을 지나 직진해서 올라 갔는데 다시 갈림길이 나오고 리본도 안 보인다. 혹시 집 앞으로 도보 여행자들이 지나다니는 게 싫어서 아주머니가 리본을 떼어 버린 것은 아닌지 의심을 하며 좁은 산길로 접어 들어 한참을 올라 가니 드디어 옷재에 해파랑길 안내판이 서 있다.

 

으아리

모내기를 하느라 바쁜 중에도 우리가 지나는 걸 본 마을 아저씨들이 더운데 걷느라 힘드니 조금 내려 가면 농주가 있다며 마시고 가란다. 우리를 따라 내려 오신 한 아저씨는 까만 봉투에서 안주도 꺼내 마시라고 하고 가신다.   그냥 가려다 아저씨가 와서 한번 더 말씀하길래 처음 먹는 농주 맛도 볼 겸 한 컵을 따라 친구와 둘이서 나누어 먹었다. 시골 막걸리라 그런지 내가 먹어본 것 중 가장 강했지만 맛은 밋밋했다.   친구와 나는 막걸리를 마시고 나서 술통 옆에서 하얀 술떡을 두 개씩 꺼내서 길을 가며 안주겸 간식으로 맛있게 먹었다. 막걸리와 술떡 덕분에 더운 날씨에 망상해변까지 무사히 갈 수 있었다.

 

옥계 시장에서 망상 해수욕장까지 중간에 밥을 먹을 만한 식당이나 슈퍼가 없다.

망상 해수욕장에도 해수욕철이 아니라 그런지 식당 문을 연 곳도 별로 없다. 할 수 없이 횟집으로 들어가 된장 찌개를 점심으로 먹었다. 이곳에서는 된장찌개 1인분은 시킬 수 없다고 해서 할 수 없이 2인분을 시켰다.

 

식당에서 식사 후, 후식으로 참외와 대저 토마토도 먹었지만 점심을 충분히 먹은 것 같지 않아 편의점에서 감자칩을 사서 해변으로 나갔다. 모래 사장 위에 무대 공연을 위해 마련한 나무 테크 위에 누워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한 시간 가량 잠을 자고 일어 나니 더위에 지친 몸이 회복되는 느낌이다.

 

다시 배낭을 꾸려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묵호역으로 출발~

 

노인과 천년 묶은 구렁이의 사랑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노고암
까막 바위

 

 

등대 오름길을 내려와 묵호항을 지나가며 간판을 유심히 보니 오늘 아침 모텔 주인 아주머니가 추천한 '동백 식당'이 큰길 뒤편으로 보인다.

 

식당 위치를 확인했으니 오늘의 종착지인 묵호역까지 20분 정도 지친 다리를 이끌고 걸어 갔는데

34코스 시작점이라는 안내판은 없고 스탬프 찍는 곳만 덩그러니 세워 두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묵호역이 아니라 묵호역으로 가라는 표시인 줄 알고 리본을 보며 왼쪽 골목으로 걸어 갔더니 갑자기 한섬해변으로 간다는 안내 표시가 나온다.

 

한섬 해변은 34코스에 있지 않은 장소라 의심이 들어 가던 길을 멈추고 핸드폰을 켜고 경로를 탐색하니 스탬프 있는 곳이 도착 지점이다그래서 다시 스탬프 있는 곳으로 되돌아와 오늘의 도보를 마쳤다.

 

다시 저녁을 먹으러 묵호항까지 되돌아 가기에는 다리가 너무 아파 택시를 타고 묵호항 동백 식당에 갔다. 허름한 식당인데도 현지인들에게 유명한 곳인지 손님들로 가득하다. 옆 자리에 앉은 아주머니는 생물로 요리 하는 곳이라 평창으로 여행을 갔다 삼척 집으로 가는 길에 일부러 저녁을 먹으러 들렸단다.

 

식사 후 삼척 해변 근처 숙소에서 하룻밤을 묶고 묵호역까지 걸으려고 삼척 해변으로 가는 버스를 타러 가던 중 귀찮기도 하고 몸도 피곤해서 발한 삼거리로 가기 전 눈에 띄는 '산수장'에서 묶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