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도보 여행

설악산 공룡능선 여행 후기

hadamhalmi 2017. 5. 30. 22:41

 

 

작년 가을거의 매 주일 오후마다 아차산을 4-5시간씩 함께 등산하는 왕언니와 구피는 내가 공룡 능선을 가고는 싶지만 높은 산을 올라가는 데는 자신이 없어 하는 것을 알고는 산악회를 따라 가지 말고 우리 셋이서 개인적으로 가서 조금 천천히 시간 안배를 잘 해서 걸으면 크게 걱정 안 해도 된다며 용기를 주었다.

 

첫 번째 도전은 작년 가을 비 때문에 포기했고, 드디어 지난 주말 두 번째 도전 끝에 공룡 능선을 걸었다.

 

오르막 길에서는 늘 헉헉거리며 뒤처지는 나를 배려해 천천히 걸으며 살펴 준 왕언니와 시간 안배를 생각해 열심히 속도를 내서 계획대로 구간을 걷게 해 준 구피 덕분에 공룡 능선 산행을 10시간 반만에 계획대로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한계령에서 서북능선을 지나 중청 대피소로 가는 길에 족저근막염이 있어 그런지 발가락에 쥐가 자주 나서 공룡 능선을 무사히 걸을 수 있을 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산행을 마치고 서울도 돌아온 다음날 아침, 여기 저기 근육통이 심해 절뚝거리며 걸어 다녔지만 족저근막염 증상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공룡능선의 바위를 필사적으로 기어 오르느라 발바닥과 종아리 근육의 스트레칭이 저절로 되었나 보다

 

대학교 2학년 여름 방학 때 처음으로 학교 친구들과 설악산 산행을 했다장마가 끝난 다음 날, 계획한 대로 백담사에서 시작해 대청봉을 찍고 외설악으로 내려 가는 산행이었다. 수렴동 대피소를 지나 봉정암으로 올라 가는 산길이 무너져 길을 헤매고 있을 때 한 스님이 고무신을 신고 나타나 우리 일행의 산길을 안내해 주시던 생각이 난다.

 

그 당시는 첫 등산이라 힘이 들고 날씨도 안 좋아 설악산에서는 구름만 보았다. 또한 봉정암 대피소 천장에 다닥다닥 붙어 있던 벌레들과 화장실 생각에 그 동안 설악산 종주는 생각도 안하며 살았다.

 

그에 비하면 38년 만에 두 번째로 시도한 이번 산행에서 하룻밤을 잔 중청 대피소의 시설은 아주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은 많이 약해진 것 같다.

 

서북능선을 걸으며 만난 설악 님이 우리와 함께 저녁을 먹은 후 내 옆에 잠자리를 폈다. (잠자리라야 겨우 몸을 누일 수 있는 공간이다.) 그리고는 갑자기 신발을 들고 이층으로 올라온다. 신발을 자기 머리맡 선반에 두며 가끔 등산화 도난 사고가 있으니 내게도 신발을 가져와 곁에 두고 자라고 알려 준다. 수 가.

 

산행을 마치고 버스를 타러 갔는데 앞에 앉은 아저씨 한 분이 실제로 지난 밤에 중청 대피소에서 스틱을 도난 당했단다아침에 일어나 공룡능선을 가려고 나섰을 때 얼마나 황당했을까? 다행히 이 분은 대피소에서 나무 스틱을 구해 산행을 잘 마쳤단다.

 

이번에 공룡 능선을 걸으며 보니 아직도 담배를 피고, 대피소가 아닌 곳에서 버너를 사용해 라면을 끓여 먹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에 놀랐다. 이렇게 소중한 자연 환경 속에서 위험한 행동을 할 용기가 어디서 나오는지 이해 할 수가 없다. 산에 올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