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 프랑스 Via Gebennensis

Via Gebennensis: 3. Chaumont - Seyssel (쇼몽 - 쎄셀)

hadamhalmi 2019. 6. 9. 23:00

 

2019 6 9()

 

도보 구간: Chaumont Frangy Desingy - Seyssel, 22.1 Km (실제 걸은 거리 23 Km)

걸린 시간: 8시간

 

 

아침 일찍 조용히 일어나 해뜨는 것을 보려고 밖으로 나갔지만 날씨가 흐려서 몽블랑 쪽에서 해 뜨는 것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Gite 근처를 한 바퀴 돌고 들어 오니 한 명씩 일어나기 시작한다다같이 아침 식사를 준비해서 함께 아침을 먹은 후 설거지는 나와 레네 할아버지가 했다.

 

쇼몽 Gite에서 오늘의 목적지인 Les Côtes에 있는 Gite détape lEdelweiss’로 출발하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쇼몽에서 프랑쥐로 가는 길은 내리막길이라 그런지 참 편안하다. 프랑쥐(Frangy) 교회에 들어가 기도를 하고 나와 일요일이지만 슈퍼와 빵집이 문을 열어 오늘 먹을 것을 살 수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이 마을을 그냥 지나쳤다아직 한국에서 가져간 비상 식량이 충분해서 급하게 살 것도 없었고 빵집에는 줄이 너무 길어 기다리기가 싫다마을을 지나 다리를 건너 대피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언덕길로 올라갔다.

 

비는 계속 내리고 Desingy에 도착하니 화장실 표시가 있다시청(Mairie) 옆 건물에 있는 화장실로 들어 가려는데 한 남자가 내게 카미노 도장 스티커를 하나 찢어 주면서 들어와서 따뜻한 차를 마시고 가란다그러면서 여자 아이에게 내게 차나 커피를 대접해 주라고 시킨다. 그 말을 들은 여자 아이는 곧 내게 들어 와서 쉬었다 가라고 친절하게 영어로 말을 건넨다안내한 방으로 들어 가니 일요일이라 사람들이 없을 줄 알았는데 동네 아저씨들 대여섯 명이 모여 얘기를 하고 있다아마도 이곳은 이 마을의 조그만 쉼터 카페인 듯하다.

 

한쪽 구석으로 가서 우비를 벗고 배낭을 내려 놓은 후 차를 파는 곳으로 가서 돈을 내고 마시려고 하니 나는 순례자라 공짜란다페퍼민트 차를 마시겠다고 하니 일부러 물을 끓인다그럴 줄 알았으면 그냥 커피를 마시는 건데 그랬다편안히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니 반나절 동안 빗속을 걸어 찬 몸이 조금 풀린다. 조금 있으니 또 다른 어린 여자 아이가 과자통을 슬그머니 내게 내밀더니 맘대로 먹으라고 두고 간다.

 

쉼터에 있던 아저씨들이 어디서 왔냐고 묻길래 한국에서 왔다고 어설픈 불어로 얘기를 하니 동네 아저씨들은 한국이 축구를 잘한다며 자기들끼리 얘기를 한다아기를 데리고 있는 한 아주머니는 한국에서 온 순례자가 흥미로운듯 따뜻한 눈길로 계속 나를 보며 웃는다조용히 앉아 차 한 잔과 과자 한 개를 먹은 후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배낭을 챙겨 나와 길 건너 교회로 가니 누군가 교회 앞에 우비를 벗어 놓았다들어가 보니 아델하이드가 어두운 교회에 앉아 혼자 점심을 먹고 있다. 교회에서 자기보다 나이 많은 도미니크와 레네를 걱정하며 기다리고 있단다. 그러면서 도미니크는 74레네는 88세라고 알려 준다. 나도 레네 할아버지 나이가 궁금했는데 아델하이드도 궁금해서 어젯밤 도미니크에게 물어 보았단다

 

아델하이드에게 조금 전 시청 옆 건물에서 내가 경험한 것을 얘기해 주며 추운데 가서 따뜻한 차라도 한잔 먹고 오라고 보내고 혼자 교회에서 도미니크와 레네를 기다렸다조금 후 돌아 온 아델하이드는 카페 닫는 시간이 되어 차는 마시지 못하고 순례자 스티커만 가지고 왔단다한참을 기다려도 도미니크와 레네가 안 온다그래서 더 늦기 전에 나와 에델하이드 둘이서 에델바이스 지트를 향해 떠나기로 했다.

 

그녀와 언덕을 올라가는데 누군가의 전화를 받으며 심각하게 한참 동안 얘기를 한다전화를 끊은 후 그녀는 우리가 예약한 에델바이스 지트에서 온 전화인데 어제 주인 아들이 숙소 예약을 잘못 받았고 미안하게도 오늘은 결혼식이 있어 우리가 잘 방이 없다는 전화였다고 알려 준다이젠 방법이 없다어제 내가 전화를 걸었던 쎄셀(Seyssel)에 있는 호텔의 순례자의 방밖에 없다. 아델하이드가 호텔에 전화를 거니 4명이 잘 수 있는 가족방 예약이 된다고 한다도미니크와 레네도 오늘 에델바이스 지트에서 같이 자기로 했는데 예약이 취소 되었으니 이들을 만나 사정을 얘기하고 호텔에서 같이 잘 것인지를 확인해야 하지만 4명이 잘 수 있고 방값이 80 유로라고 해서 무조건 예약을 했다.

 

도미니크와 레네에게도 사정을 알려야 하니 비를 피를 피해 남의 집 창문에 걸터 앉아서 20 분 정도 기다리니 멀리 두 사람이 오는 게 보인다. 아델하이드가 이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니 우리가 예약한 방에서 함께 자겠단다우여곡절 끝에 오늘 숙소는 해결되었다이제부터는 Seyssel 숙소를 찾아 가야하니 같이 걷기로 했다.

 

우리가 예약했던 에델바이스 지트를 지나 가파른 언덕을 한참 동안 내려가니 쎄셀이 보인다. 비는 점점 그치고 바람만 조금씩 분다. 쎄셀 마을에 도착해서는 맵스미 지도를 보며 론 강가에 있는 호텔을 찾아가니 호텔 로비에 다비드토마스 그리고 라헬도 와 있다다비드는 오늘 길을 잘못 가서 돌아 오느라 몸이 너무 피곤해 일인실에 머물기로 했단다가족실에 들어 와 도미니크와 레네는 더블침대에서 함께 자고 나와 아델하이드는 각각 일인용 침대를 사용하기로 했다. 빗속을 걸어 오느라 신발이 축축해졌다. 내일 또 비가 올 경우 고어텍스 신발이라도 안쪽까지 젖을 것 같아 걱정이다.

 

짐을 풀고 도미니크아델하이드와 론 강을 끼고 있는 쎄셀 다리를 건너 마을을 구경하러 나갔다가 빵집이 열어 있어 구경하러 들어 갔다아델하이드는 배가 고프다며 자기는 이곳에서 케익을 먹겠단다저녁 시간이 가까워 케익을 먹으면 밥을 제대로 못 먹을 것 같아 도미니크와 나는 다시 나와 각자 관심 있는 곳을 보려고 헤어졌다나는 주변 마을을 둘러 보는데 집들이 너무 낡고 관리가 잘 안 되어 동네에 구경할 곳이 별로 없다실망을 하고 다시 다리를 건너와 교회로 갔지만 교회문이 잠겨있어 호텔 근처 마을을 잠깐 둘러 보고 숙소로 갔다

 

호텔 식당에서 다비드, 도미니크, 레네 그리고 아델하이드와 함께 저녁을 먹으며 얘기를 하는데 88세인 레네는 영국의 켄트에서 중국 침술을 배웠고 이제는 나이가 들어 친지들에게만 침을 놓아 주고 있단다. 레네는 불어 외에 다른 언어는 못해서 나와는 눈짓, 몸짓으로만 대화를 한다그래도 잘 통한다도미니크는 벨기에 국경 근처 플레밍 지역에서 자랐고 지금도 그곳에서 산다영어 교사로 일했고 지금은 연금 생활자다도미니크와 레네는 매 식사 때마다 둘이서 레드와인을 한 병 정도 마신다.

 

스위스 로잔에서 온 다비드는 티벳트 불교신자다. 12년 전 대학에서 철학 공부를 하다 불교를 알게 되었고 보르도 지역의 티벳 불교 수양 시설에  들어가 9개월간 훈련을 받으러 가는 길에 로잔에서부터 르퓌 엉벨레(Le Puy en-Velay)를 거쳐 호카마두(Rochamadu)까지 걸은 후 보르도 지역의 수양 시설까지 걸어 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9개월간의 훈련을 위해 로잔의 거처를 다 정리했고 가지고 다니는 무거운 배낭이 그의 살림살이 전부다.  

 

독일 시민권자면서 오스트리아에서 사는 아델하이드는 딸 셋과 손녀 한 명 있단다. 15명의 단체 여행으로 Via Gebennensis 전 구간을 편안하게 걸었지만 이번에는 혼자서 배낭을 메고 제대로 걷고 싶어서 오스트리아에서 제네바로 왔다. 71세인 그녀가 도보 여행을 떠난다고 하니 주위 사람들이 그 나이에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나 차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지 위험하게 도보 여행을 하냐고 말렸단다하지만 자기를 위해 살려고 길을 나섰단다. 한국이나 오스트리아나 나이 든 사람들에 대한 편견은 별 차이가 없다한쪽 무릎에 관절염이 있어 무릎 보호대를 끼고 걸으면서도 자기 속도를 잃지 않고 꾸준히 끝까지 걷는 아델하이드의 용기에 도전을 받는다.

 

오늘 저녁의 대화 언어는 영어불어독일어이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다양한 주제로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 이들과 즐겁게 저녁 시간을 보냈더니 하루 종일 빗속을 걸으며 피곤했던 몸도 회복이 되는 것 같다. 아쉽게도 토마스와 라헬은 저녁 식사 자리를 예약하지 않아 바에서 따로 저녁을 먹었다.  

 

  

 

 

 

 

 

이 동물의 독일어 이름은 Feuersalamander 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쎄셀이다.
노란 건물이 내가 머문 호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