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7일(금)
도보 구간: 제네바 Bacilica Notre Dam 성당 - Neydens - Beaumont, 16.9 Km (실제 걸은 거리: 20 Km)
걸린 시간: 6 시간
시차 때문에 새벽 4시 반에 잠이 깼다. 깊은 잠을 자기는 힘들 것 같아 일어나 한국에서 사 간 핸드폰 유심칩(프랑스 Orange)을 갈아 끼운 후 다시 자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노력한 덕분인지 살짝 잠을 잤다. 7시 반에 식당으로 내려가 아침을 먹고 어젯밤 헤맸던 버스 정거장으로 나가 보았다. 버스 정거장 근처를 둘러 보니 넓은 스포츠 공원만 있다. 그러니 늦은 밤에 불빛이 있을 리 없었다. 잠시 스포츠 공원을 산책하고 호텔로 돌아와 체크아웃을 하고 Via Gebennensis 도보 시작점인 제네바 중앙역 근처 바실리카 노트르담 성당에 가기 위해 5번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고 가다 정거장 안내를 보니 버스 정거장 이름이 'Nation'이다. 아무래도 작년에 가려다 못 간 제네바 유엔 사무국 근처인 것 같아 내려서 보니 맞다. 길 건너편에 있는 'Brocken Chair' 조형물로 가서 사진을 찍은 후 주변을 둘러 보니 Tram 역도 있다. 버스를 내린 곳으로 다시 가서 5번 버스를 타고 7-8분 정도 가니 제네바 중앙역이다. (제네바 공항에서 제네바 역까지는 버스로 15분 정도 걸린다.)
역에서 내리니 아침 9시 10분이다. 길을 건너 바실리카 노트르담 성당에 들어가 기도를 하고 16일간의 Via Gebennensis 프랑스 까미노길 도보 여행을 시작했다. 성당을 나와 까미노 표시를 따라 걸어가다 보니 오늘은 제네바 호수에 제트 분수가 물을 뿜고 있다. 작년에는 무슨 이유에선지 제트 분수가 멈춰 있었다.
아침 공기를 마시며 가벼운 걸음으로 도심에 있는 셍 피에르 성당에 들어가니 이른 아침인데 벌써 한 순례자가 기도를 드리고 있다. 순례자 패스에 순례자 도장을 받으며 물어보니 독일 바이에른주에서 온 독일 청년은 매번 시간날 때마다 일주일 걷고 집으로 갔다 다시 이어서 걷는데 이번에는 스위스 툰에서 제네바까지 5일 동안 걸었고 오늘 기차를 타고 집에 간다고 한다.
셍 피에르 성당에서 나와 바로 옆 칼빈 교회로 가니 문이 닫혀 있다. 셍 피에르 성당이 개신교 교회이기는 해도 가톨릭 성당 분위기가 있어 내게는 칼빈 교회가 더 편안한데 아쉽다. 제네바를 빠져나와 Carouge에 오니 부도심답지 않게 활기차 보인다. Compesières 교회 근처에 개양귀비가 예쁘게 피어 있어 사진을 찍고 있는데 한 아주머니가 오더니 꽃이 예쁘다고 하며 나보고 순례자냐고 영어로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 순례자 도장을 받은 쪽지를 보여 주며 저 건너편 길가에 도장 찍는 곳이 있다고 알려 준다. 어디냐고 물으니 길을 가르쳐 주는데 왼쪽, 오른쪽, 왼쪽, 오른쪽하며 너무 복잡해서 머리에 담을 수가 없다. 일단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까미노 표시를 따라 길을 걷다 보니 아주머니가 말한 도장 찍는 장소가 보인다. 도장을 찍고 잠시 쉬었다가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을 향해 출발.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은 차단기 하나와 국경 표시가 전부다. 프랑스로 넘어가니 풍경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까미노 길 표시는 여전히 친절하다. 국경을 지나 잠시 길을 잃었다가 다시 까미노 길로 돌아와 고속도로 위를 지나는 길로 들어 섰다. 네덩(Neydens)으로 가는 시골길을 걷다 큰 나무 그늘 쉼터에 앉아 쉬고 있는 두 명의 나이 든 프랑스 순례자를 만났다. 이들에게 인사를 하고 지나가다 나도 너무 더워 포도밭 근처 그늘에 자리를 깔고 쉬고 있으니 조금 전 만난 두 순례자가 인사를 하며 지나간다. 이들의 이름은 도미니크와 레네이고 둘은 친척이다. 오늘 이들의 목적지는 나와 같이 보몽(Beaumont)에 있는 지트(Gite)인데 예약한 나와는 달리 아무리 전화를 해도 지트에서 전화를 안 받는단다.
네덩을 지나서는 750m 고지에 있는 보몽 마을로 올라가야 하는데 길이 가팔라 완전 등산 수준이다. 더운 날씨에 13kg이나 되는 배낭을 메고 올라가는 것이 힘겹다. 한참을 올라가다 숲길로 들어서니 왜 이 길로 인도했는지 이해가 된다. 이 숲길을 지나 언덕에서 보는 제네바 풍경이 멋지다. 언덕에 자리를 펴고 땀을 식히며 경치를 구경하고 있으니 한참 지나서 도미니크와 레네가 올라온다. 이곳에서 보는 제네바 경치가 좋다고 하니 가던 걸음을 멈추고 제네바를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동의를 구하며 사진을 찍는다. 이곳을 지나서는 이들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걷다 보몽에는 같이 도착했다.
보몽 마을로 조금 걸어 들어가다 보니 길가에 Fromage라고 쓰여 있는 집이 보인다. 사진에서 봤던 오늘의 숙소인 Gite이다. 이들과 함께 숙소로 들어 갔는데 집에는 아무도 없다. 일단 무거운 배낭을 내려 놓고 기다리는데 인기척이 없다. 한참을 기다리다 도미니크가 다락방 잠자는 곳으로 올라갔다 왔는데 아무도 없다며 다시 내려 온다. 하는 수 없이 기다리기로 했다. 답답해서 나도 다락방으로 올라가 보니 한 남자가 샤워를 하고 나온다. 나는 불어가 안되니 내려와 도미니크에게 영어로 위에 사람이 있다고 얘기를 하니 도미니크가 올라가서 이 남자와 얘기를 하고 내려 와 주인은 여행 중이고 David라고 하는 이 남자가 대신해서 집을 봐주고 있다고 알려 준다.
David와 인사를 한 후 다락방으로 올라가 침대를 보니 지저분하고 침대는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게 영 심란하다. 다른 방법은 없으니 오늘 밤은 눈 딱 감고 맘 편히 지내는 수밖에 없다. 먼저 오늘밤 잘 각자의 침대를 정한 후 씻고 나오니 도미니크가 이곳에서 30분 걸어가 내일 점심에 먹을 식품을 사러 간다며 필요한 게 있으면 사다 주겠다고 친절하게 제안을 한다. 특별히 살 것도 없고 30분이나 걸어가 무거운 걸 들고 올 생각을 하니 미안해서 사과 한 개만 사다 달라고 부탁을 했다. 한 시간 후 장을 보고 돌아 온 도미니크가 사과를 한 개 건네 주는데 유기농 사과인지 작고 못생긴 게 영 볼품이 없다. 그래도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고 배낭에 잘 챙겨 놓고는 얼마냐고 물으니 선물이란다.
저녁 6시경 David가 저녁 준비를 한다. 저녁으로 만들어 준 토마토 스파게티와 고수씨를 넣고 만든 상추 샐러드와 함께 나온 빵은 딱딱해서 씹기 힘들 정도다. 너무 어설픈 식사였지만 그래도 배가 고프니 감사하게 먹었다. 4명이서 저녁을 먹고 있는데 스위스 쮜리히에서 온 토마스와 라헬이 잘 수 있냐며 들어 온다. 조금 있으니 독일 튀링겐에서 온 홀가(Holga)가 들어 온다. 임시 주인장인 David는 오늘 저녁으로 4명의 식사를 준비했는데 그래도 순발력이 있다. David는 얼른 일어나 남은 재료로 2명이 먹을 음식을 더 만들어 이들에게 제공을 해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하지만 토마스와 함께 온 라헬은 식욕이 없는지 나갔다가 저녁 식사가 끝난 후 들어 왔다.
좁은 이층 다락방에서 오늘밤에는 7명이 함께 자야 한다. 그런데 이층 다락방에 또 작은 다락방이 있어 토마스와 라헬은 사다리를 타고 작은 다락방으로 올라갔고, 5명이 거의 다닥다닥 붙어 있는 침대에서 자는데 다행히 심하게 코를 고는 사람이 없어 그래도 잘 잤다.
버스를 타고 제네바 역으로 가서 까미노 도보 시작.
저녁을 먹고 잠시 동네 산책을 나갔더니 바람이 불고 저녁 하늘에 구름이 시커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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