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 프랑스 Via Gebennensis

Via Gebennensis: 5. Chanaz - Yenne (샤나 - 옌)

hadamhalmi 2019. 6. 11. 22:16

 

2019 6 11()

 

도보 구간: Chanaz Yenne, 18.6 Km

걸린 시간: 20 (자동차로 이동)

 

 

아침에 일어나니 일기 예보대로 오늘도 비가 내린다아델하이드와 다비드는 아직 자고 있어 조용히 나와 숙소 주변을 산책했다아침 식사는 8시에 먹기로 해서 마을을 한 바퀴 돌고 오니 그 사이 아델하이드가 깨어서 문을 열어 준다다비드는 아침 잠이 많아서 매번 제일 늦게 일어난다.

 

욕실로 들어가 어제 오후에 널어 놓은 빨래를 보니 아직 덜 말랐다급한 대로 욕실에 있는 작은 난방용 팬을 켜서 옷과 신발을 겨우 말렸다식당으로 건너가 정성스럽게 차려 준 아침을 맛있게 먹고 나니 기젤렌이 오후 3시에나 오늘의 숙소가 있는 옌으로 출발할 수 있다고 알려 준다. 옆에 있던 다비드는 우리가 오후 3시에 떠난다고 하니 그러면 자기도 우리와 함께 옌으로 가겠단다그때까지는 이곳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우리 세 명 모두 오랜만에 한가해졌다.

 

숙소로 건너 가서 다비드는 무거운 배낭을 정리하면서 까미노 도보여행에서는 필요 없는 올리브 기름 한 병과 차 한 통을 꺼내 기젤렌에게 선물하고 코펠과 군용 비상식량고체연료에어매트리스 등을 정리해서 자기가 9개월 동안 훈련 받을 곳으로 보내려고 우체국에 갔다우체국을 다녀 오더니 배낭 무게가 2.5 Kg 정도 줄어들어서 이젠 뛰어가겠다며 좋아한다도보 여행을 할 때걱정이 너무 많으면 항상 배낭이 무거워져 고생을 한다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지내는 숙소에서는 WiFi도 데이터도 연결이 안 되어 마당 건너편 식당으로 가야만 한다마침 시간이 많으니 식당으로 가서 그동안 보내지 못했던 사진들을 전송하고 카톡을 하며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니 벌써 12시다. 떠나기 전에 잠시 아델하이드와 함께 샤나 마을 산책을 나갔다. 중심가를 지나 언덕으로 올라가는 까미노 길을 따라가니 물레방앗간이 있다돌아 오는 길에 혹시나 하고 마을 외곽에 있는 교회로 갔는데 예상했던 대로 문이 닫혀있다. 아쉬워하며 지트로 돌아 오는 길에 작은 슈퍼가 열려 있기에 들어가 치즈와 뻥튀기를 샀다치즈는 점심 때 빵과 함께 먹으려고뻥튀기는 부피는 크지만 가벼우니 비상식량으로 샀다산책 중 아델하이드는 다비드가 오늘 아침에 내일 우리가 가는 숙소에 자기도 가겠다며 함께 예약해 달라고 했다고 전해 준다.

 

숙소로 돌아와 간단히 점심을 먹고 배낭을 정리한 후 출발 준비를 하고 식당으로 가서 떠날 때를 기다리고 있는데 레꼬뜨(Les Côtes)에서부터 빗길을 걸어 온 카타리나(Katharina)가 식당으로 들어 온다카타리나는 젊은 아가씨로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왔는데 어젯밤에 에델바이스 지트(Gite détape lEdelweiss)에서 잤단다

 

우리가 너무 느긋하게 짐을 정리해서 카타리나가 식당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며 방이 청소되는 것을 기다려야 했다. 그녀는 기젤렌이 청소기를 가지고 가서 숙소를 깨끗하게 정리한 후에야 우리가 하룻밤 머물렀던 숙소로 건너갔다오후 3시경카타리나를 숙소에 들여보내고 나서 우리는 기젤렌의 차를 타고 옌으로 떠났다

 

가는 도중에도 비는 여전히 세차게 내린다도중에 비를 맞고 걷고 있는 순례자들 몇 명을 보았다(Yenne)으로 가까이 가니 도미니크와 레네 할아버지가 걸어가고 있다반가워서 차를 세우니 레네 할아버지가 너무 지쳤다고 차를 타고 가도 되냐고 묻는다당연하다그렇지 않아도 아침에 아델하이드가 도미니크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도 비가 내려서 우리는 차를 타고 옌으로 가는데 원하면 같이 가자고 제안을 했었다하지만 레네 할아버지가 그냥 걷겠다고 해서 산을 넘었는데 88세의 나이로 3일 동안 빗길을 걷는 게 무리였나 보다우리는 급하게 자리를 만들고 할아버지를 앞자리에 앉혔다오늘 우리들의 숙소는 모두 같은 아퀠 자꿰어(Accueil Jacquaire)로 예약을 했으니 레네 할아버지보다 젊은 74세의 도미니크는 걸어서 숙소를 찾아 오면 된다.

 

숙소에 도착하니 주인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아 주신다. 도움을 준 기젤렌에게는 감사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집에 들어가 신발을 벗고 배낭을 내려 놓은 후 우선 거실로 가서 차와 함께 아주머니가 직접 만든 쵸콜릿 케익을 먹고 있으니 도미니크가 문을 두드린다모두 일어나 도미니크를 반갑게 맞이하니 도미니크는 너무 좋아한다그는 Every welcome is different 라고 내게 말을 건네며 다른 곳에서 잔 도미니크와 레네 두 사람이 지난 밤 우리들을 보고 싶었단다겨우 이틀밤을 같이 잤는데 벌써 정이 들었나 보다.

 

숙소의 주인인 노엘과 알렌은 모두 친절하다커피와 차를 마시며 까미노 길에 관해 얘기를 나눈 후 우리의 숙소인 이층으로 올라가 각자가 원하는 침대를 정해 짐을 풀었다충분히 쉬었다가 아델하이드가 다비드와 다음 목적지인 St-Genix-sur-Geiers의 숙소 리스트를 보고 얘기를 나누더니 캠핑장의 방갈로를 우리 세 사람을 위해 예약했다. 나는 결정하는 대로 따를테니 주소만 알려 달라고 했다. 그런데 아델하이드는 내일 산을 넘어서 25 Km를 걸어 가야하니 조금 걱정이 되었나 보다내가 내일 그녀와 같이 걸으며 갈 거라고 안심을 시키니 다행히 용기가 생겼는지 그 후에는 걱정하는 기색이 없다.

 

다비드는 처음 쇼몽 지트에서 만났을 때만해도 아주 서먹서먹했는데 샤나의 엘카미노 지트에서 하루를 같이 지내고 나니 많이 친해졌다오늘 아침, 16 Kg 배낭에서 2.5 Kg의 짐을 덜어 낼 때도 우리에게 조언을 구했다아델하이드는 다비드가 돈을 아껴야 한다며 샤나에서 옌까지 차를 타고 가는 비용을 우리 둘이 내자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래서 각각 10유로씩 내서 기젤렌에게 20유로를 주었다.)  

 

장시간 도보 후에 까미노 숙소에서는 각자 자기의 방법대로 피곤한 몸을 푼다스트레칭도 하고피곤한 근육을 푸는 로션을 조제해서또는 나처럼 가져간 안티프라민 로션이나 파스를 바르기도 한다하지만 도미니크는 도보를 마치고 나면 다른 순례객들에게 목이나 등 마사지를 해준다그는 마사지하는 법을 배웠단다아델하이드나 다비드에게는 찾아가서 마사지를 해 주면서도 내게는 한 번도 제안을 하지 않았다.

 

오늘 저녁 식사에서도 주인 아주머니의 정성이 담긴 음식을 대접받았다저녁을 먹으며 까미노 길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눴다. 노엘과 알렌은 장애우들과 함께 옌부터 스페인 산티아고까지 걸은 적이 있다며 사진첩을 보여주었다봉사 정신이 대단하신 분들이다.

 

이 숙소에는 마크라는 크고 순한 검정 개가 한 마리 있다. 그런데 마크가 우리가 저녁을 먹는 동안 다비드의 밀짚모자를 물어 뜯어 뚜껑 부분이 망가졌다주인 아주머니는 미안해 하며 집에 있는 면 모자를 대체용으로 다비드에게 주었는데 르퓌까지 걷는 동안 아무리 햇살이 뜨거워도 한 번도 쓰지 않았다이유는 면 모자의 스타일이 자기에게 어울리지 않아서란다. 역시 젊은 청년답다.

 

알렌이 내일 아침 7시 반에 일을 하러 가야한다고 해서 아침은 7시 반에 먹기로 결정했다. 이층으로 올라와 프랑스 식사에서 매번 마지막에 나오는 여러 가지 치즈가 낯설어 아델하이드에게 배부르게 밥을 먹은 후 왜 치즈가 나오냐고 물으니 프랑스 사람들은 치즈를 먹어야 식사가 끝나는 것(Der Kaese schliest den Magen)이라고 알려 준다.  

     

 

 

 

엘 까미노 숙소
옌 숙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