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13일(목)
도보 구간: Saint-Genix-Sur-Guiers – Les Abrets - Le Pin, 31.2 Km (실제 걸은 거리: 36 Km)
걸린 시간: 10시간
오늘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 캠핑장을 한 바퀴 돌고 들어왔다. 아침을 먹기 전 캠핑장 안내소에 가서 숙박비를 지불하고 커피를 한 잔씩 마신 후 돌아와 방갈로를 정리하였다. 그런데 어제 저녁에 남은 국수가 너무 많아 버리기가 아깝다. 아줌마인 아델하이드와 내가 생각해 낸 것이 계란에 볶아 아침으로 먹는 것이다. 어차피 떠나기 전에 오늘 점심으로 먹을 음식을 사러 캠핑장 옆 “netto” 슈퍼에 갔다와야 하니 간 김에 계란 6개를 더 샀다. 돌아 와서는 즉시 아델하이드가 계란 3개를 넣고 남은 국수를 볶고 그 사이 나는 식탁을 차렸다. 다비드는 남은 계란 3개를 삶아서 점심 때 먹으라고 하나씩 건네 준다. 완벽한 팀워크다.
아침을 먹고 치우고 나니 벌써 9시다. 오늘 다비드와 나는 아델하이드보다 17Km를 더 걸어야 한다. 아델하이드는 어제 너무 힘들어서 오늘은 Les Abrets(레아브레)까지만 걷기로 했고, 우리는 Le Pin(르빵)까지 간다. 그래서 아델하이드와는 다시 못 볼 것 같아 그동안 도와줘서 고마웠고 그녀와 보낸 시간이 행복했다는 말과 함께 르퓌까지 잘 걸으라고 인사를 하고 우리 둘이 먼저 떠났다.
캠핑장을 나와 다리를 건너면 프랑스의 행정 구역이 사부아주에서 이제르주로 바뀐다고 다리를 건너기 전 다비드가 알려 알려 주었다. 그러고 보니 다리를 건너는데 주 경계 표시를 알리는 깃발이 여기저기 보인다. 다리를 건너 캠핑장 건너편의 기에르 강가를 따라 걸어 가다 벨기에에서 온 두 명의 부부 순례자를 만났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니 어제 저녁 길에서 아델하이드를 만났는데 나에 관해 들었단다. 이곳은 순례자가 많지 않아 길을 가다 보면 다른 순례자 얘기를 전해 듣는 일이 흔하다. 이들도 르퓌까지 걷는다고 해 그럼 길에서 다시 만나자고 하니 자기들은 천천히 걸어서 만나기 힘들 것 같다고 한다. 그래서 서로 부엔 까미노를 외치며 헤어졌다.
어제는 펄펄 날던 다비드가 오늘은 무척 피곤해 한다.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나도 목이 뻣뻣해 오는 게 걷는 게 너무 힘들다. 오늘 가서 자는 아꿸 자꿰어 숙소에서는 저녁을 해주지 않아 슈퍼에서 저녁 거리를 사서 다비드와 내가 딱 반으로 나누어 각자의 배낭에 담았다. 그래서 다른 때보다 배낭이 조금 더 무거웠다. 아무래도 힘이 들어서 다비드에게 나는 레아브레에서 점심을 먹고 택시로 르빵까지 가려고 하니 택시 부르는 것을 도와 달라고 했다.
길가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엄마와 함께 길을 걷던 꼬마 아이가 우리를 보고 ‘Bon Appetite’라고 하면서 간다. 간단히 점심을 먹은 후 옆에 있는 카페로 가서 시원한 주스를 마시며 쉬니 아프던 목도 많이 회복되었다. 택시를 부르려고 카페에 택시 전화번호를 물었는데 모른단다. 할 수 없이 카페 근처에 있는 시청으로 들어가 3개의 택시 연락처를 받아서 전화를 걸었는데 두 곳은 안 받고 한 곳만 연결이 된다. 그런데 17 Km 를 가는데 48 유로를 달라고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비싸서 택시 타고 가는 것을 포기하고 그냥 걷기로 했다.
택시를 알아보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고 내가 택시로 르빵 숙소까지 가게 되면 다비드의 일부 짐도 가져 갈 생각이었는데 걸어가겠다니 조금 실망했을 법도 한데 다비드에게 미안하다고 하니 내색하지 않고 도리어 걸어가도 괜찮겠냐고 위로를 해 준다. 다른 방법이 없다고 포기를 해서 그런지 다행히 오후에는 오전에 걷던 것보다 힘이 덜든다. 두 시간을 걸어 오후 4시경 Valencogne(발렌꼬뉴)에 도착해 교회로 가니 교회 앞에 체격이 우람한 한 순례자가 앉아 있다. 다비드는 오스트리아에서 온 순례자이고 어제 길에서 만났다고 알려 준다. 교회 안으로 들어 가니 이 분과 같이 걷는 순례자가 앉아 기도를 하고 있다. 잠시 기도를 하고 쉬었다가 나오면서 이들과는 짧게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숲길을 오랫동안 걸어가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을 2 Km 남기고 다비드와 함께 쉬었다. 다비드는 먼저 와서 나를 기다리며 쉬고 있었기에 먼저 가라고 했다. 그가 간 후 충분히 쉬었다가 르빵을 향해 열심히 걸어 가고 있는데 뒤에서 다비드가 나를 부른다. 너무 이상해서 왜 내 뒤에 오냐고 물으니 길을 잘못가서 다시 돌아 오는 길이란다. 다비드가 헤맨 길은 내리막길이라 올라 오느라 많이 힘들었을텐데 마지막까지 열심히 내 앞에서 걸어간다.
오후 6시 반경, 르빵 교회에 도착하니 건너편에 작은 식품점이 문을 열어 놓고 있다. 오늘 아침에 저녁거리를 사서 하루종일 힘들게 지고 왔는데 말문이 막힌다. 그래도 식품점은 늘 반갑다. 배낭이 무거워 의자에 앉아 쉬면서 한 사람씩 들어가 필요한 식품을 사기로 했다. 왜냐하면 요즘 배낭을 두고 상점에 들어갔다 나오면 도난 사고가 자주 일어 난다며 조심해야 한다고 다비드가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다비드가 먼저 들어가서 필요한 식품을 사고 나욌는데 커다란 빵 한 개를 들고 나온다. 누가 먹을 거냐고 물으니 나와 반반 나눌 거란다. 오늘 아침에 아델하이드와 나눈 바게뜨도 있지만 그러자고 했다. 이어서 내가 상점에 들어 갔는데 내가 필요한 것이 별로 없다. 그래서 하루 종일 걷느라 힘든 우리를 위해 저녁에 먹을 후식으로 딸기 한 상자를 샀다. 우리의 숙소는 여기서도 1.5 Km를 더 걸어가야 한다. 둘이서 너무 힘들고 지쳐서 느릿느릿하게 걸어가니 지나가던 자동차가 멈춰 선다. 한 아저씨가 다비드에게 자기에게 가야할 주소를 주면 태워다 주시겠단다. 거의 다 왔다고 얘기를 하고 감사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세상에는 마음 따뜻한 사람이 제법 많다.
지도를 보며 따라 가다 우리가 머무를 숙소인 것 같아 주소를 확인하려고 한 집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옆 집 문앞에 나와 있는 한 아저씨가 그 집이 아니라 자기네 집으로 와야 한다고 우리를 부른다. 우리가 저녁 7시가 되도록 안 오니 걱정이 되어 나와 계신 것 같다. 순례자 숙소로 들어 가니 아주 깔끔하고 편안한 곳이다. 이 집 주인인 Roland(롤란드)와 여주인 Elisabeth(엘리자벳)이 친철하게 숙소에 대한 안내를 마친 후 뭘 마시겠냐고 묻는다. 나는 롤란드가 집에 가서 가져온 맥주를, 다비드는 콜라 마시고 나니 살 것 같다. 롤란드는 독일에서 군복무를 16개월간 해서 독일어를 조금 한다. 그래서 롤란드와는 잠깐씩 독일어로 대화를 했다.
내일 아침은 8시에 주인집으로 건너가서 먹기로 하고 두 사람이 숙소를 나간 후 다비드는 곧바로 침대에 쓰러졌다. 나는 샤워를 하고 나니 피곤이 조금 풀린다. 내가 씻고 빨래를 하고 나올 때까지도 일어나지 못한다. 밖에 나가 빨래를 널고 들어 오니 그제사 그는 몸을 추스려 샤워하러 가면서 파스타 요리를 해 주려고 냄비에 물을 올려 놓는다. 오늘 저녁은 내가 국수를 삶아 주겠다고 하니 너무 좋아한다.
그런데 끓는 물에 파스타 국수를 넣으면서 두 사람이 먹을 정도만 삶으려고 하니 오늘도 파스타 국수를 너무 많이 삶으란다. 자기가 배가 고파 많이 먹을 거란다. 너무 많다고 생각했지만 그가 원하는대로 국수를 삶아 주었다. 다비드가 소스를 넣고 파스타 요리를 만드는 사이 나는 한국에서 가져간 인스턴트 미역 냉국을 만들었다. 더위에 지친 우리에게 필요할 것 같아 가져간 간장을 조금 넣고 새콤달콤하게 만들었다. 파스타를 먹기 전에 전채로 미역 냉국을 건네니 그는 미역으로 만든 것이라 너무 맛있다고 먹는다. 다비드가 만들어 준 파스타도 맛있었다. 후식으로 딸기를 먹었는데 많이 못 먹었다. 한국 딸기와는 다르게 노지 딸기인지 설탕 없이는 많이 먹을 수가 없었다.
저녁을 먹으면서 다비드는 땡볕에 평지도 아니고 언덕과 산길이 간간히 있는 36 Km를 걸은 우리 둘 다 미쳤단다. 그러면서 나보고 너무 잘 걷는단다. 다비드에게 폐가 되지 않으려고 열심히 걸은 것 뿐이었는데.... 저녁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천둥이 친다. 밖으로 나가 빨랫대를 집 안으로 들여다 놓고 나니 비가 점점 거세게 내리기 시작한다.
식사 후 내일 가는 La Cote Saint Andre(라꼬뜨 생 앙드레)에서 잘 숙소의 예약을 마쳤다. 아델하이드가 없으니 이젠 다비드가 숙소 예약을 맡아서 한다. 그 대신 내 핸드폰으로 했다. 내 심카드로 2주간 30분의 무료 전화를 사용할 수 있어서다. 다비드는 프랑스로 넘어와 심카드를 사려고 했지만 길 어디에서도 심카드를 살 곳이 없다. 로밍을 쓰면 비용이 많이 나오니 돈을 아끼느라 전화는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약한 숙소를 지도에서 찾으니 1Km 정도 까미노 길에서 벗어난 곳에 있는데 장소가 명확하지 않아 지도에 집 표시를 하기가 애매하다. 내일은 비가 온다는데 조금 걱정이 된다. 다비드는 먼저 가서 자기가 나와 있을테니 걱정 말라고 나를 안심을 시킨다.
다비드가 피곤한 근육을 푸는데 좋다며 마사지 오일을 조제해서 컵에 담아 주었는데 식탁을 치우면서 물인줄 알고 버렸다. 미안해서 모르고 버렸다고 하니 다시 한 번 조제해서 준다. 덕분에 오늘은 오일 마사지를 하고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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