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 프랑스 Via Gebennensis

Via Gebennensis: 9. La Côte St. Andre – Primarette (라꼬뜨 셍 앙드헤 - 쁘리마레떼)

hadamhalmi 2019. 6. 15. 23:48

2019 6 15()

도보 구간: La Côte St. Andre Primarette, 23.6 Km (실제 걸은 거리: 30.4 Km)
걸린 시간: 6시간 40 

밤새 비가 내렸다아침에 일어나니 비는 안 오는데 날씨가 흐려 창문 너머 알프스 산이 안 보인다. 그래도 비가 안 오니 안심을 하며 7 15분에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는데 갑자기 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한다배낭을 챙겨 나오면서 아침과 저녁 식사비는 기부금으로 알아서 내는 것이라 30유로를 통에 넣었다다비드는 아직 짐을 안 챙겨서 혼자 떠나기로 했다기젤에게 어젯밤 편안히 지내 감사하며 건강하길 바란다고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2층 현관까지 배웅 나온 기젤이 나를 위해 카미노송을 불러 주겠단다그러더니 70세 할머니 목소리 같지 않게 가냘프지만 아주 곱고 청아한 목소리로 나를 위해 정성껏 노래를 불러준다이 길의 순례자들이 숙박 예약을 위해 들고 다니는 노란색의 Via Gebennensis 2019년판 안내 책자에서 까미노송이 있는 것은 보았다하지만 눈 여겨 보지않아 가사는 모르지만 마지막 두 소절은 기젤과 같이 불렀다얼마나 놀랍고 감사하던지 기분이 묘했다.

아침 8시에 기젤이 나가는 길을 알려준 대로 이 건물 중정을 통해 나가니 어제 안내사무실로 갔던 정문이다언덕을 내려가서 입구로 가니 문이 잠겨 있다조금 당황해하다 벨을 찾아 인터폰에 나가려고 한다니 문이 열린다나중에 다비드에게 뭐하는 건물이냐고 물으니 옛날에는 고아원이었고 지금은 프랑스 전역에 지부를 두고 있는 Apprentis dAuteuil(아프랑띠 도뙤이)로 비영리 재단이란다지금은 고아들이나 알코올 중독자 그리고 문제 청소년들을 치료하는 복지단체이며 51일부터 91일까지는 순례자 숙소를 별도로 운영한단다숙박비 11유로는 이 재단으로 가고 우리가 내는 기부금은 기젤과 같은 호스피탈레노들의 생활비로 쓰인다고 알려준다.

한적한 길을 걸어 시내로 들어와 교회에 들렀다교회 안이 너무 어두워 물체가 잘 안보이는데 그곳에 한 신자가 기도를 드리고 있다나도 잠시 앉아 기도를 한 후 오늘의 목적지인 Primarette(프리마레떼)에 있는 지트를 향해 출발했다비는 내리지만 부슬비가 내려 신선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걷는 게 기분이 좋았다. 30분 정도 걸어 가다 뒤를 돌아다 보니 멀리 다비드가 오는 게 보인다.

까미노 길을 걸은 지 한 시간쯤 지나니 비가 그치고 해가 난다. 다비드는 일기예보에 따르면오후 1시부터 천둥이 치고 비가 세차게 내릴 거라며 비를 안 맞으려면 오늘 부지런히 걸어가야 한다고 알려 준다그래서 오늘은 열심히 걸었다.

어제 생긴 물집이 걷는 것을 방해한다그래서 다비드에게 먼저 가라고 하고 나는 10분 정도 쉬었다가 뒤따라갔다교회 근처로 가니 다비드가 점심을 먹고 있다나도 같이 앉아 점심을 먹은 후 둘이서 교회에 들어 갔다짧게 기도를 드린 후 헤벨 투흐당(Revel-Tourdan)을 향해 부지런히 걸어 갔다그런데 2시 반쯤 레벨 투흐당에 도착하기 전부터 검은 구름이 끼더니 날씨 변화가 심상치가 않다흥미로운 레벨 투르당 마을 구경은 포기하고 급하게 지트를 향해 걸었다. 여기서서부터 1.5Km를 더 가야 우리의 숙소인 지트가 있다

지트로 가는 길에 비가 내리기 시작해 판쵸를 입으려고 한 집 앞에서 잠깐 멈춰 섰는데 집으로 들어가시던 아주머니가 오늘 비가 엄청 내린다고 했으니 도보를 하는 것이 위험하다며 걱정을 하신다다비드가 아주머니에게 지트까지 얼마 안 남았다고 말씀을 드리고 서둘러 가는데 일기 예보대로 바람과 함께 빗줄기가 점점 거세진다. 10분 정도 빗속을 뚫고 길을 걸어 가니 드디어 우리의 숙소인 지트가 나온다.

오후 3시경지트에 가서 문을 두드리니 숙소 여주인인 락슈미가 나온다우리를 시골집 2층으로 데리고 올라 가더니 시골집이라 천둥이 치고 험하게 비가 오는 날에는 전기가 나간단다그래서 컴컴한 방에서 전기가 들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다행히 전기는 없지만 욕실에 뜨거운 물은 나온다내가 잘 침대를 정하고 짐을 풀은 후 샤워를 하고 나오니 락슈미가 따뜻한 차를 가지고 올라왔다차를 마신 후 컴컴한 방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침대에 누우니 물집이 생긴 발로 30Km를 걸어 와서 피곤했는지 잠이 절로 온다.               

잠결에 두 명의 순례자가 더 들어와 얘기하는 걸 들었는데 자고 일어나니 아무도 없다이상해서 다비드에게 물어 보니 아래층 숙소로 내려 갔단다발바닥 물집을 치료하고 저녁을 먹으러 아래층 주인집 식당으로 내려가니 독일 슈트트가르트에서 온 모자 순례자인 Claudia(클라우디아, 41) Jonadan(요나단, 15)이 있다. 2주간 성령강림절 방학이라 아들과 함께 2 3일 동안 순례자의 길을 걷고 모레 집으로 돌아 간단다.

7시 반경저녁 식사를 막 시작하려는데 이 집 주인인 이봉이 일을 마치고 돌아 왔다일을 하고 와서 피곤할 텐데도 집에 오자마자 12, 10살의 두 아들과 부인을 정성껏 돌보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다.

저녁 식사는 락슈미가 인도 음식을 차렸다평소 고수를 싫어하는 나도 고수를 사용해 만든 바나나 소스에는 손이 갔다불어영어독일어를 자유자재로 말하는 이봉이 얼마나 얘기를 재미있게 하는 지 우리 네 사람 모두 아주 즐겁게 식사를 했다두 아이를 홈스쿨링하는 얘기를 해 주는데 1년에 한 번은 시험을 봐야하고 12살 아들아이는 2년 후 학교로 돌아가야 한단다홈스쿨링을 하는 이유는 학비가 너무 비싸서란다.

스리랑카 근처 인도 지역이 고향인 락슈미는 조용하면서도 따뜻한 사람이다요리도 아주 맛있게 잘 한다이봉은 살던 집이 망가져 정부에서 지금의 이 집을 제공해서 이사를 했는데 150년 된 농가란다. 150년 된 집이지만 관리를 잘 해서 그런지 튼튼해 보인다나를 보더니 한국인 부부가 자기 집에 머물다 갔는데 순례자 패스가 아닌 방명록에 도장을 찍어 달라고 해서 인상적이었다고 말한다이 집에는 아주 순한 개 쟈스퍼도 함께 산다.

식사 후에 이봉에게 내일 가려는 Saint-Roman-de-Surieu(셍 로망드쉬휴)의 지트 예약을 부탁했는데 예약이 안 되어 아꿸 자꿰어 민박집으로 예약을 해 주었다.

 

Apprentis d’Auteuil(아프랑띠 도뙤이)
다비드 지팡이. 스위스 로잔에서 출발하여 매일 한 줄씩 칼집을 내고 있다. 오늘이 로잔을 떠난지 12일째 되는 날이다.
까미노길이 공사중이라 우회로로 가야 한다.

 

Pommier-de-Breaurepaire 교회
다비드의 메인 요리는 닭고기 카레 대신 감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