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 프랑스 Via Gebennensis

Via Gebennensis: 11. Saint-Roman-de-Surieu -Bessey (셍 호망드쉬휴 - 베쎄)

hadamhalmi 2019. 6. 17. 22:53

 

2019 6 17()

  

도보 구간: Saint-Roman-de-Surieu Chavanay - Bessey, 26.5 Km (실제 걸은 거리: 30 Km)

걸린 시간: 7시간

 

 

아침에 일어나니 루씨엔 할머니가 아침식사를 정원에 차려 놓았다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식사를 하는데 다비드는 두 분에게 홍삼정 에브리타임을 맛 본 얘기를 꺼낸다그렇지 않아도 두 분에게 뭘 드리면 좋을까 생각 중이었는데 얼른 방으로 올라 가서 홍삼정 에브리타임 2포를를 가지고 와서 하나씩 드렸다두 분은 신기해 하시면서 바로 드신다.

 

식사 후 짐을 챙기러 올라 가는데 크리스와 이라가 떠날 준비를 하고 내려 온다이라에게 발목은 괜찮으냐고 물으니 괜찮다고 해서 조금 안심이 되었다하지만 어제 20 Km 10시간이나 걸려 걸은 발목이 하룻밤 잤다고 좋아 질리는 없어 걱정이다크리스는 조금 걸어 보고 안 되면 중간에 기차를 타고 독일로 돌아 갈 예정이라고 알려 준다. (나중에 레세토에서 만난 카타리나에게 들으니 이들은 독일로 갔다고 한다이 까미노 길에는 걷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보니 모두가 노출이 되어 있어 비밀이 없다.) 이 젊은 순례자들은 할머니가 차려 놓은 커피도 안 마시고 길을 떠났다.  

 

우리는 순례자 수첩에 정성껏 까미노 스티커를 붙여 주신 두 분께 잘 지내고 간다고 인사를 드리고 9시에  출발했다어제 푹 쉬었고 오늘은 날씨도 좋고 기분이 상쾌해서 그런지 길을 걸으며 찬송이 절로 나온다. 오늘 걷는 길은 힘들지는 않지만 조금 지루하다다비드와 Clonas-sur-Varèze(클로나 쉬흐 바레쯔교회에서 점심을 먹기로 약속을 하고 나 먼저 클로나 마을로 내려 가는데 한 주민이 저 건너편에 보이는 Chavanay(샤바네)까지 이제 4 Km 남았다고 알려 준다나중에 들으니 다비드에게는 작년에 집에서부터 생장까지 프랑스 까미노 길을 걸었고, 스페인은 숙소 예약이 안 되어 걷고 싶지 않다고 했단다숙소 예약없이 숙박하는 것을 선호하는 나는 이것이 프랑스 문화와의 차이라고 느꼈다.

 

클로나 교회로 올라 가니 교회 문은 잠겨 있다. 문 앞 계단에 앉아 쉬고 있으니 한참 있다 다비드가 온다내게 말을 걸었던 아저씨와 순례자길에 대해 얘기를 하다 오느라 늦었단다교회 건너편에는 학교가 있는지 오랜만에 부모들이 수업 후 아이들을 데려 가는 모습을 보니 고요한 마을에 생동감이 느껴진다.

 

점심을 먹는데 다비드는 먹을 빵이 없다고 한다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는 빵 덩어리와 치즈를 주었더니 너무 고마워한다상점이 문을 열지를 않으니 먹을 것을 살 곳이 없다. 하지만 나는 르빵에서 다비드가 사서 반씩 나눈 빵이 그대로 있고 셍 제니에서 아델하이드가 맛있는 치즈라고해서 산 치즈도 들고만 다녔으니 먹을 게 넉넉했다게다가 며칠간 한국에서 가져간 미숫가루와 과일로 간단하게 점심을 먹으니 다비드가 내 음식을 먹어 주는 것이 내게도 고마운 일이다충분히 쉬고 난 후 따가운 햇살을 맞으며 길을 걷다 샤바네로 가는 긴 다리를 건넜다길을 건너며 보니 건너편 강가에 핵발전소가 있다프랑스에 원자력 발전소가 많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10일간 걸으면서 처음 보는 풍경이다.

 

샤바네에 가면 장을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우리가 오후 1 40분에 샤바나 마을에 도착했는데 상점이 모두 문을 닫았다상점 앞에 써 놓은 안내를 보니 월요일에 상점은 오후 1시까지 연다빵집은 오후 1시까지 열고 쉬었다 오후 4시에 다시 연다. 그저 난감할 뿐이다.

 

날씨는 너무 덥고 쉬고 싶어 작은 키오스크 카페로 들어가 나는 주스를다비드는 커피를 주문했다다비드가 커피를 주문하며 물을 가져다 달라고 했는데 점원이 잊었다가 한번 더 물을 달라고 하니 그제야 가져다 준다그래서 직원에게 나도 물 한 잔 가져다 달라고 하니 퉁퉁거린다일하기 싫은 티가 철철 넘치는 직원이다음료값을 지불하고 나가려는데 오늘 음료는 점심 때 내가 빵과 맛있는 양치즈를 주어서 자기가 산단다안 그래도 되는데 마음씨가 고맙다.

 

힘들게 산길을 걸어 올라가 한 마을을 지나는데 아주머니가 정원에서 체리를 따고 있다. ‘봉쥬흐’하고 인사를 하니 들어 와서 체리 좀 가져 가란다고맙다고 하고 올라가니 체리를 딴 바구니를 내밀며 가지고 싶은 만큼 가져 가란다양손에 스틱이 있어 내가 조금만 집으니 한 손 가득 올려 주신다그래서 한 손에 두 개의 스틱을 들고 한 손 가득 있는 체리가 떨어질까 조심하며 먹으면서 걸었다다비드에게 줄 체리를 남겨 조심스럽게 언덕을 내려와 숲길로 들어서니 다비드가 좁은 냇가에 발을 담그고 쉬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며칠 전 다비드와 걸으면서 지난 해 스위스 야콥스길에서 만난 독일 순례자와 냇가에 발을 담구어 좋았다는 말을 해 준 게 생각나서 자기도 해 보았는데 시원하고 좋단다남은 체리를 먹으라고 주니 너무 좋아한다. 그러면서 자기가 지나갈 때는 아주머니가 체리를 안 주었다고 섭섭해 한다

 

오늘 찾아가야 할 숙소가 여기서 멀지않아 오늘의 나머지 구간은 다비드와 같이 걸었다언덕길을 올라 과일 농장을 지나는데 이곳도 농약을 뿌리는지 냄새가 안 좋다. Bessey(베세)로 가기 2 km 전에 우리가 잘 숙소인 Accueil Jacquaire 안내 표시가 있다. 집을 찾아 가는데 농장에서 체리를 따던 할머니, 할아버지가 우리를 부르신다와서 체리 좀 가져 가란다다비드가 받을 곳이 마땅치 않아 자기의 셔츠를 내미니 할머니가 집에 들어 가셔서 비닐 봉지를 가지고 나와 한 봉지 담아 내게 주신다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체리 봉지는 무거우니 다비드에게 주었다조금 더 걸어 올라가니 드디어 우리의 숙소다. 어젯밤 예약할 때숙소 주인이 매일 차로 발렝꼬뉴까지 65 Km 가서 일을 하고 저녁 6시 반이 되어야 집에 돌아 온다며 순례자 숙소의 문을 열어 놓았다고 했다. 문을 열고 들어 가니 숙소 시설이 아주 잘 되어 있는 집이다나중에 아델하이드도 이 집에서 잤는데 순례자 천국이라고 좋아했다.

 

이 숙소에는 세탁기가 있어 오랜만에 손빨래했던 옷들을 모두 세탁기로 빨아 햇빛에 널고 정원을 둘러 보며 체리를 따 먹었다. 오늘은 체리 날이다이 지역은 체리를 많이 재배해서 체리가 흔하다.

 

오늘도 오후 시간에 여유가 있어 편히 쉬었다. 그런데 발바닥 물집 때문에 오늘도 트레킹 샌달을 신고 걸었는데 물집이 점점 커지고 발 뒤꿈치에도 물집이 여러 개 생겼다. 다비드가 콤피드 밴드를 쓰지말고 물집을 터트린 후 내일 아침에 자기가 가지고 있는 테이프로 붙여 보란다콤피드보다 효과가 있단다. 그래서 일단 소독한 바늘로 물집을 터트리고 요오드 용액을 발라 두었다.

 

저녁 6시 반회사에서 돌아온 주인은 우리와 짧게 인사를 한 후 정원에 가서 기르는 채소와 식물에 물을 주느라 바쁘다저녁 7시가 되니 부인도 일터에서 돌아왔다그래서 저녁 식사는 저녁 8시에 먹게 되어 배가 많이 고팠다식사를 하면서 이들 부부가 거의 모든 식품을 자급자족한다는 말을 들었다정원에 비닐하우스도 있고 여러 야채를 직접 길러 먹고오리와 닭도 기르니 단백질 공급도 충분하고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집 주인은 이 지역이 건조해서 물이 빨리 말라 식물들에게 물 주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란다듣고 보니 산이 오른쪽에 있고 강은 왼쪽에 있으니 푄 현상으로 이 지역이 건조할 것 같다고 하니 처음에는 푄 현상을 이해를 못하다가 나중에 인터넷 자료를 찾아 보여 주니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고 동의를 한다후식으로 나온 아몬드를 먹는데 껍질을 깐 아몬드가 아니라 호두처럼 껍질을 까지 않은 아몬드다신기해 하니 저녁을 먹은 후 아몬드 나무가 있는 밭으로 데리고 가서 보여 준다아몬드 나무는 처음 봤다.

 

순례자 숙소가 너무 좋다고 말하니 처음에는 이 숙소를 B&B로 사용할까 생각했는데 남자 주인의 부모님이 까미노길을 걷고 온 후에 순례자 숙소로 하기로 정했단다. 이게 노블리스 오블리제인가 보다. 프랑스 까미노길을 걸으며 처음으로 인터넷 속도가 한국처럼 빠른 집을 만났다그 이유를 물으니 자기는 조금 비싼 인터넷선을 쓴단다대부분 시골 마을에는 나이 든 분이 사니 인터넷 속도가 중요하지 않지만 이 젊은 부부에게는 속도가 중요했나보다덕분에 맘 편히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었다.   

 

식사 후 내일 아침 먹을 빵과 코코넛 드링크, 플레이크 그리고 커피를 들고 내려 왔다. 두 사람 모두 직장인이라 아침에 바빠서 우리가 아침을 차려 먹고 숙박비는 알아서 통에 넣고 가면 된다.  

 

    

 

 

원자력 발전소

 

 

오늘 우리가 잘 순례자 민박집 안내판
아몬드 나무
아몬드 열매